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인터넷에 불고 있는 교육관련 논쟁
[진단] 인터넷에 불고 있는 교육관련 논쟁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12.16 00:00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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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우리 삶의 양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최근 본사 홈페이지를 비롯한 교육청, 각 학교 홈페이지 여론광장에는 교육 현장과 관련된 글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본사 홈페이지 여론광장만 해도 100여 편이 훨씬 넘는 글들이 올라왔다. 글에 대한 열람도 군내 인터넷 인구를 감안할 때 높은 수치인 100회 이상을 기록하는 글이 30편에 달했다.

이는 군내 인터넷 인구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교육현실'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현안이며 중요한 논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만의 문제
"극히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 교사의 문제인 것처럼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논쟁에 대한 교사들과 일부 주민들의 반응이다. 틀린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 온 글들 중 일부는 실명을 밝히지 않은 학생들의 감정이 걸러지지 않은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비인격적인 체벌 문제나 모욕적인 욕설'이 최근에 불거진 사회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논쟁을 접한 한 주민은 오히려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당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네..."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늘 있어왔던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체벌과 관련한 논쟁 역시 `일부 교사의 삐뚤어진 교육관'으로만 치부해버린다면 문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진영 사무처장은 "문제가 불거진 교사를 징계하거나 조치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은 미봉책 밖에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교사는 교사들의 체벌이나 모욕적 언사를 문제삼는 만큼 학생들에 대한 문제도 함께 논의되고 고민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교실붕괴'는 이미 공론화 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에 인터넷에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으면 여론광장이나 게시판이 `교사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이 갖고 있는 익명성과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이런 우려는 충분히 근거를 갖고 있으며 주위에서 실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 교육현실에 관한 문제는 교육전반에 걸친 부분에서 지역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며 `일부 교사의 문제'로 치부할 경우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으로서의 `인터넷'. 그들에게 인터넷이 아닌 다른 공간의 선택권도 주어야......
이번 문제에 대해 `사실인가 아닌가'를 떠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학생 혹은 학부모들이 실명을 드러내고 얼굴을 맞댄 논쟁을 피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채 이루어지는 논쟁을 선택했다는 사실.
크게 본다면 남의 잘못을 드러내 놓고 지적하지 않는 미덕(?)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 간의 대화 통로가 없었던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공간으로 애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용철(가명·옥천고1)군은 다음처럼 설명한다.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구요. 무엇보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안 밝혀도 되잖아요.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마음 속에 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얘기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고 또 그런 자리도 별로 없구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는 것 같아요."
조 군의 얘기에도 드러나듯 인터넷이 학생들에게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이다.

실제로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100편이 넘는 글 중에 자신의 실명을 밝힌 글은 10편 내외라는 것이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학교 행정이나 교육과 관련한 의사결정구조가 조금 더 민주화되고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생이 객체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또다시 익명의 쾌감(?)을 만끽하며 인터넷을 의사소통의 도구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대표성' 생각할 때
이번 문제를 통해 학부모를 학교의 한 주체로 세우고 학교 행정을 좀더 투명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 운영위원회'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발생된 문제의 해결뿐만이 아닌 문제의 발생 방지를 위해서라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좀더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사는 최근 옥천중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두발자율화와 관련해 학생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자리에서 많은 것들이 도출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학부모 집단의 대표성을 가진 운영위원들과 학생 집단의 대표성을 가진 대의원들이 한 자리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는 것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학교(교육)와 관련한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일 수밖에 없다.
학교의 3주체로 얘기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 중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학생들이 제외되어 있지만 이 부분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 논란이 일고 있는 교육현장의 문제에 대해 어떤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공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옥천고등학교 정구찬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그와 같은 지적(학교운영위원회의 모습이 소극적이다는 지적)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위원장으로서는 교장과 만나 제기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14일 `옥천중학교 체벌'문제와 관련해 본사 홈페이지 여론 광장에서 논쟁이 일었을 때 '지켜보던 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 주민의 지적은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옥천중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꾸려진게 학교운영위원회라면 당연히 이번 일과 같이 사이버 공간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는 거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리자. 지역적 해결책 찾아야 할 때....
지금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지역에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논의와 접근들이 실명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된다는 한계는 있지만 의미있는 논쟁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온라인상의 논쟁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려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숨긴 채 벌어지는 온라인 상의 논쟁은 다양하고 열린 논쟁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이 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 결코 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 당국 등 어느 한쪽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서 기인한다.

지역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은 차가운 온라인 상에서 한동안 불다 사라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교육관련 사회단체와 학교, 교육청 등 각계 분야에서 구체적인 결론과 대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논의의 움직임이 없다면 교육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만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 쏟아지는 다양한 논의들을 -그것이 학생들의 교육현장에 대한 감정적 표현이든, 기성세대들의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이든- 교육적 성과물로 도출해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지역사회의 통합적이고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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