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 소 덕분에 맘껏 웃었다
소의 해, 소 덕분에 맘껏 웃었다
1kg 1만원대 회복, 유통불신 줄자 국내산 소비 50%로 껑충
  • 박진희 기자 ojp@okinews.com;minho@okinews.com
  • 승인 2009.12.24 10:02
  • 호수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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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찾은 우시장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경쾌했다. 기축년, 소의 해를 마무리하는 우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파는 사람, 사는 사람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으로 폭락했던 소값은 올 한 해 원산지표시제, 쇠고기 이력 표시제에 힘입어 반등했고 전체 쇠고기 소비의 30%에 불과했던 한우 소비량은 절반까지 올라섰다. 오랜 불안감에서 벗어나 다시금 기운을 되찾은 축산 농가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우시장을 찾았다.


새벽 5시30분, 우시장 개장은 6시지만 도로는 이미 수십 대의 트럭으로 주차장이 됐다. 새벽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서있기도 힘든 추위지만 청주, 논산, 보은 등 전국 방방 곳곳에서 새벽을 달려 온 소장수들이 우시장에 모였다.

6시 문이 열리자 도로까지 줄지어 섰던 수십대의 트럭들이 일제히 경매장으로 돌진한다. 트럭에 실린 소떼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주인들의 손힘에 이끌려 자리를 잡으면 곧바로 흥정이다.

논산에서 왔다는 김현철(57)씨는 쌍둥이처럼 꼭 닮은 송아지 11마리를 나란히 두고 '내 소 만한 소가 없다'며 자랑이다. 6개월령 안팎의 송아지로 최소한 220~230만원은 받아야 한단다. 불과 1년 전이라면 상상을 못할 가격이다.

이날 우시장에 출장된 소는 송아지 66마리, 큰 소 93마리 등 159마리, 이중 123마리가 거래됐다. 옥천영동축산농협(조합장 홍성권)에 따르면 올해 송아지(6~7개월령) 가격은 1월 평균 178만원에서 12월에 240~260만원대로, 큰소 역시 암소가 1kg에 7천원대에서 9천500~1만5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소장수들 입은 귀에 걸렸다. 안내면 도율리에서 온 한동수(62, 안내면 도율리)씨도 그 중 한 사람. "1년 전 100만원에 송아지를 사 오늘 맘에 드는 가격에 팔았어요. 평택 사는 둘째 아들이 집을 사는데 소가 한 몫을 하네요"라며 웃는다. 3년 전부터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는 김정수(59, 청주)씨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3년 전에 3마리로 시작해 지금은 키우는 소가 30마리 정도돼요. 올해만 송아지가 17마리나 태어나 재미가 좋았어요. 분위기가 올해만 같은면 더 못키우겠어요."

◆원산지표시제, 이력추적제로 둔갑쇠고기 몰아내

기축년, 소의 해에 축산 농가는 웃었다. 이 웃음까지는 불안과, 분노, 기다림이 있었다. 지난해 4월 한·미 FTA 비준 협상 카드로 정부가 30개월 미만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합의하자 당시 축산농가는 말그대로 '파탄'지경이었다. 수입개방에 따른 불안감으로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한우 가격이 폭락했고 1포대(25kg)에 7천원대에서 1만2천원대까지 폭등한 사료값은 농가의 숨통을 더욱 조였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크게 반전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 이력추적제는 쇠고기 유통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며 한우 소비를 촉진 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둔갑쇠고기가 설 자리를 잃었고 한우가 제 자리를 찾았다.

논산에서 우시장을 찾은 이승철(59)씨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해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한우이력추적제가 추진되면서 문제의 판매장이 줄었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휴대폰으로 상품 번호만 찍으면 누가 키웠는지 언제 도축했는지까지 알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안심하고 한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광우병 파동과 검역 상에서 나타난 미국산 쇠고기의 불안전한 유통문제는 한우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각 지역별 한우 브랜드 광고 증가와 한우 도매업체의 증가 역시 한우 선호를 뒷바침했다. 그 결과 한우, 육우 등 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9년 만에 50%(9월 기준, 농림수산식품부 발표)를 기록했다.

한우협회 옥천군지부 한두환 지부장은 "충북도의 청풍명월을 비롯해서 각 지자체가 한우브랜드 홍보에 적극 나섰고, 우리지역에서도 3년 사이 한우 도매판매점이 3곳에서 6곳으로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한우 판매점이 많이 생겼고 덩달아 한우 소비도 증가했다"며 "이런 요인들로 국내산 쇠고기의 소비 비율이 올해 50%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고급육 생산으로 한우 호황 잇자

기축년의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급육 생산을 위한 농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옥천영동축산농협 옥천지점 공병훈 대리는 "한우개량농가육성사업이나 어미 소를 등록하고 혈통을 관리하는 등록우 사업에 지역 농가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며 "체계적인 혈통관리로 품질을 향상시킨다면 우리지역 한우산업이 더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0여 년간 소를 키웠다는 김일봉(77, 옥천읍 하계리)씨는 축산농가의 발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비 절감대책과 주민들의 한우소비를 부탁하기도 했다.

"올해 시세가 좋아졌지만 1~2년 전만 해도 7~8천원 수준이던 사료 값이 여전히 1만 원대여서 농가에 큰 짐이에요.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고 또 주민들이 우리고기를 꾸준히 찾아준다면 내년에는 더 큰 희망이 보일 것 같습니다."

▲ 김윤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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