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 [238] 청성면 구음2리
신마을탐방 [238] 청성면 구음2리
100여년 묵은 감나무로 둘러싸인 마을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8.02.28 15:02
  • 호수 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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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마을회관은 주민 생활공간이다. 마을 전경 사진을 배경으로 주민들이 섰다. 아침만 집에서 먹고, 점심과 저녁은 마을회관에서 해결한다. 대다수 할아버지들이 저녁때를 맞아 소 먹이를 주러 집으로 가는 바람에 사진찍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

"우리 마을은 자랑할 것도 하나도 없는데, 어디 취재거리나 되겠어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한순자(52) 이장의 목소리. 그런데 자랑거리가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 감나무 마을 구음2리를 취재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 어르신들이 벌써부터 나와 기다린다는 마을회관 거실에선 할아버지들이 윷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윷을 놀 때마다 함성과 아쉬움이 뒤섞인다. 한 쪽 방은 할머니들 차지. 그리고 주방에선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이거 콩죽 하려고요. 이따 저녁 먹을 거여." 돌아보니 마을회관 주방에선 안 되는 것이 없다. 무엇이든 갖고 오면 뚝딱이다. 연신 콩물을 붓고, 걸러내고, 작업을 반복하는 이는 김문자 부녀회장이다. 옆에 일을 거드는 사람 또한 부녀회원이다. 

한순자 이장이 한 마디 거든다. "부녀회장님 하고 회원들이 항상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대접하고 그래요."

▶감나무로 뒤덮이는 곶감마을

구음2리는 곶감마을이다. 마을 주변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감나무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으니 보통이 100년이 넘었단다. "저거 우리 어렸을 때도 저랬던 거요." 어르신들의 이구동성.

감나무에 잎이 무성할 때에는 마을의 집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란다. 때문에 구음2리 곶감은 당도가 높고, 굵어서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이런 주민들의 자랑은 지난해 옥천군내 농특산품 판매를 위한 사이버 옥천장터가 개설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옥천장터에 내놓은 이 마을 이종무씨의 곶감이 매진되는 성황을 일구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인근 상주나 영동 곶감 때문에 지금까지 감을 나무까지 외지 상인에 팔았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구음2리 곶감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 구음2리 마을 자랑비

전체 31가구 70여명의 주민 가운데 21가구가 모여 곶감작목반(작목반장 이종무)을 구성하고 영동, 상주에 못지 않은 구음2리 곶감만의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산농협이나 청성 포도시험장에서 실시한 감 교육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군의 지원으로 마련된 곶감 저장을 위한 저온저장고 시설을 만들면서 상품 가치 높이기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저온저장고를 가동하면서 곶감 생산과 판매사업은 마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우리 곶감이 상품성이 좋아서 상품으로만 따지면 접당 2만원씩은 더 받을 수 있는데 상표가 알려져 있지 않아 그렇게 받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라는 대목에서 주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체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구음2리에 그러면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젊은이가 많을까? 당연한 대답이지만 '아니올씨다'다. 전체 70여명의 주민 가운데 65세 이상이 대부분이고, 65세 이하 젊은이(?)는 20명이 채 안된다.

올해 88세인 이규현, 이병선씨가 최고령인 가운데 초등학생이 1명, 중학생 2명, 대학생이 1명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두레권역 개발사업에 마을이 포함되면서 곶감을 중심으로 마을을 새로 일구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희망을 불러 일으켜준다.

곶감 뿐 아니라 호도도 많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팥, 서리태 등을 활용해 다시 돌아오는 농촌만들기를 위한 희망을 안고 산다. 올해 마을에서는 내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름하여 '2009년 특화품목 육성사업'으로 곶감 명품화사업을 신청했다. 선정이 될 지의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노인인구가 많은 현실 속에서도 농촌희망 만들기에 적극적인 주민들이 움직이고 있는 중간 결실이다.

【잠깐 인터뷰】인천에서 스카웃한 인재 한순자 이장

한순자 이장은 인천에 살다가 1999년 남편 이종무씨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지난 2004년부터 이장을 맡았다. 당시 청성면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이장이었다. 2004년 이장 일을 시작하면서 마을 운영일지를 써왔다. 이장을 하면서 각종 사업이나 마을 현황을 빼곡히 적은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 김문자(왼쪽) 부녀회장과 한순자 이장
한 이장에 대해서는 최고의 찬사가 따라다닌다. 항상 바지런하고 사업이 있으면 어떻게 하든 마을 희망을 엮는 쪽으로 일을 해왔다. 2006년에는 마을 진입로와 저수지 주변에 2천500본의 연산홍을 심어 꽃마을을 조성했다.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마을 땅 500평을 찾아 농촌 쉼터로 조성할 계획을 하고 있고, 올해는 특히 폐비닐수거장을 만들기로 하면서 깨끗한 마을환경은 물론 돈도 벌 수 있는 사업을 꾸미고 있다.

마을회관 터를 희사한 이규만씨 공적비를 제막하면서 출향인들과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마을을 사랑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만들었다. 운영일지의 한 단락을 엿보자. '마을 중앙에 어르신들이 쪼그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 분들께 아름다운 정자를 지어드리도록 분발해야겠다'부터 김문자 부녀회장에 대한 가슴찡한 사연도 담았다.

"어르신들이 정말로 잘 도와주고 계세요. 앞으로 곶감명품화를 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고향을 만들고 싶습니다."

▲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 눈에 쌓인 구음2리 마을전경
▲ 연신 콩물을 붓고, 걸러내고 저녁때 콩죽을 해먹으려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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