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청산정수장, 불안한 주민들
논란 속 청산정수장, 불안한 주민들
MBC 9시 뉴스 '수돗물서 대장균 등 검출'보도
군 '잘못된 보도'해명 불구 주민 불안 커져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8.19 09:57
  • 호수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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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면 주민들의 식수원인 청산정수장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못 믿을 수돗물 정수장'으로 전국 시청자들에게 방영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5일 엠비시(MBC) 문화방송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9시 뉴스데스크에서는 '못 믿을 수돗물 정수장 대장균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충청도 지역의 한 수돗물 정수장'을 보도했다.

해당 뉴스에선 정수장의 명칭과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소규모 정수장의 실태를 보도했지만 본사 취재결과 방송이 보도한문제의 정수장은 옥천군이 청산면 교평리에서 가동 중인 청산정수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군은 엠비시의 청산정수장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담당부서인 상하수도사업소는 관할 정수장의 문제점이 지상파를 타고 전국으로 방송된 상황에서도 해당 보도물에 대한 내부 업무보고나 언론사에 대한 반박 및 해명절차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옥천군의 처사는 비슷한 시기 옥천군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 된 마을상수도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점과 맞물려 먹는 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 7월 초 정수시설 일부가 오염되고 정수된 물에서도 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한 세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도된 청산정수장 전경

■ 충격적 보도내용, '먹을 물 아니다'

7월5일 저녁 9시 뉴스데스크 '현장출동' 코너를 통해 방영된 청산정수장의 관리 실태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엠비시 취재진은 이날 보도에서 한국환경공단 상하수도관리팀과 함께 청산정수장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데 정수시설은 오랫동안 방치돼 녹슬고 덕지덕지 때가 낀 상태였고 물을 여과시키는 모래 역시 완전히 오염된 상태가 고스란히 보도됐다.

충격적인 것은 정수를 마친 물에서 조차 기준치의 4배를 넘는 일반세균과 수돗물에서는 검출돼서는 안되는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까지 검출됐다는 보도다.

이날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보청천에서 취수된 원수를 걸러서 정화하는 여과기는 내부가 완전히 녹슨 채 철판이 갈라지고 깨진 상태로 확인됐다. 또, 여과기 내부에서 물을 여과시키는 핵심 자재인 여과용 모래는 여과용 모래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계의 측정한계치인 1천 엔티유(NTU)에 육박하는 894엔티유의 오염도가 확인됐다. 보도내용대로라면 원수인 보청천의 물이 여과기를 거치면서 정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오염을 우려해야하는 수준이다. 여과기를 거친 물이 저장되는 정수조 역시 오염물질이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어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상황으로 오염과 부식이 진행 중으로 확인됐다.

엠비시 뉴스는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며 청산정수장의 수명이 이미 다 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장면은 정수절차를 마치고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의 수질을 검사한 대목이다.

뉴스에서는 청산정수장에서 채취한 수돗물의 수질검사 결과 탁도는 기준치의 7배, 일반세균은 기준치의 4.6배, 전혀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까지 검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는 이 같은 상황을 분석하며 자치단체들이 워낙 가난한데다 그나마 있는 돈도 시장, 군수들이 선거를 의식해 당장 눈에 보이는 도로나 다리에 먼저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도내용만을 놓고 보면 옥천군은 청산면민들에게 먹지 못 할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7월5일 청산정수장의 관리실태가 엠비시뉴스데스크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된 뒤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던 옥천군은 기자가 당시 보도로 방영된 정수장이 우리고장의 '청산정수장'인지를 확인하는 취재를 시작하자 비로소 해당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여과용 모래의 오염 문제와 수질검사결과에 대한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엠비시취재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상하수도사업소 소속 이아무씨는 "기자가 여과기에 들어 있는 여과용 모래 중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가장 위층의 모래만을 떠서 오염을 측정했다"며 "여과용 모래는 아래로 갈수록 오염되지 않은 모래가 있기 때문에 위에 있는 모래를 측정하면 오염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수를 거친 물에서 기준치를 넘는 일반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상하수도사업소 김재한 소장은 "대장균은 일상적으로 사람의 손에서도 검출이 되는 세균"이라며 "수질검사를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정수를 마친 수돗물에서 대장균이나 기준치를 넘는 일반세균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기적인 수질검사 결과 청산정수장의 수질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취재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공무원 이아무씨도 "소독을 마친 최종 수돗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가 아니라 여과를 마치고 소독을 하지 않은 여과수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가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여과기 내부의 여과용 모래가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방송에 보도된 청산정수장 여과기 모습. 정수장 직원이 여과용 모래가 교체될 때 사용되는 통로를 가르키고 있다.

■ 엠비시측, '신뢰할 만한 연구기관 분석 토대한 것'

그러나 현장을 취재한 엠비시뉴스데스크 기획취재부 김연국 기자는 옥천군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과기 안에 있는 여과용 모래의 오염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여과용 모래를 여과기에서 꺼내 골고루 섞고 다시 여과기에 넣은 뒤 꺼낸 표본으로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가 나갔고 이것은 보도된 영상을 보면 그대로 나온다"고 반박했다. 정수절차를 마친 수돗물에 대한 수질검사결과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수질검사는 원수와 여과수, 정수 3개의 채수지점에서 각각 뜬 물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에서 분석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라며 "여과수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가 아닌, 정수과정을 모두 거친 수돗물의 수질검사 결과가 보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자가 모처를 통해 입수한 엠비시 보도 수질검사 성적서를 살펴보면 김 기자의 말대로 수질검사는 원수, 여과수, 정수 3개 지점에서 채수된 물로 이뤄졌으며 정수에 대한 검사결과 항목에서 청산정수장의 물은 총대장균군에서 부적합, 분원성 대장균군에서 부적합, 일반세균 항목과 탁도 항목에서도 모두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 안효익 의원, "의회가 조사 나서야"

옥천군 상하수도 사업소는 최근 엠비시보도에서 오염의 심각성이 확인된 여과용 모래를 교체하기 위해 전자입찰을 통해 사업자 선정을 마쳤으며 조만간 정수장 내 여과기에 들어가는 여과용 모래는 새 제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그러나 청산정수장의 수돗물을 '못 믿을 수돗물'로 보도한 방송사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옥천군의 주장이 상반되는 가운데 청산, 청성을 지역구로 둔 안효익 의원은 의회가 즉시 청산정수장의 관리실태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이미 대성리 마을상수도의 방사성 물질 오염 문제로 주민들의 마실 물 문제에 대한 행정신뢰는 실추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다시 청산정수장의 관리실태 문제가 불거진 만큼 당장 의회가 관리실태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주민들의 마실 물을 정수하는 시설이 못 믿을 시설로 방송이 나간 것을 알고도 옥천군은 문제의 정수장이 청산정수장으로 보도되지 않아서 인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뻔히 문제를 알고도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면 그때서야 대응에 나서는 행정이 더 이상 방치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MBC뉴스테스크의 보도는 인터넷에서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old_article/2883113_5780.html로 접속하면 다시 볼 수 있다.)

▲ 김윤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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