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보다 어려운 신문끊기
담배보다 어려운 신문끊기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02.03 00:00
  • 호수 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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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의 만평
신문끊기, 이거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닌가 보다. 오죽하면 담배끊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다 나왔을까.

`에이 설마 담배보다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처럼 이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들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바로 신문끊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면 믿겠는가?

신문배달원을 붙잡아 담판을 짓기 위해 꼭두새벽 대문앞 잠복근무(?) 무용담 정도는 널려있다. 하루나 이틀 잠복근무로 끝장낼 생각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게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딱히 정해진 시간에 오는 것도 아니고 문앞에서 며칠 서성대다 보면 언제 놓고 갔는지 귀신 곡할 일이 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좋게 배달원을 만나도 본 척 만 척, 약올리 듯 도망가는 꼴을 보면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약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

`새벽부터 당했다'는 심한 불쾌감과 함께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가 솟구치는 경험을 맛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단계를 거쳐 시작된 잠복근무가 보름을 넘기고 한 두달, 또는 그 이상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며 여기에 `배달원을 잡으려고 자동차를 동원하기도 했다'는 등 스릴 만점의 경험담까지 가세한다.

이거 아프리카 오지 탐험 얘기가 아니다. 최첨단을 얘기하고 21세기 미래를 강조하는, 바로 우리 옥천얘기다. 오늘 새벽에도 우리 이웃이 당한 일이며 이대로 두면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그래서 주민 다수가 아주 심각하게 골머리를 앓는 민원성 숙원사업(?)이라는 얘기다.

여러분은 혹시 `중지 거부'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가? 이 말은 독자가 `보던 신문을 끊겠다'고 신문지국에 배달 중지를 요청하면, 이를 받은 신문지국 입장에서 `거부한다'는 의미로 이들이 애용하는 말이다.

소비자가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산다는 데 가게 주인이 `싫다' `안된다'고 우기며 기어코 그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꼴이다. 이게 바로 중지거부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독자를 두렵게 아는 신문이란다. 웃다가 뒤로 자빠질 일이 이처럼 매일 아침 벌어지고 있는데도 독자를 무섭게 아는 신문이란다. 독자를 우습게 아는 신문이 아니고서야 이럴수는 없다.

결론은 신문지국의 이 따위 무지막지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느냐'다. 당연히 있다. 알고 보면 길은 가까이 있는 법이다. 어려서 얼핏 들은 적이 있는 `상대방 따라두기 바둑'을 생각하면서 다음의 방안을 제시해 본다.

시키지도 않은 자장면이나 치킨이 신문지국에 매일 배달된다고 가정해 보자. 아니 실천해 보기 바란다. 꼭 자장면이나 치킨이 아니면 어떠랴? 구독중지를 요구하는 독자가 취급하는 상품이면 무엇이든 좋겠고 상업에 종사하지 않는 독자라면 쓰다 버릴 중고품도 괜찮겠다.

안 본다는 신문이 배달될 때마다 자장면, 치킨 또는 자동차, 중고 물품을 해당 신문지국으로 배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몫돈이 될만한 적당한 시기에 대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신문지국의 못된 버릇은 순식간에 고칠 수 있다. 아니면 신문지국에 배달된 자장면, 치킨, 냉장고, 선풍기, 자동차 등이 수북히 쌓여 간판을 바꿔 걸어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 방법이...

새 해엔 신문 아니라 어떤 상품이라도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선택권을 찾아가는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독자를 우습게 보는 신문 정도는 언제든 끊고 싶을 때 쉽게 끊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옥천을 만들고 또 지금 거창하게 얘기되는 언론개혁을 이룰 가장 확실한 밑거름이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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