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41) 안내면 월외리(상)>산수 좋고 사람 좋은 마을, 그곳이 월외리라네
<마을탐방(41) 안내면 월외리(상)>산수 좋고 사람 좋은 마을, 그곳이 월외리라네
  • 이슬기 기자 seul@okinews.com
  • 승인 2013.03.22 15:05
  • 호수 117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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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마을탐방으로 월외리를 찾은 후 13년이 지난 지금, 월외리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 당시 마을탐방은 월외리를 '산과 물이 빼어나고 인심 또한 그만이며 예로부터 효성이 지극한 마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학생들이 많은 마을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났고, 노인이 늘어 이제는 농사짓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월외리의 빼어난 산수. 월외리의 자연환경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산세가 좋고, 사람 좋은 마을 월외리. 이번 마을탐방에서는 월외리를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달빛이 비추지 않는 마을이라 하여 월외(月外)라 불린 마을. 다래, 달외 등으로 불리다 지금의 월외리가 되었다. 서답벌, 본동, 용골, 신월동까지 4개의 자연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월외리는 보은군 수한면과 인접한 안내면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안내면 율티리를 지나 월외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신월동에 닿는다. 4개의 자연마을 중 제일 나중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신월(新月)동. 그래서 이름도 새로운 월외리, 신월동이라고 지어졌다. 신월동을 지나면 용이 솟은 마을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용골을 만날 수 있는데, 용골에서 살던 이들이 가정을 꾸려 신월동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그러니까 용골은 신월동의 '큰집'이라고 볼 수 있다. 신월동과 용골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본동과 정선고개를 넘어가기 전 보은군과 경계지역인 서답벌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월외리는 4개의 자연마을로 구분되지만 각 마을이 모두 근접해 있다. 그래서 경로당, 마을회관, 게이트볼장 등을 함께 사용할 정도로 자연마을의 구분 없이 살고 있다.

▲ 토마토 농사를 짓다가 올해 첫 딸기농사에 도전했다는 이기석, 유봉이 부부. 딸기 색이 참 곱다.

■ 산수 좋은 마을 월외리.

주민들에 따르면 박씨와 이씨가 자리를 잡아 살아왔던 것이 지금의 월외리를 만들었고, 이후 피난지를 찾아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토마토와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기석(60)씨는 "박씨와 이씨들이 들어와서 살던 곳에 피난민들이 많이 들어와 살게 됐다"며 "그래서 예전에 서답벌에는 이북사람들, 강원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을에 정착한 사람들은 밭이 많고, 농사가 잘 되는 월외리에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군의원, 판사 등 인재를 많이 배출한 곳 또한 월외리라고 설명했다.

50여 년 전 생계가 곤란해 고향인 보은군 수한면을 떠나 월외리에 정착했다는 최용훈(85)씨는 제2의 고향이라는 월외리 자랑을 한참이나 이어갔다. "과실 천냥, 주곡 천냥. 그래서 생계가 풍부한 마을이 월외리여. 애들 가르치느라 농협 빚을 2천만원이나 졌는데, 소 키워서 그 돈 다 갚고 지금도 두 노인이 먹고 살지. 산수 좋고 공기 좋고 농사거리 있어서 의식주 해결되니까 얼마나 좋은 동네여. 살기 좋은 마을이라 장수마을이지."

최용훈씨의 말처럼 월외리는 자연환경이 좋아 장수마을이라고 불린다. 백년을 넘게 사신 분들도 계셨고, 지금 80~90대 노인들이 건강해 충분히 100살까지 살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 김태영(80)씨가 말한다. "우리 아버지뻘 되시는 박홍훈 어르신이 101살까지 사셨고, 안씨 어르신도 103살까지 사셨어. 아직도 그럴 사람이 많지. 게이트볼 회장(박기동씨)도 81살인데 애들처럼 뛰어다녀. 그 사람들은 100살도 더 살꺼여."

■ 게이트볼은 월외리가 최고여!

월외리의 장수비결에 게이트볼이 빠질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말. 덧붙여 게이트볼이 두뇌를 사용하는 운동이라 신체건강 뿐 아니라 치매에도 좋다고 한다.

월외리에는 1998년 게이트볼장이 설치되면서 게이트볼 분회도 함께 창설됐다. 이후 2007년에 야외게이트볼장 옆에 전천후 게이트볼장이 지어지면서 사계절 내내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현재 월외리 게이트볼분회에는 23명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농한기 대부분의 농촌지역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TV를 보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월외리 노인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게이트볼을 하는 데 보내고 있다. 혹시 월외리 노인들을 만나고 싶다면, 본동 게이트볼장으로 가면 된다고 할 정도.

"거즘(거의) 매일 와. 늙은이들 운동에는 이게 최고여. 장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봐야지." 김태영씨가 말했다. 그래서인지 월외리 게이트볼분회의 실력은 옥천 내에서도 알아준다. 마을 자랑거리를 얘기해달라는 말에 게이트볼 실력을 꼽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월외리 게이트볼분회 총무인 남재성(72)씨와 이상철(81)씨가 게이트볼장 한편에 마련된 방으로 이끌었다. 진열장 가득 채워진 각종 대회 트로피들과 우승기가 월외리 게이트볼분회의 실력을 증명했다. 월외리가 게이트볼을 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여러 가지 이유들이 쏟아졌다.

"항상 지금처럼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 또 회원들이 침착해서 누구 한 사람 뒤처지지 않고 실력이 평준화되어 있어서 잘하는 거지." 안내면게이트볼회장이자 월외리 게이트볼분회를 창설한 최용훈씨가 말했다.

회원들 간 단합이 잘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마을을 찾은 19일은 월외리 게이트볼분회 회원인 백봉순씨가 생일을 맞아 다른 회원들과 주민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한 날이었다. 월외리 게이트볼분회는 생일을 맞은 사람이 마을주민들과 회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고. 게이트볼장에 출근도장(?)을 찍는 열성과 회원들 간의 끈끈한 정이 월외리 게이트볼분회의 힘이다.

▲ 월외리 게이트볼장에는 언제나 월외리 게이트볼분회 회원들로 가득하다.

▲ 월외리 게이트볼분회의 힘은 바로 빠지지 않는 연습이다.

▲ 월외리 게이트볼장에는 언제나 월외리 게이트볼분회 회원들로 가득하다.

■ 옥천에서 으뜸갔던 본동 샘물

▲ 월외리 예쁜이 할머니 육정세(86)씨.
본동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경로당 옆에는 우물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아흔이 다 된 할머니가 시집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는 이 우물은 옥천에서 '으뜸'가는 물이었다고 한다. 마을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본동 사람들이 음용수로 사용했는데, 워낙 깨끗했고 물맛도 참 좋았다고. 86세 육정세 할머니는 시집 올 당시 깨끗했던 샘물을 기억했다. "고기가 살 정도로 깨끗했어. 또 겨울에는 뜨시고,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 저 시암물(샘물)로 빨래를 하면 얼마나 뜨시던지. 겨울에 얼음도 녹일 정도였다니까."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물이 처음 시작되는 곳에서 제를 지내기도 했다. 수십, 수백 년간 마을주민들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물이였기 때문이리라. 비록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마을의 역사를 함께해 온 우물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 전 지붕도 세웠고, 이제는 본동마을의 상징이 됐다.

▲ 본동 가운데 있는 우물. 옥천에서 으뜸 가는 물이었다고 한다.


월외리 새로운 이장님을 소개합니다
월외리 주도완 신임 이장


▲ 주도완 이장
봄을 맞은 농촌에 활기가 돈다. 이곳저곳 농민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넘쳐나고, 덩달아 월외리 신임 이장 주도완(44)씨도 바빠졌다. 본인 농사지으랴, 마을 일 하랴 정신없지만 '때가 돼서' 이장을 맡게 됐다는 주도완 이장. "마을에 젊은 사람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이장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그야말로 봉사하는 자리인데 한 사람에게 너무 오랫동안 과도한 짐을 주면 안 되니까 돌아가며 맡아야죠."

그래도 일이 많은 건 어쩔 수가 없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많이 오는 것도 이장을 맡은 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행정에서 처리해달라는 일과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차에 서류를 가득 싣고 다니면서 날짜를 보고 제일 급한 것부터,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빠르게 일 처리를 하고 있다.

또 이장을 맡고 나서부터 아무래도 주민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게 주 이장의 말이다. "직책을 가지게 되니까 다르긴 다르죠. 마을 일이나 주민들 일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한 번 더 묻게 되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인터뷰 도중 마을주민이 급히 이장을 불러댄다. "영선이 아빠(주도완 이장), 우리 집 나무를 자르는데 와서 좀 도와줘."

농촌에서 이장은 단순히 마을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을과 주민들을 알뜰살뜰 챙겨야 하는 이가 바로 이장이다. 그래서 주도완 이장은 더 세심해지려고 한다.

"주민들이 이장과 불편한 사이일 때 느끼는 소외감은 주민과 주민 사이에 생긴 불편한 감정과는 확연히 달라요. 아무래도 마을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주민들을 대할 때 더 조심해야죠. 상대편에서 소외감, 상실감을 느끼지 않게 노력하려고요."

한편, 월외리는 현2리, 도촌리, 율티리와 함께 안내면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햇다래권역에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월외리의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계속 준비하는 단계예요. 4개 마을이 한 마을처럼 뭉쳐서 어디 하나 욕심내지 않으면서 잘 준비해나가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적은 농촌마을 소득창출이죠. 권역사업을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창출하고, 마을 어르신들은 복지수요를 채워드리는 게 목표에요." 해야 할 일도, 하고자 하는 일도 많은 주도완 이장. 아무래도 당분간 주 이장은 더욱 바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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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호 2013-04-12 11:45:54
딸기포장하는 아저씨 아줌마 정말로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