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산업 특구 6년, 갈림길에 서다
옻산업 특구 6년, 갈림길에 서다
재배지 특성 살린 가공산업 발전이 핵심
옥천군, 정부공모사업 통해 발전 전기 마련 구상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5.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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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이 '전국 최초'라는 멋진 수식어를 달고 대한민국 옻산업 특구로 지정된 것이 2005년이니 이제 특구 구력도 6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특구가 이룬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옻산업 특구에 사는 대부분 주민들에게 옻나무 하면 이맘 때 작은 규모로 열리는 옻순 축제와 몸이 허하다 싶을 때 찾는 옻닭이 전부인 현실입니다. 옥천 옻산업 특구는 과연 어디쯤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2011년이 우리고장 옻산업 부흥의 원년이 되길 기대하며 옻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봅니다.

◆ 옻 특구 6년, 손익계산 의미 없어

2009년 옥천군의 옻나무 보급사업을 둘러싼 부조리가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그 결과로 담당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불행한 사태 속에서도 지역 옻 산업계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 낸다.

바로 2008년 말 기준으로 우리고장에서 330㎡(1백평)이상 옻나무 재배 농가 213가구 전체(전수조사)를 대상으로 한 특구작물 실태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현재 2010년 말 기준 2차 조사가 진행 중인 이 조사가 갖는 의미는 그동안 옥천군에 의해 평가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옻나무 보급사업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2009년 발표된 1차 실태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지역 옻 생산 현장이 현재 직면해 있는 딜레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분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옻 농가당 평균 판매량 및 금액'(표2) 조사다. 이를 보면 지역 옻나무 생산농가들은 지난 2008년 말까지 옻순을 매년 14.4킬로그램씩 판매해 12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옻순은 현재까지 지역 옻나무 재배농가들이 옻나무를 키워서 얻은 수입으로는 가장 큰 몫을 차지했지만 그 규모는 농가소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에 그쳤다. 옻나무 재배 소득에서 옻순에 이어 두 번째 규모를 차지한 것은 주로 약재로 사용되는 옻피(옻나무의 껍질)였는데 판매량은 재배농가당 매년 8킬로그램 정도였고 이를 통한 수입은 5만원을 조금 넘었다. 옻나무 자체를 판매한 경우가 세 번째였다.

이것은 지난 6년 간 우리고장의 옻산업은 적어도 재배농가에는 산업으로서 손익에 대한 분석이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이 같은 성적표가 꼭 옻 생산자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옻나무는 분명 나무를 키워 소득을 얻어야하는 임업분야에 해당하고 2009년은 시기적으로 옻나무의 본격적인 수확기를 말하는 7년 생 이상 옻나무의 등장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지난달 29일 열린 옥천참옻라이프케어육성사업 1차년도 성과발표회 현장에서 김영만 군수 등 행사 참석자들이 행사장에 전시된 각종 옻 관련 개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 생산자들, "옻칠액으로 고수익 예상" 

<표1> 농가들이 기대하는 옻 고소득 유망 품목
<출처: 2009 옥천군 주요 농축산물 및 특구작물 실태조사 보고서, 단위 %>

옻칠액 43.2
옻순 17.8
옻나무 22.1
옻피 13.8
기타 13.1

실제로 재배자들은 앞으로 옻나무 재배가 기대할 수 있는 수입품목으로 '옻칠액'을 꼽고 있다. 최소 7년 생 이상 옻나무에서만 수확할 수 있는 옻 진이 옻생산 농가가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란 것이다.(표1)

그렇다면 2005년 시작된 옻나무 보급 사업이 7년째를 맞는 2012년부터는 옻생산 농가의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 우리고장 옻산업의 딜레마가 놓여있다. 우선 우리고장에는 옻진액을 제대로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옻나무로부터 옻진을 얻는 채취 방식은 살소법이라는 방식인데 이를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전국으로도 손꼽는다.

그런데 문제는 7년생 이상 옻나무에서 수확할 수 있다는 옻진이 재배자들에 소득이 된다면 당연히 옻진을 채취하는 기능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옻진 시장의 세계적 유통망을 중국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량 생산되는 국내산 옻진과 중국산은 가격차이가 너무 심해 경쟁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며 이는 일본산 옻진 역시 마찬가지다. 옻산업의 종주국이라는 일본 역시 산업으로 옻나무 생산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며 자국의 옻나무를 보존하는 수준의 식재만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지역 옻나무 재배농가들에게 옻순이나 옻피를 판매해 얻는 소득은 관리비용을 생각할 때 차마 소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이지만 정작 지역에 보급된 옻나무들이 성장해 옻진을 수확할 수 있는 시점이 되더라도 단순히 옻진 자체만으로는 농가소득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딜레마 해결은 결국 지역의 몫

한국, 중국, 일본을 축으로 형성된 세계 옻 시장은 옻진액 생산은 중국이, 옻칠분야는 일본이 대량생산과 표준화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옻 산업은 오래 전부터 옻의 건강상 효력에 눈을 뜨고 고유한 시장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에 선정된 충북도립대학 루즈벨트 RIS사업단(단장 진경수 교수)이 제약회사 및 화학회사 등과 협력해 다양한 기능성 옻 첨가제품을 개발하는 시도를 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저렴한 옻 원료를 필요로 하는 가공업체들의 욕구와 옻나무를 통한 임업소득을 바라는 지역 2백여 옻나무 재배자의 요구를 합치시키는 일이다. 옻특구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옥천군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전국 최고 품질의 옻나무가 자생하는 재배지로 손꼽히는 우리고장의 생산지적 특성을 잘 활용해 지역 옻나무 재배자들에게 임업소득을 보장하고 지역 옻나무를 재료로 먹거리, 건강, 의학 등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건강과 삶의 질 코드를 반영한 옻산업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옻 특구사업을 담당하는 옥천군 환경녹지과 이종식 팀장은 "정부의 2013년 향토산업육성사업 공모에 우리고장 옻산업을 주제로 도전해 볼 생각"이라며 "옻나무 생산자들과 가공업체가 유기적으로 상생하는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것에 성공할 경우 우리고장 옻특구 산업은 발전의 전기를 잡을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침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지정 6년째를 맞는 우리고장 옻산업 특구. 옥천 옻산업 특구는 옻나무들의 상품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특구지정 7년여를 앞두고 발전과 침체의 갈림길에서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표2>옻 농가당 평균 판매랑 및 금액(단위: kg, 만원)
<출처: 2009 옥천군 농축산물 및 특구작물 실태조사 보고서>

구분 옻순 옻피 옻나무 옻칠액 기타
평균판매량 평균판매액 평균판매량 평균판매액 평균판매량 평균판매액 평균판매량 평균판매액 평균판매량
평균 14.4 11.9 8.0 5.3 7.8 3.8 없음 없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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