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수도관 식수 공급 파문
철거 수도관 식수 공급 파문
군, 예산 들여 새 관 묻고 노후관으로 수돗물 급수
충북도 '있을 수 없는 일', 군 상하수도사업소 '불가피'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8.26 09:58
  • 호수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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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이 옥천읍을 포함한 우리고장 주요 급수가정에 철거대상 노후관을 이용해 급수를 해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보통 땅속에 묻혀있는 상수도관은 사용기간이 일정기간 경과 후 노후관으로 분류되면 신형 상수도 관으로 교체된다. 하지만 옥천군은 상수도관을 신형으로 교체한 뒤에도 가정용 급수관을 새 관과 연결하지 않고 노후관과 연결된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경우 맑은 물로 정수과정을 마친 수돗물도 가정에 공급되기 전 노후상수도관을 거치며 2차오염이 일어날 수 있으며 누수로 인한 예산낭비도 피할 수 없게 된다.

◆ "노후상수도관 이용, 방치하고 있다"

문제는 수돗물의 2차 오염과 누수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철거되거나 폐기되어야할 노후 상수도관들이 관련 공무원들의 묵인 속에 가정에 급수되는 상수도망으로 버젓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

상수도 공사분야 전문가로 이 같은 문제를 제보한 주민 A씨는 "옥천군 상하수도 사업소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쉬쉬하고만 있다"며 "옥천군이 예산을 많이 들여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해도 정작 가정으로 급수되는 급수관이 20년 이상 된 노후관에 그대로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예산은 예산대로 모두 집행하고도 수돗물 수질 개선효과나 누수방지효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폐쇄되거나 철거되지 않고 주민급수 용 상수도관으로 활용 중인 노후관 실태는 내년 시작될 예정인 천연가스 옥천읍 배관공사 과정에서 엄청난 민원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씨는 "천연가스를 옥천읍에 공급하려면 읍지역 전역에서 도로절개 공사를 하고 가스 배관을 매설하게 되는데 이때 상수도관 교체공사를 한 곳은 새 관이 묻혀있는 곳을 피해서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공사를 하면서 노후관이 나오면 그냥 철거를 하게 되는데 옥천군의 노후관은 대부분 수돗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옥천읍 곳곳에서 엄청난 단수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충북도, '노후관 폐쇄는 당연'


주민 A씨가 지적한데로 상수도관이 노후돼 새 관으로 교체될 경우 기존 노후관은철거하거나 철거하지 못할 경우라도 수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연결밸브를 폐쇄하는 것은 상식이다. 올 해 만 62억8천만 원을 투입해 노후관을 교체하는 등 맑은 물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영동군 상하수도 사업소 관계자는 "노후관을 새 관으로 교체하면 가정용 급수관은 모두 새 관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노후관은 철거되거나 수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폐쇄해 매립하게 된다"며 "그렇게 마무리가 돼야 공사자체가 준공되기 때문에 교체된 노후관으로 수돗물이 급수가정에 공급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수질관리과에서 노후 상수도관 교체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도 "노후관이 새 관으로 교체가 됐는데도 노후관을 통해 가정에 급수가 이뤄진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노후관을 계속 사용하면 교체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

수도망 관리와 관련한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측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상하수도지원처 수도정책지원팀 관계자는 "간혹 노후관 교체사업 과정에서 시공업체에 대한 공무원의 관리감독이 잘 안돼 노후관이 철거되지 않고 매립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노후관을 교체한 후에도 수돗물이 노후관을 통해 가정으로 급수가 이뤄지는 상황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입장이다.

◆ 옥천군은 왜 노후 수도관을 계속 사용했을까?

옥천군 상하수도 사업소 측은 그동안 새 관을 묻어놓고도 노후관을 계속 사용해 온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땅속의 상수도관들이 매립시기와 형태가 구간별로 제각각이라 노후한 상수도관을 새 관으로 교체해도 가정에 급수되는 관은 기존 노후관에 그대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는 것. 상하수도 사업소는 새것으로 교체 사업이 진행된 노후관 중 얼마나 많은 관을 이용해 여전히 가정용 급수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일일이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수도팀 관계자는 "현재로는 노후관에 흐르는 수돗물을 잠궈 봐야 노후관으로 흐르는 물이 가정으로 급수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새 관으로 교체된 노후관에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당장 수많은 가정이 단수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노후관 이용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후관이 새 관으로 교체되면 기존 관은 철거하고 폐쇄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실제 옥천지역 상수도관 사정이 구간마다 제각각이라 상수도관 교체작업 후에도 일부는 노후관을 이용해 가정급수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를 기자에게 제보한 주민 A씨는 상하수도사업소 측의 입장과 관련해 "이 문제는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이 진행된 전 구간을 대상으로 설계와 실제 공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바로잡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짚어보면 땅 밑에서 진행된 일들이 얼마나 엉터리가 많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지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약 84킬로미터에 이르는 노후 상수도관에 대해 교체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이 사업에는 도비와 군비가 재원으로 투입된다. 옥천군 상수도관의 총 연장은 400킬로미터 정도다.

▲ 김윤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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