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검진이라도 먼저 해 달라"
"주민 건강검진이라도 먼저 해 달라"
신뢰 잃은 행정에 마을 주민들 끓는 속 애써 삼켜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8.19 09:57
  • 호수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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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이 16일 마을 공동 급수용 지하수에서 인체에 해로운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청산면 대성리 마을을 찾아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군이 환경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은 지 55일 만에 이뤄진 것이며 군은 이날 마을회관에서 간담회가 끝난 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얻어 온 생수 50박스(2리터 병 8개 들이)를 식수로 사용하라며 이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 주민들, "일단은 참는다"

이날 간담회는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30분 만에 끝났다. 주민들은 개별적으로는 언론을 통해 확인한 마을 상수도의 방사성 물질 오염 사실과 군의 늑장대응을 성토하면서도 간담회 현장에서 발언은 자제했다. 간담회 현장에서 한 주민은 "군청에 들어가서 주민들이 행동으로 항의를 보이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일단은 대처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참기로 했다"며 "옥천군이 책임지고 주민들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군을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우라늄이니 라돈이니 하는 것은 업무를 보는 우리도 접해보지 못했던 단어"라며 "인터넷에 들어가서 찾아보니까 신장계통에 안좋은 영향을 준다고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주민들에게 알려진 경위와 관련해서는 "행정입장에서는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길 수 도 없는,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며 "최대한 빨리 좋은 물을 찾아 주민들에게 공급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마을 곽재춘 이장은 마을 외곽에 위치하며 개별로 지하수 관정을 개발해 식수로 사용하는 가정들에 대한 방사성 물질 오염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다른 주민들은 대체관정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경우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재한 소장은 개별 지하수 관정 개발주택에 대한 수질검사는 예산이 많이 필요한 문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체관정 개발에 실패할 경우는 청산정수장이 공급하는 상수도를 대성리까지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재한 소장은 "대체관정을 몇 군데 파봐도 방서성 물질이 검출된다면 청산정수장 상수도관을 대성리까지 연결하는 길 밖에 없다"며 "정수장에서 마을까지 약 6킬로미터 가 떨어져 있어 1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지난 16일 옥천군이 마을상수도에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청산면 대성리 마을에 처음으로 소량의 생수를 공급했다. 환경부가 마을상수도 오염사실을 발표한지 55일 만이다.

■ '발뺌하려 말고 대책 빨리 내와라'

간담회는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를 만난 주민들은 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주부는 "보통 10년 이상은 이 물을 다 마셨는데 당장 주민들 건강은 이상이 없는지 검사부터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다보니 물에서 뭐가 나왔다고 해도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도시 같으면 벌써 난리가 났을 일이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발뺌하려고 여는 간담회에 뭘 기대하겠느냐"며 "대책이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마을 곽재춘 이장은 "주민들은 당장 대체관정을 통해 안전한 물이 공급되는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며 "그러나 두 달이 다 지나고 언론에 의해 마을 물이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 까지 방치하고 있었던 행정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대단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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