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유리와 민이
고교생 유리와 민이
함께사는 세상[8]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9.09 00:00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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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민아[좌측]아, 유리[우측]의 환한 웃음이 교정을 가득 채운다
많은 10대들의 반란이 보고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교실을 뛰쳐나가 자신의 전문적인 능력을 확대해 나가는 10대부터 불합리한 교칙과 학교의 관행에 연대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 10대들까지.

이러한 다양한 현상의 보고에 따라 과거 10대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은 이제 새로운 가능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그들에 대한 올바른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옥천의 10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정말 평범한(?) 두 명의 10대 소녀. 김유리(옥천고2·관성문학회), 여민이(옥천고2·할문학회)양을 만나 보았다.

▶시는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

평범한 유리와 민이가 조금 다르다면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이 부분은 칭찬이 인색하기로 소문난(특히 학생들에게) 옥천고등학교 신동인 국어교사(시인)가 이 둘의 글을 인정했다는 것에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업작가가 그들의 꿈은 아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학교 밖 세상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나름대로의 사고를 확립해 가는 둘의 모습은 많은 기성세대들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수동적이고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무기력한 인문고 학생들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제가 많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시를 쓰면서... 하지만 아직도 제 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요."

시를 잘 쓴다는 칭찬이 아직까지는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민이는 시를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특히 언제가 들었던 〈시는 `삶'이다〉라는 명제는 민이에게 크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내가 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변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그냥 지나쳐 갔던 것들도 이제는 유심히 보게 돼요. 주변의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민이는 시를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한다. 유리와 민이 모두 시의 소재를 일상 생활에서 찾는다.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 등... 그리고 그 속에서 자칫 놓쳐 버릴 수 있는 삶의 소중한 의미들을 발견하곤 감사해 하거나 기뻐한다.

▶우리가 바라본 세상은?

"아직은 그렇게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너무 찌들리는 것 같아요." 찌들리는 세상? 유리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그랬다. 살려고만 발버둥치는 모습.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 모습일 게다. 하지만 유리는 곧 해결책도 제시한다. 17살 소녀가 세상 어른들에게 던진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했다.

"세상을 볼 때 너무 좁게 한 곳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멀리 넓게 이쁘게 세상을 보는 거예요. 괜히 트집잡고 따지고 그러지 말고 두리뭉실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행복하지 않을 까요?"

민이는 세상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벗어나기를 원하고 어느 정도의 일탈을 꿈꾸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다보니 더욱 답답해진다는 것.

"찢어진 청바지는 충분히 개성적인 패션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다보니까 오히려 몰개성의 대표적인 것이 되어 버렸잖아요. 그것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막연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의 삶은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삶의 모습은 달라질 것 같아요."

자기 것을 찾고 주체적으로 삶을 받아 들여 자신의 주위부터 조금씩 자기 뜻대로 변화시키면 될 것 같은데 민이의 눈에 비쳐진 세상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가 보다.

▶민이의 꿈 '국어교사', 유리의 꿈 '고고학자'

둘은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한 `범생이'(모범생의 은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최근 언론을 통해 떠들석하게 대두되고 있는 톡톡 튀는 청소년들과는 자신들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등교하고 저녁에 집에가서 만화책도 읽고 게임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청소년이 절대다수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유리는 언론이 훌륭한 소재를 발견하고 너무 확대 재생산 해 과대 포장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뜻이 명확하고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들의 행동도 충분히 의미를 갖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민이는 얘기한다.

민이의 꿈은 국어교사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교사라는 장래 희망을 결정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변한적이 없어서 "왜?"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교사생활과 함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유리의 꿈은 고고학자다. 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땡긴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한다.

정사각형의 교실에서 자칫 눈가리개로 좌우를 가린 채 앞만 보며 달려야 하는 경주마처럼 보낼 수 있는 고교 시절을 민이와 유리는 `시'그리고 `책'을 통해 세상을 읽는 방법과 주변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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