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된다고? 잘 모르면 말을 말어'
'골프장 된다고? 잘 모르면 말을 말어'
100일 맞은 골프장 반대 천막 찾은 마을 원로들
'보상 받으려 싸운다는 유언비어 제일 화나'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2.06.01 10:55
  • 호수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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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반대 천막 농성 100일을 열을 가량 앞둔 지난달 16일, 반대 마을 원로들이 천막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겨울 끝에 시작됐던 동이면 골프장 건립 반대 투쟁이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들어섰다. 아기의 백일은 떡을 해서 돌릴 정도로 축하할 일이지만 골프장 반대 대책위 주민들에겐 차마 맞고 싶지 않았던 '아픈 백일'이다. 천막 투쟁 백 일째가 되는 5월29일을 며칠 앞두고 동이면 골프장 건립에 반대하는 마을의 원로들이 젊은 사람들을 응원하러 천막을 찾았다. 천막 근처 나무 아래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원로들은 '가장 화가 나는 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골프장 싸움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함부로 말하는 이들'이라며 '우리 마을들은 세상이 끝나도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어르신, 골프장 투쟁 100일이 다 되어 가네요. 천막 나와 보니 좀 어떠세요.
= 지양리 김홍열(77, 이하 김) 노인 회장:
기가 막히지요. 이제까지 농사도 못 짓고 젊은 사람들은 매일 천막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같이 지키질 못하니 참 나이 먹은 것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울 뿐이에요. 그래도 마을 노인들 모두 골프장은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마을 바로 뒤에다가 골프장을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죠. 절대로 여기는 골프장이 있을 수가 없지요.

= 현동리 유재영(83, 이하 유) 노인 회장:
우리 현동을 보면 골프장 주변으로 세 개 골짜기가 있는데 그 물이 다 현동으로 내려와요. 우리 부락 노인들이 이장님하고 회의할 때도 '지양리보다 우리 가문골(현동리의 옛 이름)이 더 피해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골프장이 안 되는 편을 들자' 그렇게 한 것이지요. 현동 노인회는 강원도에서 골프장 반대하고 있는 구만리도 다녀왔는데, 거기서 산을 파헤친 걸 보면서 '만약 말재 골짜기를 그렇게 파헤쳤다면 우리 가문골은 사람 못 산다, 토사가 순전히 가문골로 다 내려 올 텐데 가문골은 복개공사를 한 마을이라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 마을 완전 물바다 된다' 다들 그랬습니다. 지금 가문골에서는 골프장 되면 우리가 떠나야 한다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주민들을 뵈면 골프장 업체를 떠나 옥천군에 대한 원망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김: 당연히 옥천군 원망을 무지하게 하고 있지요. 면사무소, 군청 이런 관공서에서 주민들 돌봐야하는 것인데 오히려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주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믿고 살라는 말입니까.

= 유: 부락 주민들 전체가 옥천 관공서(옥천군)를 많이 원망하고 있어요. 주민들을 살게는 못할망정 이런 피해는 줘선 안 되지 않나 이런 원망 많이 합니다. (중략) 옥천읍에 나와 '골프장 된다 하던데'란 말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아요. 절대로 골프장이 될 수 없고 동네 피해가 그렇게 많이 오는데 말이죠. 그러면 '주민들은 강력히 반대 한다' 이야기합니다.

= 김: 골프장은 아직 시작도 못한 것이고 결국 안 될 것이라 믿지만 옥천읍에 나와서 그런 소리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쁩니다.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다 되어 간다는 둥'의 말을 들으면 기가 막혀요. 그러면 본의 아니게 말이 거칠게 나오고 그럽디다.

= 지양리 김오복(64)씨: 저는 옥천 시내 유지라는 사람들하고 입 다툼도 많이 합니다.

그 사람들은 동네 실정도 모르고 장비가 들어왔네 뭐 하네 허튼 소리를 퍼뜨리고 다녀요. 100일정도 천막을 치면서 옥천군에 대한 원망이 엄청 많아졌고 세월이 가면서 원망은 더 쌓입니다. 해결은 못해줄망정 옥천군이 (골프장 추진을) 부추긴다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이 끝나도 싸울 것이다 그런 다짐을 하게 되요. 내가 제일 기분 나쁜 건 보상 바란다는 소리예요. 보상을 생존권하고 바꾼다는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는 생존권을 걸고 막는 사람들입니다. 뜬소문만 듣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온갖 유언비어에 정말 괴로워요. 난 우리 손도 잘못 됐다고 봅니다. 군수님을 잘못 찍은 것이죠. 우리가 이렇게 하라고 찍은 게 아닙니다. '이 양반만큼은 잘 하시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우리네를 배신 때린다는 건 용서가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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