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2년 전 어느 뜨거운 여름 날
<기자의 눈>2년 전 어느 뜨거운 여름 날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12.30 10:58
  • 호수 11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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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13일. 이날은 옥천군 주관으로 옥천읍 귀현마을 주민 대상의 경축순환자원화센터 주민설명회가 열린 날이다. 녹아내릴 듯 뜨거운 태양아래 진행된 이날 설명회는 날씨만큼이나 강렬한 주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는데 그 이유는 옥천군이 2007년 4월 귀현마을에 경축순환자원화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하고도 2년을 넘게 주민여론수렴을 방치했다가 사업이 코앞에 닥치고서야 여론에 밀려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아주머니 한 분이 그 자리에서 실신했고 그 안타까운 장면은 그 주 옥천신문 1면 사진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이날 주민설명회 현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현장에 있던 한용택 군수 이하 공무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주민들 앞으로 나와 귀현마을 집단민원의 본질에는 옥천군의 잘못된 주민여론 수렴절차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지역과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가장먼저 주민들의 의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도 필요한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하는 말버릇으로 주위사람들의 불평을 사곤 하는데 그날도 일부 주민으로부터 '너무 길다. 그만해!'라는 항의를 받으며 기자를 안타깝게 했다. 어쨌든 기자는 그날 집단민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던 그가 지역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내심 바랐다. 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그는 '자치1번지'를 구현하겠다며 군수로 당선됐다.

그러나 기자가 당선 후 1년6개월을 지켜본 바로는 그가 애타게 구현하고자 하는 바는 그의 가장 중요한 약속인 군정의 민주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대신 대청호 유람선 띄우기와 골프장 만들기로 최대의 목표를 변경한 것 같다. 돈 있는 사람들이 유람선타고 금강의 비경을 감상한 뒤 27홀 골프장에서 몸을 풀고 교동리에서 육 여사의 향기에 취해 돌아가는 낭만적인 그림을 꿈꾸는 듯 보인다. 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미 수천만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취수탑을 옮기면 배를 띄울 수도 있겠다는 비책을 구입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흔들림 없이 골프장 개발업체와 비공개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그런데 이 낭만적 풍경화가 옥천의 99%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에 무슨 위로를 줄 수 있을지 차치하고라도 김 군수가 2년 전 여름 뙤약볕 아래서 기자를 감동시켰던 주민여론수렴의 기본조차 빠져 있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다가올 여름 골프장 사업에 반대하는 동이면 주민들 앞으로 당당하게 나가 지역과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가장 먼저 주민들의 의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또박또박 발언할 이는 또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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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재 2011-12-30 23:34:58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른 이유 없는 입장 선회와 시류 편승이 비판의 본질이지
주민들과의 소통 먼저에 비판의 방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고장에는 그 반대의 경우인 오한흥 이진영씨 같은 분들도 있는데 아쉽습니다.

souljung 2011-12-30 16:08:53
옥천군은 골프장과 대청호 유람선에 왜 그토록 목을 매는가?
일반 주민들에게 골프장과 유람선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 많이 오면 그렇찮아도 좁은 도로 더 복잡해지고 각종오염만 심해 질 텐데......
1966년도 옥천군 인구는 11만 2094명이었다.반면 공무원수는 계속 증가 현재 700명대에 이르고 있다.옛날 호적계에서는 호적초본등 모두 손으로 썼는데도 공무원수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세수 늘려 조직 몸집 키울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