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리 골프장 반대운동 본격화
지양리 골프장 반대운동 본격화
사업제안 접수 맞춰 주민들 반대 서명운동 시작
축구장 160개 면적에 환경단체 들도 촉각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12.15 23:41
  • 호수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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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골프장 시행업체인 관성개발(주)이 사업 인허가를 위한 첫 단계로 토지매매계약서 등이 포함된 주민제안서를 옥천군에 제출했다. 이에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주요시설이 들어 설 것으로 알려진 동이면 지양리 주민들이 골프장사업 반대서명운동 등에 나서며 동이면 골프장 사업을 둘러싼 주민과 골프장업체의 갈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한 충북 및 대전지역 환경단체들 역시 축구장 160개 면적의 골프장이 대청호 수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동이면 골프장 조성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번 사업이 대전, 충북권 전체를 포괄하는 환경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골프장 사업에 대한 주민의견청취 업무 등 이 사업의 인허가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인 역할을 취해야 할 옥천군이 골프장을 주제로 진행된 방송인터뷰에서는 '옥천군에는 골프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는 등 사업의 필요성을 두둔하고 나서며 구설에 오르고 있다.

■ 주민들, "군수님 우리 말 좀 들으시오"

동이면 지양리 주민들은 골프장이 조성될 경우 마을이 수백 년 간 유지해 온 삶이 송두리째 파괴될 것이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자체가 사람이 걸어서 오르지도 못할 만큼 경사가 심한 산을 바로 접해 형성되어 있는데 마을과 산의 경계를 이용해 골프장을 설치한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을 몰아내고 골프장이 들어오겠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마을 아래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금강이 흐른다는 점을 들어 골프장 입주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양리 주민 황아무(59)씨는 "대한민국에서 마을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고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식수원하고도 가장 가까운 골프장을 옥천군이 만들려고 나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민 김아무(76)씨도 "지양리 사람들은 이제 다 늙고 힘도 없어서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자리에서 그대로 죽을 생각"이라며 "내가 뽑은 군수가 주민들이 왜 골프장을 반대하는지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양리 김덕영 이장은 "골프장이 들어온다는 땅은 마을 바로 위로 붙어서 마을을 빙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골프공을 피해가면서 살아야 할 판"이라며 "지금 우리처럼 골프장에 직접 노출된 주변 마을들을 시작으로 동이면민 전체를 대상으로 골프장 반대서명운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발은 동이면 골프장 근처 주변마을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동이면 석탄1리 안터마을 박효서 이장은 "최근 주민들이 모여 골프장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1명의 주민을 제외한 주민 전체가 골프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모았다"며 "골프장 면적만 금강 변으로 160헥타르를 넘는 다는 것은 상상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아직 그 파장을 실감하지 못하는 주민도 있지만 점차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터마을 주민들은 당장 전국 최대서식지를 자랑해 온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 문제와 고지대 골프장이 저지대 마을에 미칠 영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 동이면 지양리 마을회관에서 한 주민이 골프장이 들어 설 곳으로 알려진 마을 뒤쪽 임야를 가리키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의 생존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 환경단체, "옥천군, 신중해야 할 것"

한편, 동이면 27홀 골프장 조성을 둘러싼 사업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북과 대전지역 환경단체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금강 하류지역 주민들이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해 마련한 재원으로 매년 700억 원 가까운 수계기금이 조성되고 옥천군에도 매년 60억 원 정도가 배정되는 상황에서 상류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상수원 보호구역 근처에 대규모 골프장 조성에 나서는 것은 자칫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강수계에서는 이미 하류지역 주민들의 물이용부담금 거부운동이 시작됐지만 다행이 이런 움직임이 금강수계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 근처에 대형골프장이 추진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이유이건 간에 하류지역의 반발을 불러 올 가능성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추진 여부에 대단히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처장은 "아직 지역에서 동이면 골프장문제로 환경단체들의 협조를 요청해 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이 문제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환경단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충청북도도 인허가 과정에 관련되어 있는 만큼 조만간 주민들과 협의한 뒤 대응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옥천군, '무조건 한다?'

지난 6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골프장시설에 대해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체육시설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열흘 뒤인 7월11일 골프장 시행업체와 비공개투자협약을 체결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옥천군은 최근까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옥천군 관광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골프장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옥천군의 이 같은 태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공익시설이 아닌 민간시설로서 지방자치단체의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 된 골프장을 마치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인 것처럼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옥천군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지난 7일 방영된 청주MBC 시사매거진 '창'에 출현해 "현재 옥천군 여건을 보면 이런 기회에 이런 것(골프장)을 안하면 (앞으로도) 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옥천군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이와 같은 태도와 관련해 "신발전지역 사업으로 골프장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군수님을 비롯해 옥천군의 입장이다"며 "물론 앞으로 진행될 인허가 과정에서는 담당부서에서 법규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옥천군의 이 같은 태도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공무원은 "주민민원이 있는 민간시설 사업을 놓고 지자체 공무원이 시설이 필요하니 마니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잘못되었다고 본다"며 "골프장사업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골프장이 필요한지 안한지를 떠나서 이미 지역에서는 이 문제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공직자들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업체가 제출한 주민제안서류를 검토하는 군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현재 업체가 제출한 토지 매매계약서가 사업면적의 80%를 실제로 넘는지를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군이 밟아야 할 인허가 과정은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김윤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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