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축산인 황진호씨
청년축산인 황진호씨
함께사는 세상 [16]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12.02 00:00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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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지식과 열정으로 20대 청년이 일궈가는 한국축산의 희망
옥천읍 귀현리 저수지를 따라 돌면 `한비농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간판의 빛깔로 보아 농장이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간판이 가리키는 데로 조금 더 올라가니 산 중턱에 대규모 축사가 보인다.
그곳에 도착하자 눈에 커다란 점을 얹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신이 나서 마중을 나온다. 인가와 떨어진 축사에서의 생활이 사람을 그립게 만든 모양이다.

인기척이 없이 고즈넉하기만 한 그곳 한쪽에 컨테이너박스가 보인다. 관리동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가 사람을 부르자 세상의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많이 갖고 사는 듯한 밝은 표정의 청년이 기자를 맞는다. 방금 일을 마친 듯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그 청년은 제일 먼저 자신의 꿈들이 있는 축사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최근 한우시장은 높은 가격 대를 형성하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쉽게 전망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런 생각은 송아지 재생산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소규모 축산농가에 더욱 큰 무게로 확산되면서 송아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해 결국 한우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축산 농가들이 평생 해왔던 축산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축산에 희망을 갖고 축산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영농인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이렇듯 어려운 축산 현실 속에 축산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밝은 미래를 설계해 가고 있는 한 젊은이를 옥천에서 만날 수 있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만이 살길
24살의 청년 황진호씨. 그는 한비농장의 어엿한 대표다. 올 4월부터 본격적인 입식을 시작해 현재는 송아지 20여 마리와 중소 180여 마리 등 모두 200여 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다. 특이한 것은 대규모 축산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우'가 아닌 `홀스타인'(흔히 알려져 있는 젖소)이 그의 축사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젖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기를 생산해 내기 위한 `비육우'로 길러지고 있다.

"축산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육질과 가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현재 국내에서 형성되고 있는 한우고기 가격은 수입고기와 경쟁력을 갖기에는 너무 비싸구요. 그래서 홀스타인 거세 비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근 많은 농가에 사육기간이 길어져 생산비는 조금 늘어나지만 월등한 육질의 고기를 생산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 거세 비육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우가 아닌 홀스타인을 대상으로 거세 비육을 시작한 황진호씨의 선택은 한우보다 가격이 월등히 낮으면서도 좋은 육질의 고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육우 1마리를 생산하는데 생산원가가 대략 140∼15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것을 계통출하 할 경우 3등급은 kg당 3,500원에서 3,600원 정도, 2등급은 4,200원에서 4,3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타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우보다 소 가격이 싸기 때문에 수입산과의 가격경쟁력과 육질의 경쟁력도 생기고 국내산 고기로 팔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수입산보다는 더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황진호씨는 생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쯤에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 경기가 계속 악화된다고는 하지만 내년 하반기쯤에는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게 볼 때 최소한 올해 정도의 가격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사양관리, 인터넷을 통한 정보 획득, 체계적인 전염병 예방 등 신세대다운 과학영농을 실현하고 있는 황씨는 기계화된 축산환경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올해 `구제역'이 찾아왔을 때는 무척 두려웠다고 설명한다.
"주위에서 축산업을 하시는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 믿습니다" 청년 축산인이 던지는 말에서는 확신이 읽혔다.

▶한국농업대학 1기, 전문지식 소유한 축산 전문인
24살에 자신의 농장을 만들고 전문 축산인의 길로 들어선 황진호씨. 그는 전문농업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농업대학 육우과 1기 졸업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업을 고민했었죠. 그러던 중 축산업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농업대학교에 진학해서 축산에 관련된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이런 그의 결정에는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한동안 축산업에 종사했던 아버지 황의경(48)씨의 영향도 컸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모두 고향에 남아 소를 기르고 있는 그를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아버지만큼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농업대학교 육우과 졸업 동기인 18명 중 본격적으로 자기 농장을 갖고 축산업에 뛰어든 졸업생은 자신뿐'이라는 그의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 축산시장 개방을 코앞에 둔 지금 대규모 축산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농촌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읽지 못하고 도시로 몰려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어서 그의 이러한 결정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금 농촌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적인 지식에 경험이 보태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은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농촌이 살기에 그렇게 나쁜 생활환경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는 고향을 떠나는 친구들에게 쉽게 고향에 남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다. 그만큼 지금의 농촌이 자본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기업화하지 않으면 성공해서 살아남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거기에 어우러진 젊은 패기가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식량 산업은 국가의 존폐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경제적 잣대가 우선이 아니라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 직불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는 대학시절 견학을 갔던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 보았던 정부의 농업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농촌의 현실이나 영농기술 보다도 `소를 기른다'는 이유만으로도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받고 큰 걱정없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촌 현실이 부러웠던 것이다.

농촌에 남아 그 속에서 꿈을 일궈나가는 황진호씨의 `희망'이 한낱 젊은 청년의 객기가 아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주변의 격려, 스스로의 노력이 잘 어우러져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진호씨는 홀스타인 송아지나 거세비육에 관심있는 축산인 또는 예비 축산인들은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했다.
한비농장 733-7359, 018-618-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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