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19] 이원면 윤정리-대성산
신마을탐방[19] 이원면 윤정리-대성산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1.03.24 00:00
  • 호수 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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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대성산. 크고 작은 폭포가 계곡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마을 주민들 사이에 큰 폭포라 불리는 비지제 폭포.
마을을 감싸듯 우뚝 솟아 있는 대성산은 이원면 윤정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이곳의 산수와 경치는 속리산의 시기를 받았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며 지금도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3월을 지나 등산로에 쌓여있는 눈이 녹는 4월이 되면 대성산의 절경을 보기 위한 등산객들의 발길은 더욱 잦아지게 된다.

이원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은 이곳 대성산에서 소풍을 즐긴 기억을 갖고 있을 만큼, 윤정리 주민뿐 아니라 이원면민의 사랑도 함께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성산 하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계곡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다. 주민들 사이에 큰 폭포라 불리는 비지제폭포를 비롯해 작은폭포, 방안폭포, 무릉폭포, 다람쥐폭포 등 그 이름들도 다양하다.

폭포뿐 아니라 대성산을 오르다 보면 절터를 비롯해 약수터, 선바위, 거북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1년 365일 같은 물줄기, 약수터 주위, 거북바위도 볼거리
지난달 16일, 윤정리 부르니 마을을 지나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바위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약수물은 1년 365일 끊이지 않고 항상 같은 양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질병을 앓아온 사람도 이 물을 먹고 병을 치유했다는 얘기도 전해질만큼 맑고 깨끗함을 인정받고 있지요"

부르니 마을의 금영은(48)씨는 "지금은 눈이 쌓여 인적이 드물지만 눈이 녹고 봄기운이 찾아들면 이곳에서 약수물을 떠가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곳 약수의 효험 때문인지, 아니면 신성한 기운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무속인들과 병을 치유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도 할 때 사용했던 촛대와 사발 등이 약수터 곳곳에 놓여있고 약수터 주변에 세워진 한 천막 안에서는 무속인의 기도소리도 들려온다. 또한 금씨는 이곳에 작은 절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고 전한다.

"30여 년 전에 이곳에 세워진 작은 절에서 마을 아이들과 놀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이곳의 경치가 아름다워 큰절의 시기를 받아 헐려버렸다는 얘기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씨의 말을 뒷받침하듯, 지금도 절을 둘러쌌던 돌 벽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 약수터에서는 거북이 모양을 한 바위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많이 부서져 그 형태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커다란 등판 앞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바위와 비지제 폭포, 폭포 아래까지 고드름 매달진 장관
약수터를 지나면 나타나는 것이 선바위다. 금씨는 이 높은 산중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선바위 전설을 들려주었다.

"두개의 바위 중 큰 바위는 한 장수가 옮겨다 놓은 것이고 작은 바위는 아낙네들이 앞치마로 옮겨놓았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선바위의 신비함도 잠시, 아래쪽 계곡에 도착하자 대성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비지제 폭포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날씨가 풀려 고드름이 많이 녹았지만 한 겨울에는 폭포 위에서 아래 부분까지 매달려 있는 고드름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록 물줄기는 가늘게 이어지고 있지만 30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폭포 아래쪽에 솟아있는 고드름 산, 계곡을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또한 폭포 주위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들을 감싼 어름조각들도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고 폭포 아래로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많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어 폭포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지제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작지만 그런 대로 폭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수량과 주위의 정취는 큰 폭포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작은폭포를 비롯해 이곳 대성산 계곡에는 10여개의 폭포가 가파른 산길 아래에 그 웅장한 모습을 애써 감추고 있다.

600년된 느티나무와 절터
폭포의 웅장함을 뒤로한 채 조금 더 산을 오르면 오래 전, 절이 세워져 있었다는 장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절을 둘러싸고 있던 돌로 쌓은 벽과 아직까지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기왓장, 그리고 600여 년 전부터 절과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던 느티나무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벼락을 맞아 속이 텅 비어 있지만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느티나무와 절터 주위에 빼곡이 들어서 있는 참나무들만이 옛 절터의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고, 절터에서 내려다본 이원면 의평리와 대성초등학교는 참나무 가지들이 지붕처럼 드리워져 있다.

이 절의 존재에 대해 기억하는 주민들이 없을 정도로 오래 전에 헐리었다고 전한 금씨는 "이곳은 속리산과 대치되는 곳으로 약수터에 세워졌던 절이 헐리게 된 이유와 같이 이곳이 흥하면 속리산에 있는 절이 망한다는 얘기 때문에 헐리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숯 굽던 굴, 금산과의 경계 깃대봉
유난히 참나무가 많은 대성산의 모습에서 예전에 이곳에는 숯을 굽던 장소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절터를 지나 좀더 오르면 숯을 굽던 굴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숯을 굽던 굴을 지나 대성산 정상에 오르면 금산과의 경계를 표시하는 깃대가 세워져 있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대성산 정상을 깃대봉이라 부른다. 깃대봉은 옥천군과 금산군의 경계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대청호의 수량을 측정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서쪽 산을 넘으면 금산, 북으로는 장령산 자락의 장찬리, 동으로는 속리산, 남으로는 영동 천태산의 영국사로 연결되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이곳은 네 지역 주민들의 통행로로도 활용되었다.

노후된 길, 하수시설 등 숙원
노인들을 위한 관광여행이나 경로잔치, 억척스러운 주민성으로 마을발전을 일구고 있지만 이곳 윤정리 주민들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원면내에서 윤정리가 가장 낙후되어있다는 것이 주민 대다수의 공통된 생각이다. 20여년 전에 건설돼 이제는 많이 손상된 도로와 함께 하수시설이 설치되어있지 않아 길에 생활폐수를 버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하나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묘목의 소득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묘목일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도 마을 주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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