유감? 소신? '이게 아니다'
유감? 소신? '이게 아니다'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04.21 00:00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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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이나 중앙의 지침에 어긋난 것도 없고..." 군서면 금산리 유 군수 사유지안에 추진중인 산촌종합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지난 11일 유 군수가 답변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거짓이다. 이미 본보 기사를 통해 밝혀진대로 유 군수가 이 땅을 사면서 작성한 매매계약서가 허위로 드러났고, 또 이를 근거로 산출된 지방세 탈루가 바꿀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직군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행정기관에 제출한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지방세를 포탈한 사실이 범법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범법이란 말인가.

솔직히 나는 유 군수의 도덕적, 현실적 감각에 상당히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군수뿐 아니라 공인들의 공과 사는 분명히 따로 있기 마련이다. 특히 사적 영역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군수의 땅 매입도 사적영역에 포함된다고 본다. 개인과 개인이 어떤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는 분명히 개인 사생활 영역이다.

문제는 거래가 이뤄진 다음이다. 거래행위에 따른 세금이 발생되는 단계로 접어들면 이 때부터 공적행위가 파생된다. 이는 군수가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이다. 지방세 탈루의 근거가 된 계약서 조작에 대해 군수 측근에서도 주장했듯이 관행적인 분위기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공직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또 언젠가 개선해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면 `누구 먼저 솔선하느냐'만 남은 일이다. 이래도 군수가 계속 `관행'임을 주장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앞서 관행으로 거래된 주민들을 물고 늘어지는 비열한 짓이다.

다음으로, 군수는 사유지에 사적행위를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산촌종합개발사업과 관련해 최대 의혹은 무엇보다 군 스스로 장점이 많다던 후보지를 포기하고 문제점 투성이의 땅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군수가 사서 그리로 옮기게 된 배경을 밝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군수는 예나 지금이나 용단과 소신만 강조할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이 또한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격이다.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지, 알면서 괜히 이래보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유 군수가 취해야 할 행동은 이게 아니다. 이제라도 선택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이미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시인을 한다면 사과와 함께 후속조처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반박할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조목 조목 짚어 답변하면 된다.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리란 상상은 아예 해서는 안된다.

군의회 얘기는 빼놓을 수 없다. 정말 이번 일을 보면서 한심하기로는 군의회가 극치라는 생각이 든다. 간담회 자리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겠다며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불쑥 문열고 들어선 군수에게 반말조의 폭언을 들은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이후 군수가 사과를 했다고는 하나 군의원들 말고는 아무도 보고 들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당할 때는 적지않은 공무원들과 기자들앞에서 흠씬 당하고, 사과는 몰래 받았다는 얘기다.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심하다 못해 불쌍한 노릇이다.

지난 9일부터 6일간의 임시회가 열렸다. 회기중에 군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 10주년을 맞아 주민들의 혈세로 발간된 120쪽 분량의 `의정 10년사'가 양장본으로 아주 멋지다.

이 책자 표지에 쓰여진 괄호안 `통제기능'은 무엇이며 `행정전반에 대한 감시, 감독'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의원들은 알고나 썼는지 궁금하다. 아니 우리지역에 군의원들이 정녕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있다면 전화통화라도 한 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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