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리 둑높임 사업, 이원면 주민 '결사 반대'
장찬리 둑높임 사업, 이원면 주민 '결사 반대'
이원면 주민, '급하게 준비한 주민설명회 엉터리'
농촌공사, 4대강 사업 중 하나로 155억원 예산 계획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9.08.1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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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리 마을이 아예 사라지는 거에요. 그런 소식을 최근에서야 알았다구요. 이건 날치기 설명회에요."
"우리는 무조건 반대합니다. 둑 높이면 위험부담은 더 커지는 거에요. 이런 설명회 할 필요도 없는 거에요."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하나로 전국 96개 저수지의 둑높임 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저수지인 우리고장 장찬저수지 사업에 대해 이원면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6일 급작스럽게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이원면민들의 이같은 민심은 바로 확인됐다.

이원면 소재지에는 장찬리 둑높임 사업 반대라는 현수막이 각 단체별로 벌써 여러 개 걸렸고 이원면 기관단체협의회는 '장찬리 둑높임 사업 반대'라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 장찬저수지 둑높임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주민과 추진되는 이번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모습

이 날 주민설명회에서 이영태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원면에 하나의 행정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래의 건진리, 강청리 주민들은 장찬저수지 자체가 공포의 대상인데, 이 둑을 더 높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차라리 저수지가 생기기 전이 물고기도 많았고 도랑에 물도 풍성했다"고 말했다.

장찬리 이종순 이장도 "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의 아픔을 겪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사태를 재반복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고향의 터전은 단지 이주비를 지원해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이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55억원의 예산으로 제방높이를 2.5m 높여 갈수기 시 부족한 하천유지 유량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계획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하면 유효 저수량이 110만톤이 확보되어 물을 계속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 농촌공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일부 마을이 수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수몰 예상 가구수는 모두 8가구로 장찬리에 사는 전 가구가 해당된다.

한국농어촌공사 김영득 연구원은 "수몰 예상지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봤어도 아래의 하류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며 "하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둑을 높임으로써) 물이 계속 흘러 건천화를 방지해 수질을 개선시키는데 왜 반대하는 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의 반발이 이렇게 심하면 사업을 못하는 것 아니겠냐"며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원하니 그런 쪽부터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면 재향군인회 윤성준 회장은 "물을 가둬놓고 흘려보낸다는 발상은 썩은 물을 계속 흘려보낸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4대강살리가 사업 자체가 이렇게 주민들 눈속임하면서 치러지는 것 아니냐"며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설명회 졸속추진에도 주민 비난 쏟아져

한편, 장찬리 둑높임 사업 자체에 대한 반발과 아울러 미리 공개하지 않고 며칠만에 열린 '주민설명회'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주민은 "정작 저수지 주변에는 빨간 깃발을 잔뜩 꽂아놓아 주민들은 궁금해 죽겠는데 주민설명회 이틀 전인 8월 초까지 면 공무원도 이 사업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이것이 말이 되는 것이냐? 추진 절차 자체가 엉성한 졸속 주민설명회"라고 말했다.

이원면 공무원들도 사전준비없이 주민설명회를 개최해달라고 요청해 와 '황당했다'는 주장이다.

이원면 정주용 부면장은 "7월31일(금) 늦게 군에서 접수했고 이를 주말이 지난 4일 쯤 공문을 면에서 접수했는데, 바로 이틀 뒤에 주민설명회를 한다고 도와달라는 것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최소한 일주일 전에 미리 관공서는 알아야 주민들한테 홍보도 하고 이야기도 전하는데, 이번 주민설명회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농촌공사는 향후 27일까지 주민 의견수렴을 하고 본안을 작성한 후, 31일 환경부와 협의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6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조직적인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일 추진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촌공사는 일단 실시설계를 올해 안에 추진하며 다시 한번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농촌공사 옥천영동지사 문경범 팀장은 "전국 96개 중 60개는 기본조사, 40여개는 기본조사와 실시설계를 올해 안에 끝마치게 되어 있는데, 장찬저수지는 40여개에 포함된다"며 "모든 주민들의 요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수지 둑높임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8월말이나 9월초에 기본계획을 수립후에 다시한번 주민설명회를 할 계획"이라며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하겠지만, 농어촌 정비사업은 실제로 착공을 전제로 실시설계를 하기 때문에 이후 착공이 어떻게 결정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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