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이제 주민들도 두렵지 않은가?
<편집국에서>이제 주민들도 두렵지 않은가?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8.12 10:03
  • 호수 109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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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그 책임자를 선출했고 살림을 쪼개서 세금을 바치고 있는 옥천군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먼저 충격적인 이야기부터 해보자. 환경부가 올해 초 전국 300여 마을상수도를 대상으로 자연 방사성 물질 함유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 대상에는 60세대, 90명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는 청산면 대성리의 식수도 포함됐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흐른 지난 6월 발표된 검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청산면 대성리 주민들이 어쩌면 평생을 마셔왔을 그 물에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1.5배 이상 초과했고 우라늄은 기준치의 4배를 넘었다. 마을 상수도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다니, 이웃나라의 원전사고 때문에 바다를 건너온 공산품까지 외면하는 우리 정서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왜 좀 더 일찍 대성리의 상수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원망이 커진다. 그런데 원망으로 그칠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난다. 환경부의 수질검사결과가 옥천군에 전달된 것은 지난 6월 22일. 하지만 주민들은 옥천군에 수질검사결과가 전달된 지 한 달이 훨씬 지난 8월10일에서야 처음으로 최초로 자신들이 마시는 물에 담긴 비밀을, 그것도 정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취재를 나선 중앙일간지 기자를 통해 듣게 된다.

만약, 식수오염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이 기자가 서울서 대성리를 찾아오는 수고로움을 마다했다면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 또 내일도 마을상수도에 식수를 의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은 관련 공문에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 이를 주민에게 알리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다. 이번엔 마시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빗물 이야기다. 한 마을 저수지 근처로 근사한 전원주택 여러 채가 들어왔다. 원래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물이 많이 흐르는 동네라 이미 주민숙원사업으로 저수지 옆으로 잘 뻗은 배수로가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한 공무원이 찾아와 주택을 건축하려는 주민들에게 배수로의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위에서 아래로 똑바로 흐르던 배수로는 직각으로 꺾였고 주택지 뒤를 돌아 다시 저수지 아래 직선 배수로와 이어졌다.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영문 모르고 진행된 설계변경 덕에 저수지 둑이 터졌고, 주택이 떠내려 갈 뻔 했다.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감사원, 검찰청,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떠돌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옥천군 참여감사과는 해당 지역에서 사소한 업무처리 실수 외에 별다른 공무원의 잘못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체 감사를 종결했다.

지금 옥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기자는 이런 일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공직사회가 주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주민들을 물로 보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공직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며 자치단체의 모든 권력 역시 최종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이런 평범한 사실을 외면하는 집단은 언젠가는 큰 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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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2011-08-14 11:06:51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백성 무서운 줄 모르는 공직자는 이미 자격 상실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사실을 잊고사는 공직자들이 무섭다. 백성들이 한표 한표 모아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군수, 도의원, 군의원에게 권력을 위임하였거늘 영혼이 없는 일부 인간들에게 주어진 그 권력이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하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훌륭한사람 2011-08-13 19:33:53
같은 일을 두고 공무원과 주민이 보는 관점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것을 해결방법은 아마 없을겁니다. 방법이 있다면 주민과 함께 섞여서 생활하는 공무원이 있어야 하는데 생활은 따로 하는 공무원이 주민의 입장을 헤아릴 수 없으니 씁슬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