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마암리 농협 가마니창고에서 놀던 기억 새록새록
<고향사람>마암리 농협 가마니창고에서 놀던 기억 새록새록
옥천읍 마암리 출신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설인식품 대표 설민욱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9.10.30 09:56
  • 호수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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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마암리 출신 출향인 설민욱씨와 부인 여인순씨

본래 남의 말을 나쁘게 전하는 경우가 없지만 재경옥천군향우회 총무이사 곽봉호씨가 이 친구는 꼭 신문에 소개를 해달라고 당부한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같은 동문들을 위해 열심이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친구라는 것이었다.

그를 만났다. 설민욱.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에 살고 있는 그는 삼양초등학교 제24회, 옥천중학교 제21회 졸업생이다. 그리고 옥천실고를 나왔다. 그의 학력을 먼저 소개하는 것은 울릉도에 그의 부모님이 계신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고향이 옥천이 된 사연이 조금은 특이하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부모님이 울릉도에 계셔서 울릉도가 고향이라야 맞다. 하지만 그는 옥천읍 마암리 외갓집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서대산에 근거지를 둔 인민군 패잔병 및 빨치산 토벌대로 옥천에 왔다가 어머니와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태어난 후 울릉도에 갔다가 여섯 살 때 옥천으로 나온 그는 외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다보니 정작 울릉도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냥 옥천이 되었다.

그의 장점은 여기서 발현된다. 중학교 동창들은 오래 전 그의 초대를 받는다. 옥천중학교 제21회 동창들의 서울 모임 산파역을 그가 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식품 공장을 하는 자리에서 했던 한양갈비라는 식당을 운영할 당시 알음알음 친구들의 연락처를 모으고, 연락을 했다. 벌써 17~18년 전 얘기라 했다. 식당을 하고 있었던 만큼 식당은 친구들의 단골 모임 장소가 됐고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먹는 술과 음식은 그의 몫이 됐다.

처음에는 어렵게 시작했지만 많게는 30명, 적게는 20여명이 모이는 잘되는 동창회를 꾸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서울, 안양, 인천까지 모두 67명의 동창들이 연락이 됐고, 한 번 만나고 나니 헤어지기 싫어서 어거지로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렇게 일군 동창회는 이제 한 번 모이면 30명씩은 모이는 탄탄한 모임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그는 동창회 일이라면 적극 나서는 열렬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와 개인사업으로 시작한 그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주로 맡던 시절과 식당을 운영하던 시기, 지금의 식품 회사 설인식품을 운영하기까지 인생역정이 여느 사람들 못지않지만 남들과 똑같은 생활이었으며, 동기생인 우리은행 금기조씨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토로한다.

그에게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일은 그의 부인 얘기다. 초등학교 동창인 부인 여인순씨는 그의 집과 정확히 세 집 떨어진 집이어서 붙어살다시피 했다. 어려서부터 늘 함께 자라고, 장난치고 교제해왔던 두 부부는 혹여나 어른들이 아시고 옆집 친구들끼리 결혼한다면 창피하다며 말릴까봐 무던히 애를 썼다.

남몰래 사랑을 키운 덕에 나중에 둘이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언제 그렇게 연애를 했느냐며 주변에서 한 마디씩 했단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크게 반대는 하지 않으셨는데, 설씨의 부모님은 마침 풍랑 때문에 오시지 못해 결혼식 사진에 부모님은 없단다. 응천리 물레방아거리 하천에서 놀았던 기억, 마암리 옥천농협 가마니창고에서 놀던 기억은 물론 겨울되면 국제종합기계 앞을 흐르던 작은 실개천에서 썰매를 타다가 냇물에 빠져 옷을 버리고 불을 피워 말렸던 기억 등이 새록새록 나는가보다.

그래도 두 부부는 참 효성이 지극하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병원에서 요양 중인 장모를 문병하러 고향에 들르고 처가 식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우의를 나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참 눈물나는 얘기입니다. 여건이 닿으면 친구들은 물론 고향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친구 사랑이 함께 하는 설인식품에서는 한모둠 순대 등을 만들어 설악추어탕이나 투다리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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