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골프장 반대 시위 나선 오규석 기장군수
<인터뷰>골프장 반대 시위 나선 오규석 기장군수
훼손된 자연, '천년만년 지나도 절대로 복구 못해'
골프장, 관광인프라가 아닌 관광기반 파과 결과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2.02.03 10:35
  • 호수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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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지 며칠 지나지 않아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부산광역시에 속한 기장군의 군수라는 사람이 상급 자치단체인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장의 골프장 허가 결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오규석(무소속. 54) 기장 군수가 그 주인공이었는데요, 오 군수는 민선단체장을 처음 뽑았던 지난 1995년 당시 남해군수로 당선된 김두관 현 경남도지사와 함께 36세의 나이로 민선1기 군수에 당선돼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한의사 출신으로 민선1기 군수를 마친 뒤 마흔도 안된 나이로 자치행정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그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무소속 군수로 다시 기장군민들 앞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민선1기 때 그랬던 것처럼 기장군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사업자와 부산시청을 상대로 힘겨워 보이는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군수를 그만 둔 뒤로 기장군에는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세 곳이나 생겼는데도 말입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골프장과 싸우고 있는지 들어 봤습니다.

▲ 오규석 기장군수 <사진: 황민호 minho@okinews.com>

△ 골프장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자. 오 군수는 도대체 왜 골프장을 싫어하는가? 행정수장인 군수가 그래도 되는가?
= 대한민국 지자체장 들 중에 골프장 반대하는 사람은 아직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심한 경우는 나에게 또라이라고, 좀 점잖은 분들은 상식이 없다거나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내가 무슨 소리를 듣던 간에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첫째, 골프장으로 기존 숲과 자연환경이 훼손되면 이 상태는 천년만년을 간다. 사람들은 가장 반환경적 시설이라고 하면 원자력발전소를 떠올린다. 근데 원자력발전소는 일정한 사용기간이 지나면 안전을 위해 폐쇄 조치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골프장은? 골프장 폐쇄됐다는 얘기 들어봤나? 둘째, 골프장에서는 맹독성 농약을 살포하는데 이게 바람이 불면 사방팔방 근처로 다 날아간다. 기장은 청정지역이다. 토마토, 양파, 쪽파, 장안 배, 일일이 말하기도 힘든 청정농산물들이 많이 난다. 가락동 도매시장 가봐라. 전국 최고로 손꼽히는 미나리가 있다. 골프장 옆에서 재배된 미나리 기자님은 사서 드시겠나?

△ 그래도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많은 지자체들이 골프장을 관광인프라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세수도 늘어나지 않나? 민원무마를 위한 것일 수 있지만 골프장 사업자들은 근처 마을 주민들을 고용하겠다는 약속도 실제로 한다.
= (관광인프라 이야기가 나오자 오 군수는 한참을 허탈하게 웃었다)맞다. 골프장을 관광인프라라고 이야기하는 주민들도 있고 공직자들도 있다. 골프장이 뭐가 됐든 골프장이 필요한 자치단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골프장을 관광산업, 관광인프라로 생각하는 것 자체는 완전허구다. 골프장을 환경산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던데 말은 바로하자. 골프장은 환경파탄사업이다. 지역의 관광인프라가 아니고 지역의 기존 관광인프라를 완전히 떡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기장군이 218평방키로미터다. 부산광역시 1/3 면적으로 350만 부산시민과 울산 100만 시민이 주말이면 기장의 맑은 공기와 푸른 숲, 청정바다를 찾아 줄을 잇는다. 이 사람들이 찾는 숲을 파괴해서 골프장 만들면 그때부터 골프치러 오나? 기장은 이웃 대도시의 허파다. 기장군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 허파에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내가 군수를 그만두자 기장에도 골프장이 3개나 생겼다. 그 골프장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계곡에서 나오는 두 물줄기가 만나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골프장 쪽 계곡은 물고기가 없다. 이 물에 고기가 다시 살도록 할 방법이 있나? 수천억을 들이면 그 계곡을 물고기가 살도록 복구할 수 있나? 친환경골프장 어쩌고 하는데 실제로 한 번 가보셨나? 고용유발 어쩌고 이야기 하는데 골프장 들어오면 그 주변에서 생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다 쫓겨난다. 일자리 유발이 아니고 파탄이다. 세수증대는 (웃음) 재산세 이야기 하는 건데 골프장 안들어와도 땅 주인들이 재산세 다 낸다. 무슨 세수가 증대되나. 완전 허구다.

▲ 오규석 군수가 부산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사진출처: 오마이뉴스>

△ 기장군 골프장 현안으로는 만화리 마을 근처에 조성이 추진되는 골프장 시설 문제가 언론에 부각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되고 있나?
= 세 가지 점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해당지역은 정부가 예산을 들여 복원중인 백두대간의 용천지맥과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격거리가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는데 환경청 등 인허가부서에서는 해당 규제가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적용에 소극적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며칠 전에 찾아가서 환경청의 목표가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해당지역 인근에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종합영화촬영소도 이주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확정된 사업인데 여기에 근무할 사람들은 경기도에서 기장군으로 이주하는 일이 처음부터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골프장까지 들어오는 판이니 골프장 시설을 핑계로 이주를 못하겠다고 나선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다. 부산시는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들자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골프장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지역 바로 인접한 곳에 정부와 부산시, 기장군이 주민이 즐길 수 있는 휴양림을 조성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접근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도로 한쪽에서는 골프장을 만든다고 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쪽에서는 휴양림을 조성한다고 돈을 들이고 있으니 황당하고 개탄스러운 일 아닌가? 이것이 골프장을 둘러싼 행정의 실제다.

▲ 오규석 군수의 방에 걸린 글귀 <사진: 황민호 minho@okinews.com>
△ 그렇다면 도대체 기초나 광역 지자체 장들이 왜 골프장에 목을 맨다고 생각하나?
=(편집자. 오 군수는 기자가 이 질문을 하자 골프장 추진과정에서 골프장 개발업체와 단체장 사이에 어떤 관계들이 형성되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이야기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오 군수의 요청에 따라 비보도 처리키로 했음을 밝힌다.) 많은 기초단체장들이 골프장 사업계획을 입안하면 광역단체의 인세티브가 따르기 때문에 이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로 말씀 드리겠다.

△ 단체장인 군수가 골프장 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자로서 지켜야 할 중간자의 역할, 균형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 않나?
= 무슨 중간자를 말하나? 나라의 이익과 기장군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군수는 당연히 기장 군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좇아야 할 책임이 있다. 부산광역시의 이익과 기장군의 이익이 상충될 때 기장 군수는 당연히 기장군의 이익을 좇아야 한다. 이걸 하지 않을 것이라면 지방자치를 뭐하러 하나. 그냥 지방자치 할 필요 없이 관선으로 중앙에서 파견하거나 부산시에서 기장 군수 파견해서 행정하면 된다. 그런데 돈들여서 지방자치 하는 이유가 뭔가? 주민들 보고 군수 뽑으라고 하는 이유가 뭔가?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벌써 십 수 년을 넘었지만 많은 공직자들은 아직도 풀뿌리 지방자치가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조차 모르고 과거 권위주의 행정, 관선시대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기장군이 골프장 사업 협조 안한다고 늘 불만이다. 근데 기장군과 부산시가 기능적으로 상하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대등한 주체라는 생각조차 못한다. 안타까운 관선시대의 잔재다. 협조 협조하는데 기초가 정말로 절박한 상황에서 광역이 내 일처럼 협조하는 경우는 잘 없다. 기초가 맨날 협조하지.

△ 언론에서는 오 군수 활동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거나 인기영합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 골프장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나? 공직자고 주민이고 할 것 없이 처음에는 골프장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다가 얼마 안가 다 골프장 업체 편이 된다. 골프장 근처 마을들도 처음에는 죽기 살기지만 이론적 무장이나 확신이 없기 때문에 업체가 열심히 설득하면 거의 사업에 협조한다. 대부분 주민들 역시 시에서 한다고 하고 군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 골프장 반대하다가도 다 따라간다. 지역이 입게 되는 피해가 뭐가 됐든 골프장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걸 따라가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는 단체장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골프장에 반대하고 있고 이 판단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군민들의 동의를 끌어낼 책임을 다할 뿐이다. 군수로서 내가 가진 모든 권한과 자격, 의지를 다 동원해서 기장군에 더 이상 골프장이 개발되는 것을 막을 것이고 기장군민의 이익에 반하는 부산시의 횡포에 맞서 싸울 것이다.

△ 대단히 유익하고 재미있는 인터뷰였다. 오 군수께서는 군수로서 행정의 기준으로 삼은 바가 무엇인가?

= 세종대왕께서는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실 때 노비나 감옥의 죄수, 외로운 노인과 버려진 아이들이 그 결정으로 인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아픔을 먼저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하셨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먼저 고민하셨다. 신문에서 본 이 글귀가 너무 좋아 기장 군청 구석구석에 도배를 하는 심정으로 참 많이 걸어뒀다. 주민의 생존과 이익, 행복이 군수로서 내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다. 나에게 주민은 하늘이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의사에게는 환자를 보는 관이 있듯 군수인 나는 행정의 관으로 주민이 하늘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훼손하고 난개발해서 돈 벌어서 뭐하나. 이웃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모두가 이야기하는 복지도 복지를 통해서 주민들이 행복할 때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나도 골프장 허가 해 주고 좋게 좋게 남들 하는 만큼 적당히 하면서 군수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의사로 환자를 볼 때 나 군수로 주민을 섬길 때나 그리 살지 않았기 때문에 타협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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