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4] 군서면 하동리-마고실, 새터
신마을탐방[4] 군서면 하동리-마고실, 새터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0.10.21 00:00
  • 호수 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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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으며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김순구 선생과 김복석, 정인동, 김원기, 안승열, 박래현, 조순복, 이종구, 차두정, 황길연, 조인선, 김동곡, 김교순, 양주석, 한명복, 김회조,

손일창, 박래순, 김덕근, 김용구, 이창호, 김회성, 김회룡, 김회준, 안영원, 안영화 등 마을앞 자랑비에 적힌 26명의 애국지사들의 이름은 군서면 하동리 마을주민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북쪽에는 식장산, 마을의 중앙에는 군서를 살찌게 한다는 서화천이 흐르며 마고실, 마리뜰, 옥녀봉, 새터 등 4개의 자연마을에 7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하동리. 이곳 주민들은 모두가 충절의 고장이란 자부심을 갖고 생활한다.

일제에 항거하며만세운동을 주도한 김순구 선생
본관은 함창(咸昌), 호는 검한제인 김순구 선생은 1867년 10월16일 군서면 하동리 마고실에서 태어났다. 3.1운동이 일어나던 해인 1919년 3월19일 옥천읍내에서 동지들과 독립운동을 벌이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김순구 선생은 청주로 이동해 조동식 선생과 청원군 강서면 대성리에서 3천 여명의 군중과 함께 독립만세운동 벌였다.

4월8일에는 그의 고향 하동리 마고실에서 마을사람 500여명과 독립만세를 불렀고 이때 일본헌병의 습격을 받아 만세 부르던 군중은 해산하였으나 일부 동지들이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게 되었다. 6월5일 옥천경찰서에 자진출두하여 자신이 독립만세운동의 주역임을 밝히고 동지들을 석방시킨 김순구 선생은 모진 고문 끝에 투옥된 지 23일 만인 6월28일, 조국광복을 보지 못한 채 공주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정부에서는 선생의 공을 기려 1977년에 대통령 표창, 1991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고 현재 천안독립기념관에는 일제가 김 선생을 고문하면서 온 몸에 박았던 대못과, 옥중에서 두드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숟가락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김순구 순국선열 위패와 영정이 봉안되어 있으며 군서면에는 그의 추모비가 있고 거사했던 4월8일을 택하여 추모제를 행하고 있다.

하동리 가장 큰 자연마을 `마고실'
김순구 선생이 태어났고 유해가 안장돼 있는 마고실은 하동리 4개 자연마을 총 가구수 76가구 중 40가구, 80여명이 거주하는 가장 큰 마을이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은 40가구 대부분이 벼농사를 하고 있고 단 1가구만이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집성촌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이 마을에는 밀양박씨가 7가구, 함창김씨 6가구가 오래전부터 정착해 거주하고 있으며 차씨, 이씨, 서씨, 염씨, 조씨, 안씨, 권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며 살아가고 있다.

출향인으로는 도 교육위원으로 있는 김광수씨와 김순구 순국선열 유족대표이며 명지대학교에 출강하는 김관형씨도 이곳 출신이며 현재 옥천읍 사회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희무씨와 군서면사무소 산업담당으로 있는 박희직씨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아흔살을 넘긴 노인 세 분이 거주하는 만큼 장수하는 마을이기도 한 마고실은 부녀회가 따로 결성돼 마을의 애경사시 가족같이 도와주는 주민들간의 따뜻한 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92세인 차이길씨는 아직도 지게를 져 나무를 해오고, 자전거로 옥천을 다녀올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터만 준비되어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모두가 애국지사의 얼을 기리는 사당이 빨리 건립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동리의 관문 '새터'
하동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마을이 새터이다. 초대 군서면장을 지낸 곽정호씨의 선친이 이곳에 새로 터를 잡아 새터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곳은 총 10가구가 벼농사를 주로하며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단 한 가구뿐이다.

이 마을에는 선산곽씨가 3가구로 가장 오래된 문중을 이루고 있고 이밖에 이씨, 박씨, 김씨, 민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하동리의 관문인 만큼 이곳에는 경로당을 비롯해 애국지사의 이름이 새겨진 마을자랑비가 건립돼 있다.

이곳 경로당은 군서면의 자랑거리이다. 91년 군에서 지정한 원로회 시범마을로 선정되기도 한 이곳 경로당은 냄새 안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경로당이 담배냄새로 인해 다른 주민들의 방문이 뜸한 반면 이곳은 경로당 내에서 금연을 실시, 마을총회는 물론 부녀회의 회의장소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97년부터 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재관(78)씨는 "담배를 태우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만큼 많은 사람들을 위해 밖에 나가서 피우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도 이곳에서는 절대 금연이라고 강조한다. 마을주민들도 이곳 노인들을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어 노인공경에 관해서는 다른 마을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농번기가 끝나고 겨울철이 돌아오면 마을 노인들은 경로당에 모여 볏짚으로 짚신과 삼태기를 엮어 기념품으로 증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60을 넘겨도 경로당 출입이 어려울 만큼 이곳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초대면장을 지낸 곽정호씨와 3대와 4대 면장을 지낸 곽정건씨가 새터를 빛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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