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사비리의 관용, 누가 허락한 것인가
<현장에서> 인사비리의 관용, 누가 허락한 것인가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3.10.25 12:57
  • 호수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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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군공무원노조가 24일 오전, 군 인사위원회가 열린 부군수실 앞에서 '인사비리,인사전횡자를 5급 사무관 승진대상자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가운데 김영만 군수와 한흥구 부군수가 그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05년, 옥천군공무원노조는 인사비리를 둘러싸고 유봉열 전 군수 및 인사행정 책임자들과 큰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충청북도 감사에서 옥천군의 인사비리가 적발됐고 이는 결국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사건으로 유봉열 전 군수를 포함한 옥천군 공무원 9명과 인사 청탁을 목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민간인 2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1년여의 수사 결과, 유 전 군수와 인사행정 책임자인 당시의 자치행정과장, 인사 청탁 혐의가 있는 6급 공무원 A씨, A씨를 대신해 유 전 군수에게 금품을 전달한(나중에 돌려받음) A씨의 배우자 B씨, 역시 인사 청탁 혐의가 있는 또 다른 공무원의 배우자 C씨 등 5명이 검찰 기소됐다. 결국 이들은 사법처리를 받았으며 그 밑바탕에는 당연히 공무원노조의 투쟁이 있었다.

지난해 2월, 군 공무원노조는 다시 한 번 인사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자치행정과가 밀실인사를 조장하고 근무평가를 독점해 특정 인맥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는 인사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해당 업무 관련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의 기억으로는 당시의 공무원노조 투쟁은 조합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인사비리로 얼룩졌던 유봉열 전 군수, 한용택 전 군수를 거쳐 김영만 군수가 취임했음에도 옥천군의 인사행정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직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김영만 군수는 그해 7월까지 '인사질서 문란자'로 지목된 인사들을 다른 실과소로 발령 낼 것을 약속했고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일단락되었다.

2013년 10월24일, 옥천군공무원노조가 1년6개월 만에 다시 일인시위 피켓을 들고 군청 정문 앞에 나섰다. '인사비리 경력자와 인사질서 문란자를 배제하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서다.

하지만 24일 인사위원회를 거쳐 김영만 군수가 최종 결재한 5급 승진 내정자에는 2005년 사건의 주인공인 공무원 A씨와 2012년 밀실인사의 책임자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난 6급 팀장 D씨가 포함됐다. 옥천군 인사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2005년에도 2012년에도 앞장섰던 한 공무원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관매직을 하든, 지자체장에 잘 보여 요직을 차지하든, 특정보직을 독점해 승진에 유리해지든 염치불문, 욕 한 번 먹고 나면 팀장도 달고 과장도 달 수 있는 옥천군 인사행정에 후배 공직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배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김영만 군수는 이런 공직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는 건지 '과거는 묻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과거가 10년 전, 20년 전도 아닌 불과 2005년 이후의 일이다. 여전히 많은 군 공직자들이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인사비리로 상처를 받은 것은 옥천군 공직사회 전체인데, 그리고 아직은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김영만 군수는 '내 재임기간에만 문제없으면 된다'며 통 크게 '관용'을 베풀었다. 이로써 옥천군 공직사회는 또 하나의 기억을 갖게 된 듯싶다.

인사비리ㆍ인사전횡 전력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민선5기라는 기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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