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인가! 말 것인가!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0.12.09 00:00
  • 호수 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래 니 말이 옳다. 하지만..." 논리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던 청소년기에 참 자주 듣던 소리다. 앞의 `옳다'는 시인에도 불구하고 `하지만'으로 이어지는 뒷말의 결론은 늘 뻔했다. `하지말라' `그래선 안된다' 정도로.

옳고 그름의 판별은 이론이다. 이게 명확히 가려진 상태에선 더 이상의 이론은 군더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로지 실천이 요구될 따름이다. 좋은 이론은 막바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생명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옳고 그름의 분별도 모호할 뿐더러 설혹 결론이 났다하더라도 이론이 이론을 낳는 말의 성찬이 무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옳아도 행하지 말라? 내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

며칠 전에 만난 한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청년시절부터 뜻한 바가 있어 농촌운동을 해왔다는 이 분은 `옳으면 행하라'는 말이 너무 좋아 그 때부터 이 말을 돌에 새겨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옳으면 행하라' 참으로 지당하고 자연스런, 앞 뒤가 딱 떨어지는 말 아닌가? 그런데 이 분의 `옳으면 행하라'는 지당한 말을 듣는 순간 거부감이 뇌리에 스쳤고 급기야 나는 못참고 한 마디 하고 말았다.

현재 군의원 위치에 있는 이 분에게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당신이 군의원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정말 옳은 걸 행한 결과라고 보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당시 이 분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옳다고 모든 걸 다 행할 수는 없다. 또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이 분처럼 이론상이나마 `옳으면 행한다'는 지표를 설정한 상태에서도 실천이 이토록 어려운데 `옳아도 안된다'는 현실적인 분위기에서야 오죽하랴 싶어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주민들은 대단히 혼란스러워야 마땅한 일이지만 추측컨데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오래전에 상식이 뒤집힌 덕택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대단한(?) 사람들의 거창한 이론을 들먹일 것도 없다. 아주 기초적인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 수준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를 펼쳐놓고 단 두 줄만이라도 실천에 옮겨보길 바란다.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금방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이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함부로 흉내 냈다가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느냐? 당연히 아니다.

민족의 최대 수치인 그래서 `국치일'로 일컫는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을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고 기록한 `조광'의 후신 월간조선이 버젓이 살아 숨쉬고, 제 형제, 제 민족을 일제 군국주의 전쟁의 총알받이로 나서라고 선동한 조선일보가 민족정론지임을 자처하고 1등 신문을 구가하는 현실.

그런가 하면 독립군이나 그들의 자손들이 사글세 단칸방에서 싸늘히 식어갈 때 친일 반민족자들이 힘주어 내미는 기름진 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서 우리는 뒤집힌 상식을 바로세울 수 있는 정답을 구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명백한 반민족 행위에 대해 옳은가, 그른가를 다시 논하는 건 시간낭비다. 너무도 늦었다. 자투리 구독료가 아까워 월말까지 미룰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조선일보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조선일보 없는 옥천을 가꾸는 일. 이 일은 우리 주민들이 자랑하는 중봉 조헌 선생의 호국 얼을 이어받는 일이며, 상식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또한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에게 현실과 꼭 맞는 바른생활 책을 넘겨 줄 것인가, `틀린생활'로 내용과 표지를 몽땅 바꿔 줄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니면 지금처럼 책따로, 현실따로 계속 헷갈리게 두던지.

`옳지만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화두는 이렇게 개운하게 풀렸다. 옳으면 행하라, 그르면 행하지 말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