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빵' 만드는 김계수씨
'사랑의 빵' 만드는 김계수씨
함께사는 세상 [30]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4.14 00:00
  • 호수 5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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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받은 사랑을 이웃들에게 돌려드리는 것뿐이라는 김계수씨.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뿐이예요
김계수(55·옥천읍 문정리)씨의 별명은 `동성교회 찐빵 권사님'이다.그리고 김씨가 만드는 찐빵은 `사랑의 찐빵'으로 불린다.

지난 10일 김씨의 집을 찾았을 때도 김씨는 찜통에서 노릇노릇하게 쪄진 찐빵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었다. "오늘은 너무 오래 부풀려서 그런가 모양이 제대로 안나왔어요."

집에 간식을 만들어 주어야 할 어린아이도 없는데 김씨는 그렇게 시간이 있을 때마다 찐빵을 만든다. 주변에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이나 장애인들에게 갖다 주기 위해서다. 손수 만든 빵을 들고 이웃을 찾아다닌 지도 이제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맛보라며 건네준 찐빵은 보기와 다르게 혀에 착착 감겨들며 입 가득 침이 고이게 만든다. 정성과 사랑이 담겨서인지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내가 받은 만큼 다시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빵을 찌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인데 무슨 취재에요."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려야죠
옥천읍 매화리가 고향인 김씨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던 남편 고 유지홍씨와 12년 전 사별했다. 지금도 대문에는 유지홍이라는 세 글자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문패가 박혀있다.

왜 아주머니의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김씨는 지금도 기쁘거나 슬플 때면 자상하기만 했던 남편을 떠올린다. 그런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앞에 놓여 있는 삶이 평탄할리 없었을 것이다.

세 자녀와 살아갈 길이 막막했던 그 때 남편이 남겨 놓고 떠난 소 13마리가 김씨에게는 유일한 생활 수단이었다. 남자들이 하기에도 힘든 그 일을 억척스럽게 해 나갔던 김씨의 곁에는 이웃주민들과 동성교회 교우들이 함께 해주었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소도 팔아다주고 사다주기도 하고... 비싸게 사다 놓은 송아지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못쓰는 이불 가져다 덮어주고 같이 울었던 기억도 있어요. 돌아보면 그 만큼 힘든 일이었죠."

김씨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처럼 안정이 된 지금 자신이 받은 사랑을 억만 분의 일이라도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답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던 중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찐빵'을 만들어 어렵고 외로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돈을 주고 사면 많이 못 사잖아요.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면 좀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주변에서 맛있다고 하니 고마울 뿐이죠."

한 달에 밀가루 5포대(20kg)를 사용할 정도로 많이 만들기도 했던 사랑의 빵 만들기가 이제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사랑으로 만든 빵을 보건소 방문 간호사인 이소나씨에게 들려보내기도 하고 가까운 곳은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베풀어 얻는 행복이 더 커…
"빵을 들고 찾아가면 그렇게 반가워 할수가 없어요. 제가 가져가는 빵보다는 그렇게 한 번씩 찾아가는 것을 더 좋아하세요."

그만큼 사람의 정에 목말라 하는 이웃들이 자신이 가져다 준 빵을 앉은 자리에서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김계수씨. 지금은 오후가 되면 이제 100일이 지난 손주 재민이를 보느라 예전처럼 많은 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재민이가 조금 더 자라 손이 지금보다 덜 가면 다시 본격적으로 `사랑의 빵'을 만들어 이웃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김씨의 계획이다.

일어서려는 기자에게 찐빵을 싸주며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보다 더 보람 있고 아름답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환하게 웃는 김씨의 얼굴에서 `베풀어 얻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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