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걷는 금강천리(6)>숲길에서 만나는 가을의 선물
<함께걷는 금강천리(6)>숲길에서 만나는 가을의 선물
안내면 용촌리 ~ 답양리~ 군북면 용호리
  • 박진희 기자 ojp@okinews.com
  • 승인 2010.10.08 09:33
  • 호수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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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천리-물따라, 길따라, 생명의 숨결따라' 여섯 번째 탐사는 안내면 용촌리에서 군북면 용호리로 연결된 숲길과 다시 석호리까지 배를 타는 물길로 이루어졌습니다. 누구나 가을을 이야기 하지만 탐사단은 이 길 위에서 수북이 쌓인 도토리와 밤을 주우며 진짜 가을을 실감했습니다. 탐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저마다 땅위에 쏟아진 보석을 줍듯 가을이 주는 선물을 두손 가득 챙겨 왔습니다. 그 길에서 느낀 즐거움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이번 호에는 탐사에 직접 참여한 주민이 직접 탐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옥천환경사랑 강성춘 회장(옛날 보리밥 대표)이 직접 펜을 들었고 문맥의 매끄러움을 위해 기사 일부 내용은 본사 편집국이 추가, 수정했습니다.

▲ 안내면 용촌리에서 군북면 용호리로 이어지는 임도는 언뜻 보면 여전히 여름처럼 울창하다. 그러나 그 속살에는 껍질을 까고 나온 도토리와 밤, 숲속에서 몰래 익어가는 감과 돌배로 가을을 맞고 있다.

◆전세버스타고 중봉선생의 용촌리 마을로

안내 용촌리에서 군북면 석호리까지 이어지는 금강천리에 참여했다. 2일 오전 9시30분, 읍사무소 주차장에 낯익은 시내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청호주민연대 신한중대표, 주교종 사무국장, 한중열 금강하천감시센터 대표 그리고 옥천환경사랑 회원 등 21명이 버스에 몸을 실어 안내면 용촌리로 향했다.

점심에 먹을 김밥과 음료를 나누어 배낭에 넣고 용촌리 마을에 들렀다. 마을에 중봉 조헌 선생 유상지석이 있어 잠시 옥천신문 이안재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용촌리에서 나와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된다. 안내면 용촌리와 군북면 용호리를 잇는 임도를 걷게 되는데 잘 닦여진 길이 10km 넘게 이어진다. 날이 선선해 마음 편히 걷기 좋은 날이다. 도중에 '대청호 둘레길'이란 리본을 발견했는데 레저 토피아라는 모임에서 달아놓은 듯한다. 걷기 열풍에 대청호를 두고 여러 가지 걷기코스가 개발되고 있나보다.

*중봉 조헌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700명의 의병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장이자 조선시대 개혁사상가, 유학자이다. 중봉 조헌선생은 당쟁을 피해 관직을 접고 안내면에 내려와 후학 양성에 전념했다. 용촌마을 입구에는 조헌 선생이 별을 보고 임진왜란 발발을 예견했다는 자리에 후배 학자들이 세웠다는 유상지석을 찾을 수 있다. 1m 정도의 단을 쌓고 그 중앙에 비를 세워 놓았는데, 하지만 비석 주변에는 풀숲이 차올라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비석을 읽기도 힘들다. 이외에도 용촌리에는 중봉 선생의 집터와 후학을 가르친 후율정사 터, 선생이 마셨다는 샘터가 있어 마을 자체가 역사의 산교육장이다. 편집자주

▲ 안내면 용촌리의 중봉선생유상지석 앞에서 이안재 대표가 비석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숲길마다 가득한 도토리에 마음이 부자

숲길은 사람을 여유 있게 한다. 탐사단은 오르막 내리막길을 걸으며 산새의 공기를 마음껏 즐긴다. 산위에 오르자 야생국화인 구절초 꽃이 탐사단을 반긴다. 16개의 꽃잎과 노란 암술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숲길 곳곳에는 탐사단의 발목을 잡는 것 투성이다. 구절초가 내 눈을 뺏더니 이어 밤, 도토리, 호두, 탱자 등 나무 열매들이 계속 나타난다.

환경사랑모임 유분례 회원과 홍영화씨는 각자 검정 봉투를 들고 도토리 줍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걸 방앗간에서 빻아서 그 가루에 물을 졸졸 흘려보내요. 그런 받은 물 바닥으로 앙금 같은 게 가라 앉으면 그걸 약한 불에서 잘 저으면 도토리묵이 되는 건데 여러 번 해봐야 물 조절을 잘 하죠. 그렇게 해서 작년, 올해 실컷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곳곳에 보이는 버섯 역시 우리의 마음을 잡는다. 마침 행복한 수확을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 정성용, 김옥자 부부를 만났는데 밀버섯과 능이버섯을 한 가득 찾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그걸 알아볼 눈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데 산에 다니다 보면 저절로 그 눈이 생긴다고 한다.

송종환, 김효순 부부 역시 산을 많이 다녀서인지 향을 맡고 금세 산초 열매를 찾아낸다. 손으로 비벼 향신료로 쓰는 산초 열매는 추어탕에도 넣는데 이 부부는 언제부터 열매를 담았는지 금세 한 봉투가 가득하다.

탐사단은 이렇게 함께 걷고, 숲의 선물을 받으며 참 여유를 느낀다. 그런데 순간 우리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눈에 띈다. 느긋한 마음으로 숲길을 걷는데 장고개길 옆 계곡에 쓰레기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슬레이트조각, 콘크리트조각, 벽돌, 우산 등 환경 폐기물이 버려져 있는데 누가 이렇게 양심 없는 행위를 했는지 속이 많이 상한다. 저 아래까지 내려가 있는 쓰레기를 보며 모두가 안타까움의 한숨을 쉬며 길을 지나갔다.

어느덧 12시 30분이 되어가니 배가고파 우리는 임도 바닥에 소풍 온 학생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었다. 막지리 장고개 마을 입구에 자리를 잡아 그림 같은 대청호를 눈앞에 두고 김밥, 샌드위치, 방울토마토, 과일 등으로 푸짐한 식사를 하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점심식사 후 다시 1시간30분 가량 길을 걸었는데 같은 숲길이라도 그 감흥은 새롭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산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분명 가을이 담겨 있다.

◆눈에 밟힌 쓰레기· 가시박 무더기, 옥천사랑에 주민 나서야

배를 타게 될 용호리 마을을 앞두고 바라본 대청호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길을 걷다 우리는 또 한 번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가시박은 여러번 얘기를 듣고 눈으로 보았지만 용호마을에 가까운 임도 주변이 온통 가시박으로 덮여있는 것을 보자니 무섭기까지 하다. 외래종인 가시박은 무시무시한 번식력으로 주변 식물을 타 올라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데 수십년, 혹은 백년을 살았을지도 모를 나무의 일부 잎새들이 갈색으로 색이 바래있다.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주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가시박 퇴치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 군북면 용호리에서 석호리로 가기 위해서 20분 가량 농선을 탔다. 지난 금강천리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가을에 들어선 대청호의 물길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용호리 마을에 들어서서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이동을 한다. 선선하던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어느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배에 시동이 걸리고 기다리던 뱃길이 열렸다. "이야~ 우와" 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에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를 걸러주는 부표가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장마 때만 되면 수많은 쓰레기로 수면이 가려진다는 안타깝다.

비는 내렸지만 탐사단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비에 젖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항상 깨끗한 대청호를 소망하면서 저마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도 예쁘겠지만 대청호와 산에 둘러싸여 마음속에 저마다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지 않았을까.

약 20분간의 대청호 유람 후 오늘탐사의 도착지인 석호리에 배가 닿았다. 대청호반을 뒤로하고 다시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 오늘의 숲길걷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좋은 경치와 아름다운 옥천의 금강 물줄기, 대청호 참, 좋았다. 나는 집에 도착하여 배낭을 정리하다보니 어린시절 소풍을 다녀와 짐을 풀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방에는 오늘 탐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호두2개, 밤3개, 도토리3개, 삶은 땅콩6개, 물 한 병 그리고 점심에 먹고 휴지에 싸온 쓰레기. 길가에 무더기로 버려져 있던 쓰레기가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우리가 본 아름다운 옥천의 모습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주민들의 참여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새로운 다짐을 하며 금강천리 탐사를 마무리 한다.

▲ 쓰레기 더미들
▲ 가시박이 온통 나무를 뒤덮고 호수변 넓은 공간을 꽉 채웠다. 군북면 석호리


글 옥천환경사랑 강성춘 회장
사진 박진희 ojp@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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