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20] 군서면 사양리-마살미, 마랑골, 진골
신마을탐방[20] 군서면 사양리-마살미, 마랑골, 진골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1.04.07 00:00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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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을 잇는 곤룡재와 금산으로 향하는 통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 군서면 사양리. 사양리 5개 자연마을 중 서성골과 함께 가장 큰 마을인 마랑골.
대전을 잇는 곤룡재와 금산으로 향하는 통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 군서면 사양리. 예로부터 사양리에는 선비들의 책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룬 가운데 자연 임산물이 많아 인심이 후덕한 역사깊은 마을로 잘 알려져 왔다.

마살미, 서성골, 마랑골, 뱀골(백양), 논골, 진골 등 6개 자연마을이 흩어져 있으며 그중 진골은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 이곳에 거주하던 4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 지금은 빈집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린벨트 완화, 주민 숙원
"토지거래는 물론 자기 집 내에서 축사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집 한 번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니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근 대전의 무분별한 도시확장을 제한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마을 전체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상황에서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전권에 가깝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 바람이 일면 이곳 주민들은 모두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지만 30여년간 묶인 주민들의 권리를 어느정도 완화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흥호 이장의 이유 있는 설명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과 연결하는 곤룡터널. 이곳이 개통되면서 옥천과 대전을 연결하는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곤룡터널에서부터 직선으로 도로가 연결되어야 하지만 군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를 사용함으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요. 증가하는 차량들로 인해 소음은 물론 노인들이 많은 주민들이 사고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김연환(72) 전 이장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곤룡터널과 연결되는 도로를 직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농로가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이다. 농로가 제대로 개설되지 않아 경운기를 끌고 직접 농경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오랜 역사의 마랑골, 900여년전 김해김씨 정착
사양리에 남아있는 5개 자연마을 중 서성골과 함께 가장 큰 마을인 마랑골에는 현재 36가구가 벼농사와 포도, 축산을 주 소득원으로 하고 있다.

각 호당 평균 1천300평 정도의 벼농사를 짓고 있어 자가 소비하는 양 정도의 벼를 재배하고 있고 포도농사는 10가구에서 개인 당 1천500평 정도가 재배되고 있다. 소는 5가구에서 25두를 사육하고 있고 8농가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이 인삼과 담배를 재배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난해 연재원씨를 끝으로 이 마을에서는 담배농사에 종사하는 주민은 이제 사라졌다. 8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김해김씨가 마랑골에서는 가장 오래된 문중으로 90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처음 정착한 상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해김씨 문중에서 30대 할아버지의 묘사를 10월에 지내고 있다. 한 대에 30년으로 보면 적어도 900년 전에 마랑골에 정착한 셈이다. 마을의 역사를 대변하듯 지금도 마랑골 위쪽 집터에는 오래 전 지어졌던 기와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15일 군서-대전 연결하는 곤룡터널 개통
이곳 마랑골은 2000년 5월15일 군서면 사양리와 대전시 동구 낭월동을 연결하는 곤룡터널이 개통되면서 대전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 되었다.

이 터널이 개통되면서 군서면 지역에서는 4호선 국도를 이용해 대전을 나가는 것보다 거리로는 10km, 시간상으로는 10분에서 20분 정도를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주말이나 행락철이면 군서면에서 옥천읍 삼양네거리에 이르는 37호 국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극심한 교통체증을 해소했고 군서면민들의 농산물 수송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터널의 길이는 536m에 달하고 도로의 폭은 8m, 진입도로는 1천266m로 터널길이까지 총 1.8km다. 터널 개통과 함께 이곳에는 청소년 수련시설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올해 새해 인터뷰를 통해 유봉열 군수는 '군서면 사양리 곤룡재 주변에 청소년수련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군은 곤룡터널 주변에 20만㎡의 토지를 매입해 숙박시설을 비롯한 기본시설을 갖춘 청소년 수련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지난해 11월 충북도에 청소년수련시설 설립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건설교통부에 승인 요청을 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양리 일대가 건립 예정지로 선택된 것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다른 개발이 쉽지 않고 토지매입가가 비교적 저렴하며 또 곤룡터널을 통해 인근 대전시의 인구유입이 유리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인의 혼 담긴 사양성지
사양리 논골마을 입구에서 남쪽계곡으로 농로를 따라 내려가다 다시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닭재를 만나게 된다. 닭재에서 다시 북쪽 능선을 따라 100m 정도 오르다 보면 백제시대에 심혈을 기울여 쌓은 사양성지(닭재성)가 눈에 들어온다.

"37번 국도를 따라 흐르는 소옥천천을 경계로 신라와 백제군이 대치해 있었다고 그래요. 그래서 이곳 닭재성은 백제의 최전방 요새였던 셈이지요"

김연환 전 이장은 이곳 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제의 최전방 요새라는 주민들의 얘기를 뒷받침하듯, 산성에서 내려다보면 서화천을 경계로 건너편에 자리잡았던 신라군의 동향을 살필 수 있을 만큼 군서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성의 상태는 현재 동쪽과 서쪽 성벽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며 남쪽 성벽은 4∼5m 정도가 아직 붕괴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고 북쪽 성벽은 안쪽으로 온전한 형태의 성벽이 일부 남아있는 정도다. 또한 정상에는 적의 동태를 살폈던 망지대로 보이는 석축 보루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지역 성을 탐방하고 있는 옥주문화동호회 조일권(47)씨에 따르면 "성의 남쪽과 북쪽에 능선을 따라 문지가 있고 남쪽과 동쪽에 무너진 돌의 양으로 보아 성벽은 6m이상 축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성안에서는 백제계 토기가 다수 발견돼 이웃 성티산성과 함께 학습장으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 닭재성을 오르다 보면 옥천군 땅이라는 안내문은 표시되어 있으나 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대전광역시에서 설치한 '대전 사적24호 계현성비' 만이 세워져 있어 군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곳 닭재성과 함께 마랑골을 감싸고 있는 곤룡재와 매봉산 정상에도 작은 산성이 존재해 이곳이 대전 남부와 옥천-마전 간의 계곡을 지키는 백제의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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