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의약분업 실시 두 달
[점검] 의약분업 실시 두 달
  • 류영우 ywryu@okinews.com
  • 승인 2000.09.30 00:00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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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진통 속에서 의약분업 실시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을 줄여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의사의 상세한 진료와 약사의 친절한 복약지도로 무슨 약을 먹었는지 알게 되는 등 소비자 보호에 도움을 주며 약값의 거품을 제거하고 효능 없는 약을 도태시키는 등 많은 기대를 갖고 실시된 의약분업.

의약분업이 전면 실시 된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진료비 부담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제자리걸음이고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의 진료비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등 아직까지도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약국에서 조제를 기다리는 주민이 전한 "이제는 기다릴만 해. 그래도 전보다는 빨라졌으니까"란 기다림에 지친 한마디가 현 상황을 지켜보던 주민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진료비 증가, 본인부담금 최소 3,200원

의원급에서 주사 또는 외용약, 검사나 처치 없이 복용약만 원외처방 발급을 받은 경우 기본 본인 부담금은 2천200원이다. 단 총액이 1만2천원을 초과할 때에는 본인 부담금이 총액의 30%로 늘어난다. 주사 및 외용약이 함께 처방되는 경우에는 처방료가 가산되어 단 하루 처방이라도 기본 본인부담금은 초과된다.

또 야간 및 공휴일에는 가산금이 추가되어 초진 시 1일 처방이라도 4천100원, 소아의 경우에는 4천300원이 부과된다. 약국에서 처방전에 의한 조제를 받은 경우 약제비와 조제료를 합한 총액이 8천원을 넘지 않으면 본인부담금은 1천원이다. 단 총액이 8천원 이상일 경우에는 총액의 30%가 본인부담금이다.

즉 의원급에서 원외처방전을 발급 받아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최소 3천200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하지만 초진시 진료비가 8천400원인 상황에서 주사제나 조금 비싼 약 등이 포함될 경우 병원과 약국에서의 총액은 한도액을 넘겨 최소 비용인 3천200원으로 진료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경제적 부담요인으로 인해 의약분업 예외지역과 예외기관의 환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보건지소 환자 몰려

군내에서 의약분업 적용지역은 옥천읍을 비롯해 청산면과 이원면에 한정되었다. 예외기관인 옥천성모병원의 경우 의약분업 전보다 약 20∼30% 정도 환자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와 조제가 함께 이루어지는 편리성과 의약분업 후 병원비 부담액이 일반 개인병원보다 적어졌다는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분류된 동이면과 안남면, 안내면, 청성면, 군서면, 군북면은 의약분업 이전과 같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옥천읍에서 가까운 거리의 동이면과 군북면 보건지소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 1월 238명, 2월 179명, 3월 226명, 4월 214명 5월 228명이었던 동이면 보건지소의 환자수는 지난 8월에는 440명으로 늘었고, 1월 179명, 2월 156명, 3월 250명, 4월 180명, 5월 205명에 불과했던 군북면 보건지소의 환자수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난 8월, 360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와 투약이 함께 이루어지는 편리함과 동시에 의약분업이 실시됨으로 해서 주민들의 진료비 부담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 보건지소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무료로 진료와 투약이 이루어지고 65세미만이라도 진료비와 약값이 의약분업 실시지역보다 크게 저렴하다.

의약분업 실시 지역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 한 달 약값은 2만원에서 3만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곳의 약값은 9일에 한 번 1천400원씩, 한 달이면 4천2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6일 고혈압으로 군북 보건지소를 찾은 한 주민은 "전에는 읍에 나가서 진료를 받아 왔지만 이제는 번거롭기도 하고 진료비와 약값이 비싸 이곳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이곳에 오면 약값도 싸지만 친절하고 질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읍 지역 의료서비스가 진료비 상승만큼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군북 보건지소 김양렬 소장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로 이곳을 찾는 환자는 단순한 감기환자보다 만성질환자의 수가 크게 늘었다"며 "의약분업 실시로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된 점도 그 원인이겠지만 그보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듯 하다"고 말했다. 의약분업 이후 군북 보건지소에 신규등록을 한 환자는 90% 이상이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나타났고 환자들의 거주지역도 옥천읍지역은 물론 대전에서까지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지역의약협력위원회 구성, 단 한 번도 협의 없어

보건소에서는 지난 8월 29일 개정된 약사법에 의해 임의기구가 아닌 법적기구로 인원을 확대해 지역의약협력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약협력위원회가 지난 20일 구성돼 명단이 통보되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의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용처방목록 설정 등 논의될 수많은 과제를 뒤로 한 채 지역의약협력위원회의 핵심적 구성원인 의사회와 약사회는 자신의 요구만을 주장하며 중앙의 논의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송세헌 의사회장은 "정부와 의사협간 대화가 재개된 만큼 이번 달 말 논의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생각할 예정"이라 밝혔고 조규종 약사회장은 "같은 성분의 약이 50여종이 넘는 품목이 있다"며 성분이 우수한 품목을 골라 상용처방 품목을 줄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양측모두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환자 보관용과 약국 제출용으로 2매의 처방전을 교부하지 않고 있는 병의원이 2∼3곳 확인되고 있고 조제내역 및 변경된 사항을 환자 보관용 처방전에 기재해 돌려주지 않고 있는 약국도 확인되고 있다"고 밝혀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건소에 따르면 약국의 하루처방건수가 50건 정도면 적당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군내 약국의 처방건수는 이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보건소가 자체 조사한 옥천읍내 약국의 하루 처방건수는 중앙, 파맥스약국 등이 25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옥천·동화·천혜약국은 110∼18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이나 시설을 보강하는 약국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자주 처방하는 약품목록이라도 정하는 것이 현재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약협력위원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병·의원과 가까운 약국이 전용 약국, 이외 약국에서는 약 사기 어려워

지난 9일 한 주민이 옥천읍의 한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은 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약국을 찾았지만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비교적 손님이 적은 다른 약국을 찾았다. 두 약국의 거리는 불과 100m 가량이었지만 약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말을 듣고 다시 돌아가 2시간을 기다려 약을 지어야 했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옥천읍내에는 자연스럽게 병·의원과 그에 가장 가까운 약국이 전용약국처럼 돼버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례로 이산부인과, 양안과, 황소아과는 천혜약국, 서울정형외과는 옥천약국, 중앙의원은 녹십자약국, 보건소나 제일의원은 중앙약국, 기타 시내 중앙로에 있는 병·의원들은 파맥스약국이나 동화약국 등이다. 문제는 이들 전용약국처럼 돼버린 약국 이외의 약국을 찾으면 쉽사리 약을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보건소에서는 주민의 편익이 배제된 병·의원과 약국의 담합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병의원과 약국의 원칙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부당함의 시정을 요구해야 할 상황이다.

군 보건소에서도 약이 없다며 환자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만드는 경우 약을 구해서 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의약분업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 두 달, 이제 점차 긍정적인 효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의 척도인 항생제 사용률이 분업 전 60%에서 45%로 크게 감소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서처럼 항생제나 진통제 등을 중복 사용하는 의약품의 오남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환자들이 처방약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된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환자들의 감시기능이 활성화 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다 전문성을 높여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약분업의 성패는 정부와 의사협간의 타협보다 지역주민들의 감시기능 활성화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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