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넘어가는 고개 첫 마을
안남면 넘어가는 고개 첫 마을
다시쓰는 우리마을 … 청성면 안티리 (257)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8.08.28 15:19
  • 호수 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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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리의 자랑거리 200년된 참나무 보호수는 안티리를 지켜주는 귀중한 나무이다.

참 특이한 마을이다. 아무리 옥천이 '안티조선'으로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정말로 '안티리'라는 마을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안티리만으로 놀라서는 안 된다. 안티리의 법정리동이 대안리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 마을은 재미난 말풀이로 보면 '안티'와 '대안'을 동시에 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미난 말풀이처럼 정말 마을 이름이 안티(anti)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 편안할 '안'자에 고개를 나타내는 '티'를 붙여 안티리라 부른단다.

고개너머에는 바로 안남면이 있으니 안남면에 넘어가는 고개 첫 마을이 아닐까 추정된다. 산아래 오목하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입구에는 200년 된 참나무 군락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산 아래 층층이 집들이 마을 아래까지 내려온다. 마을 옆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마을 앞에는 논과 밭이 쫙 펼쳐져 있다.많게는 65가구 100여 명이 훌쩍 넘었던 청성면 안티리는 93년에 33가구였다가 2008년 현재 21가구로 부쩍 줄었다. 중간중간 쓰러져 가는 빈 집이 여느 마을처럼 쓸쓸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안티리 주민들은 고추 농사와 콩농사가 대부분이고, 벼농사도 일정정도 짓는다. 하지만 93년도 6농가로 늘었던 잎담배 경작농가들은 이제 1농가로 줄었다. 이 마을은 맨 처음 연일 정씨가 가장 먼저 들어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나 지금은 경주 김씨와 이천 서씨가 주로 거주한다.

◆옛날 안티고개에는 산적이?
1940년대 청산장이 무척 크게 운영됐을 때, 소 장사꾼들은 청산장에서 소 7-8마리를 구입해 안티리 고개를 너머 안남면으로, 안남면 연주리에서 동이면 석탄리 피실로, 그렇게 옥천읍으로 넘어 왔더랬다. 그렇게 넘어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많으니 산에는 산적이 들끓어 소도 잡고, 재물도 앗아가곤 했다고. 안티리 고개 날망에는 큰 서낭당 나무가 있었다는데, 임도 공사를 하면서 없어진 것 같단다.

마을 초입에 있는 집에 불쑥 둘어가서 고추를 말리면서 복숭아를 깎는 김명구(73), 최무자(68)씨 부부에게서 흘려들은 이야기다. 김명구씨로 말할 것 같으면 새마을지도자 5년, 마을 이장 11년, 노인회장 2년 째를 맡고 있는 안티리 역사의 산증인이다. 마침 김명구씨 집에 김학분(71)씨가 고추를 사러 온다. 청성 고추는 맛있기로 유명한 고추, 도시에 사는 며느리, 딸네 김장 담궈주려고 무려 고추 두 포대 12근을 샀다. 고추 1포대 6근은 6만원 정도. 햇볕에 잘 마른 고추가 유난히 빨갛다.

◆주민들을 분노케한 들깨 도둑
안티리 고개에는 지난해 임도가 포장되면서 다니는 차량이 부쩍 늘었다. 주민들 이야기에 따르면 정말 왕래가 잦아졌다고. 사람이 많이 다닌다고 마을이 활기가 생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을 주민들 가슴을 친 농산물 도적이 생겼다. 지난 해 8월 허월순(73)씨가 힘들여 농사 지은 들깨를 마을 총각인 서강덕씨가 마을 입구에 잘 마르도록 옮겨놓아 주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들깨 더미는 감쪽같이 없어졌다. 추정컨대, 고개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튼실한 들깨를 보고, 트럭에 몽땅 실어갔다는 것이 주민들의 추리이다. 그렇지만, 김성완 이장과 주민들은 좀 더 쉽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임도를 확포장해주길 원하고 있다. 옥천과 대전을 나갈 때 임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내 오덕리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0분에 도착할 수 있는 옥천읍에 40분이나 걸려야 갈 수 있다고.

안티리는 아이들이 없다. 김성완 이장네 기태가 옥천상고 3학년으로 유일한 학생인데, 기태도 대전에 있는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안티리에 사는 아이는 한 명도 없는 셈이다.

◆귀농인 장원거, 임태금씨 부부
모두가 떠나는 마을이지만,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살며 광명시 시내버스와 아시아나 항공 버스를 운전했던 장원거(60), 임태금(57)씨 부부는 2005년 생면부지의 청성면 안티리로 귀농했다. 친구의 고모부가 살았던 마을로 무작정 귀농하고 싶어 들어온 사람들이다. 3년 동안 남의 농사 도와주며 악착같이 농사일을 배웠다. 처음에는 참게농법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지금은 고추 농사와 벼농사를 대규모로 짓는 대농이다. 마을 입구 앞 집터도 마련해 조만간 새 집도 지을 계획이다.

어떠냐고 물었다. "마음 참 편안합니다.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말이에요. 이제는 흙에서 살려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살 날 많이 남았는데 열심히 살아야지요."마을 정자에 모처럼 쉬고 있는 장원거씨, 임태금씨가 환하게 웃었다. 

안티리에 사는 김학분씨가 노인회장 댁으로 청성에서도 유명한 고추를 구입하러 왔다.

청성면 안티리 노인회장 김명구씨와 그의 부인 최무자씨가 복숭아를 깎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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