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민선5기와 한미 에프티에이(FTA)
<데스크 칼럼>민선5기와 한미 에프티에이(FTA)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11.04 09:48
  • 호수 11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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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독자 한 분을 만났다. 기자는 누구를 만나도 요즘 사는 이야기로 첫 대화의 서먹한 분위기를 달래는 편인데 돌아오는 첫 마디부터 깊숙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살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에요. 옥천읍에서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하고 차분하게 앉아서 얘기 좀 해봤어요? 식당들 매출 떨어지는 거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그동안 잘됐던 식당들도 매출 반토막 맞은 집 여러 집이고 옥천에서는 무조건 통한다던 속칭 개업 빨도 이제 안 통한다는 정도에요. 그래도 옥천이 보은이나 영동보다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았잖아요. 근데 이제 영동만 못하다는 이야기들 많이 해요. 작년 6월에 군수도 새로 뽑았잖아요. 올 초까지만 해도 뭔가 달라지겠지 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 사라진지 오래예요. 뭐가 있어요? 옥천에 뭐하나 새로 들어오는 것도 없고, 만날 인구만 팍팍 줄어들고, 이제 옥천읍에 아파트값도 올라서 이사 오려던 사람도 다시 다 나간다는데. 주말에 시내 한 번 나와 봐요. 말이 필요 없어요."

옥천읍에서 장사하시는 독자들에게는 이제 '요즘 괜찮으세요?'라고 묻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그냥 그렇죠'라든가 '괜찮습니다'는 식의 예상답변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자가 인사로 묻는 '요즘 어떠세요'는 듣는 독자들에게는 기사를 써야 할 심각한 질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만큼 불경기가 극심하다는 말이다.

독자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자. "옥천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고, 국회의원부터 군수까지 죄다 뭐라도 들여올 능력도 없으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아닙니까. 더 이상 옥천 돈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야지요. 공무원들 절반 이상 대전 살면서 대전에다 돈 쓰는데 그거라도 옥천에서 돌게 해줘야지 그것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못하겠다면 도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그냥 앉아서 나오는 월급이나 타먹겠다는 얘기지."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시리라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지역경제는 활력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고 있지만 우리고장의 정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김영만 군수가 내건 '10만 자족도시 옥천'의 민선5기 군정 목표는 군청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신랄한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지역의 상권을 보호하고 인구의 유입을 촉진하며 전통적 기반산업인 농업을 진흥할 책임, 생색내기가 아닌 실제로 지역주민의 고용을 보장할 기업을 유치할 책임들이 지금 우리 고장의 정치에 강력하게 요구되는 책임들이지만 여전히 성과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못해 처참하다. 그런데 지금의 이런 불경기의 먹구름이 시간이 지나면 물러나고 그 자리를 따뜻한 햇살이 비춰 줄까. 기자는 이번 주 '한미 에프티에이(FTA)'가 몰고 올 파국을 예상하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내년이면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으니 에프티에이 문제만큼은 새로 구성될 중앙정치가 지역과 서민의 입장에서 풀어 주리라 고대했지만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렇게 국내농업과 영세 자영업계, 중소기업 등에 일찍이 없던 지진해일을 몰고 올 미국과의 협정 국회비준이 임박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활동 중인 지역정치인 중 누구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물론 협정이 비준되고 효력을 발휘하면 지역 정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미에프티에이 때문에 어렵게 된 것을 어쩌겠느냐"고. 하지만 이 협정이 10만 자족도시는커녕 1만 자족도시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음을 미리 아는 것도 중앙과 지역을 막론한 정치인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이 지면을 빌어 그들에게 귀띔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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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11-11-10 09:50:54
백기자님 기사 늘 잘 보고있습니다. 지적하신 한미 FTA 뿐만 아니라 끊이지않는 지역현안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런지요? 책임질 사람이 없는 옥천, 이는 뒤짚어말하면 권한행사만 하겠다는 그야말로 파렴치하고, 무지한 리더아닌 리더들이 들꿇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백기자님의 귀띔이 과연 먹혀들겠습니까? 답답해서 한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