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토론회>주민자치 없는 옥천군 골프장 행정에 '근조'
<동이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토론회>주민자치 없는 옥천군 골프장 행정에 '근조'
'업체와 비밀 양해각서 체결, 공공성 없는 사업 특혜주기 의혹 해명해야'
군, '지역경제 유발효과 근거 업체가 제공', 업체 '준적 없다' 망신 당해
19일 다목적회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12.01.20 11:27
  • 호수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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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주민연대와 (사)대청호보전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동이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토론회'는 지난해 연초부터 시끄러웠던 골프장 관련 사안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첫 토론회이다. 1년 여 동안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던 옥천군은 이 날 토론회에도 담당팀장만 보냈고 팀장은 토론 내내 '실무자라 책임있는 말할 위치가 아니라 답변을 못 드리겠다'는 대답으로만 일관해 주민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동이면 지장리와 석탄리 주민 일부는 상복을 입고 나와 '골프장 반대'에 대한 강한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19일 오후 2시 군 다목적회관 5층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관객석을 다 메울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회에서는 주민들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공공성이 전혀 없는 골프장 관련 업자와 비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에 대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골프장 건설시 발생되는 지역경제 유발 효과에 대해서도 군 공무원은 업체 측에서 자료를 받았다고 하고, 업체 측에서는 '준 적이 없다'고 발언해 옥천군 행정의 심각한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곧 민선 5기의 독선과 아집, 관치시대보다 더한 행정, 심각한 소통장애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편, 찬성 측 주민토론자로 황기백(동이면 석탄리) 주민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이 날 나오지 않았고 금강유역환경청 조상대 환경평가과장도 거듭된 참석요청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 있었다. 다음은 이번 토론회 중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 일시 : 1월19일 오후 2시, 옥천군 다목적회관
△ 좌장 : 주교종 대청호 주민연대 사무국장
△ 토론자 : 김덕영(동이면 지양리 이장), 김종만(동이면 지양리 주민), 신한중(대청호 주민연대 대표), 고은아(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염우(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강명(관성개발 관리실장), 장동주(관성개발 전무), 이찬호(군 도시건축과 팀장)

▲ 19일 열린 골프장 토론회는 방청석 전부를 메울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상복을 입은 지양리 석탄리 주민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신한중 : 저는 골프장 추진 관련 지난해 12월 쯤 알았는데 어떻게 옥천군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골프장 건설 업체와 밀실에서 비공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수 있는가? 주민자치 1번지라고 내걸면서 주민들도 모르게 체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 소통이 상당히 부족했다.

이강명 : 제가 관성개발 옥천향수골프장 주민제안자로서 2009년 7월 수질보존대책지역 일부가 해제되어 골프장 입지가 가능해지면서 옥천군에서 골프장 가능부지를 찾아서 사전검토와 제반법적 조건을 알아보고 2010년 하반기 법인을 설립했다. 2011년 6월에 투자증권회사와 투자계약을 맺고 7월에 옥천군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개발사업 특성상 계획단계부터 주민들과 공유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서울 인근에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주민들과 공유하고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이 계획이 미리 공유되었을 경우 토지 매입 자체가 불가능해 사업 추진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희가 옥천군에 비밀유지약정을 요청했고 옥천군이 이를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면서 투자협약이 체결된 것이다. 1천억 이상 투자되는 현실적인 사업에 주민들과 사전공유는 사실상 어렵다. 민간 기업의 한계를 양해해달라.

김종만 : 옥천군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더구나 군이 관여하는 일인데 어떻게 주민들이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마을 주민들은 몰랐다. 단연코 주민과의 합의가 먼저여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사업이다.

주교종 : 1천억이상 투자되는 사업인데 옥천군은 단지 업체의 의견만 존중해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옥천군이 골프장건립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분명 골프장으로 훼손되는 지역의 주민의견은 무시당한채 형평성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결국 옥천군이 업체와 같은 이해관계를 지녔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찬호 : 실무자로서 이 건에 대해 말할 위치가 아닌 것 같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겠다.

염우 : 십 몇 년전 청주시에서 밀레니엄타운을 조성한다고 18만평의 절반에 골프장을 하려다 결국 백지화된 사례가 있다. 이것도 공공사업의 절반을 민자로 골프장을 유치한다고 말들이 많았는데 순수 민간에서 하는 옥천 골프장 사업에 옥천군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줬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이 사업이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확보될 수 있는 영역이 있기는 한가? 분명하게 이 골프장 사업은 옥천군이 특정업체에 특혜사업을 줬다는 오인을 받을 수 있다. 옥천군은 이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장동주 : 지난 4월 낙후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옥천군이 신발전지역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옥천군의 신발전지역 사업계획을 보고 우리가 지으려 하는 골프장이 유용하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전혀 민간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한 것은 아니다. 미리 공개되지 못했고 호소력있게 가지 못했지만 골프장 입지가 가능해지면 주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겠다.

▲ 친환경골프장을 건립하겠다고 말하는 관성개발 이강명 실장

농약 범벅 골프장 잔디, 나무는 산업폐기물

주교종 : 골프장 입지 지역은 대청호 상류지역으로 환경오염 가능성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고은아 :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씨가 골프장 직원의 증언을 듣고 쓴 글을 대신 읽어주겠다. "일년에 제초제를 두 세차례 전면 살포하는데 제초제는 모두 맹독성 농약이다. 그게 다 씻겨 내려가 골프장 집수장에 모인다. 골프장에서 자라는 잡초나 잔디, 나무 등은 산업폐기물로 분류한다. 화학약품과 비료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골프장 잔디나 나무 등은 창고 등에 보관했다가 폐기물 업자 불러서 처리해야 하는데 그냥 매립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골프장 집수장에 모인 물은 밖으로 유출 못하게 돼 있지만 비오거나 밤에 무단 방류를 하기도 한다. 연못 밑바닥의 밸브를 열어 바닥에 쌓인 온갖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니 골프장 주변 하천이 다 썪는다. 야간에 라이트 시설을 하니 해충들이 날아든다. 나무든 잔디든 약을 더 많이 쳐야 한다. 살충제나 살균제는 지면 아래 1cm까지 푹 젖도록 친다. 벌레가 죽어야 하니까. 일년 내내 하루에 평균 한번은 친다고 봐야 한다. 골프장에서 하도 물을 쓰니 물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인근에 식수나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 골프장에서 관정을 깊이 박아서 물을 끌어올려 쓰니 물이 다 마르는 거다. 우리 골프장 오픈하고 일년 뒤부터 주변 농지 농업용수가 다 말랐다." 골프장 환경피해는 이처럼 적나라하다.

장동주 : 골프장에서 쓰는 농약에도 편차가 많다. 어느 골프장은 많이 쓰기도 하지만 어느 골프장은 적게 쓰기도 한다. 일반화하긴 어렵다. 눈속임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제대로 감시해달라. 관계용수 확보도 지하수가 아닌 강우나 강물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이강명 : 골프장을 구조적으로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 설계와 시공, 운영단계까지 환경적으로 오염이 안 되도록 모든 것을 공개하고 조언을 듣고 적극 반영하겠다. 야간경기 운영도 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된 만큼 야간운영을 하지 않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 다만, 라이트 시설은 할 방침이다. 일과시간 내에도 어두워 경기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방청객 중 정진국(옥천읍 수북리)씨가 골프장 토지수용 관련 주민과 종중동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골프장 지역경제 유발효과 근거 '아무도 몰라'

주교종 : 골프장 사업 추진 관련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지난해 7월15일 군의회 임시회 업무보고에서 군 도시건축과는 골프장이 완공되면 연간 5만여명의 주민 고용과 20억원 규모의 세수 증가, 600억 수준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밝힌바 있다. 이는 어디서 나온 근거로 말을 한 것인가?

이찬호 : 신문 인터뷰에도 나왔지만 업체에서 제공해 준 자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강명 : 우리(관성개발)는 자료를 만들어 준 적이 없다.

주교종 : 군은 업체가 만들어줬다고 하고 업체는 만들어 준적이 없다. 그러면 이 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옥천군 행정의 심각한 장애가 생긴 것 같다.

장동주 : 골프장이 만들어짐으로 연간 지역에 뿌려지는 돈은 약 60억원 가량이라 생각한다. 골프장을 운영경비가 대략 그 정도 되는데 이것은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하고 고용하며 할 것이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한다.

염우 : 대청호는 대전, 청주를 포함한 충청권 주민의 식수이다. 대청호 상류지역 바로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하류지역 주민들이 물이용 부담금 납세 거부 운동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현재 상류지역 옥천에서 받는 주민지원사업비와 댐주변 지역지원사업비를 합하면 80억원 가량 된다. 청정 옥천의 이미지를 지켜가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제도적으로 댐주변지역지원사업비를 더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옥천군은 주민을 위해서 무엇을 택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덕영 : 골프장이 생기면 우리마을(지장리)에 어떤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 마을 바로 위에 골프장이 생기는데 어떻게 마을 주민들 모르게 추진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주교종 : 골프장은 지역공동체를 파괴시킬 우려가 있다. 방청객 중에서 이에 대해 말씀을 해달라.

▲ 울분을 참지 못해 말을 못 잇는 지양리 김덕영 이장

민선 5기 독선, 골프장 행정서 드러나

오한흥 : 골프장의 경제성, 환경성을 논하기 이전에 김영만 군수의 자치와 관치가 정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김 군수는 '자치'라는 우회전 깜박이를 해놓고 '관치'로 좌회전하고 있다. 딱 사고나기 십상이다. 자치는커녕 군수의 독선으로 관치시대보다 더 하게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군수는 이 지점에서 과감하게 용단을 내려야 한다. 주민을 배제해놓고 어떤 것을 추진한 들 잘 될 수 있겠나?

▲ 안터마을 박효서 이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효서 : 50만평에 가까운 골프장의 부지는 어마어마하다. 하다가 중단되면 그야말로 인공 재앙이다. 이런 사업을 옥천군이 업체와 비밀 투자계약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다.

정진국 : 11월 말까지 주민동의 80.5%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후인 12월 초에도 토지를 매입해달라고 업체 측에서 왔다. 또 종중 땅의 경우 종중 규약에 맞게 과연 땅을 매입했는지도 의문이다.

이강명 : 우리는 절대로 강제 토지 수용은 하지 않겠다. 12월 초에 만났던 것은 신청서 제출 이후에서 협의 매수를 하기 위해 계속 설득한 것이다. 종중 땅은 종중 규약에 맞게 신청서를 접수했다.

염우 : 제가 얼마 전 안터 겨울문화 체험장에 빙어를 잡으러 왔었다. 앞으로 골프장이 생긴다면 여기에 빙어가 제대로 살겠으며 누가 빙어를 잡아먹겠는가? 이 골프장 문제를 충북생명평화회의와 금강유역환경회의에 의제로 상정해 계속 논의하고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주교종 : 골프장 관련 토론회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당당히 요구하는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지속적으로 벌려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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