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살려야만 합니다
농촌을 살려야만 합니다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09.30 00:00
  • 호수 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 한낮 오침을 즐기던 아기가 느닷없이 일어나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앞마당을 지나고 옆집 창을 넘어 이웃집 녀석마저 깨워 버렸다. 삼촌되는 사람이 호랑이 시늉을 하며 조카를 달래려 애썼다. 「어흥! 우는 아이는 호랑이가 잡아간데」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 어릴때는 이러지 않았는데」하며 삼촌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빠란 사람이 근엄한 자세로 고함을 질렀다. 『이놈! 조용히 못해?』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울음소리는 여전하다.

온동네 개마저 컹컹대며 짖어댔다. 낯선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이내 한낮의 평화는 깨어질 것만 같았다. 이때 빨래터에서 돌아온 새색시는 자신의 앞가슴을 풀어 헤치며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드디어 아기의 눈은 똘방똘방 빛이 났으며 더이상 울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방긋 웃었다. 아기가 우는 것은 이유가 있음이고, 이유가 있다면 그 처방전이 있는 법이다. 예부터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하여 평화롭기만하던 팔도강산에 언제부터 이런 소란이냐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한평생 농사를 지었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때부터 지켜온 농토. 그러나 이제는 교육문제, 취직문제, 결혼문제로 인하여 농촌은 더이상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인식하에 빈집은 늘어만가고, 고향을 지키며 살아보겠다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못난 녀석으로 낙인찍히는 실정이 되어 버렸다.

동구 밖으로 아름드리 둥구나무가 보인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저렇게 고향을 지키고 서 있건만 사람들에게는 고향이 명절 때나 한 번씩 찾아오는 추억의 민속촌으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산업분류 이론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농업이라면 그 사회의 기초 산업이다. 뿌리없는 나무가 없듯이 농업없이 그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고도의 산업화와 국제화라는 명목하에 우리의 농촌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근본인 농업에 대한 농정책의 부채속에서 지금의 정책은 농민을 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울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추로 소로 그리고 수입개방으로 울렸다. 그러지 않아도 한맺힌 이 민족, 농민들은 설움에 울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도 갈데까지 다 갔다고 자포자기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꿋꿋이 지켜온 이 농토를 지켜나가야 할 의무아닌 의무가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을 대신하여 남이 살아주지 않듯이 농민들도 더이상 타인에게 농민들의 삶을 담보 잡힐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농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주어진 환경이 벅찰지라도 도전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가는 농사정보의 상호교환과 영농기술의 보급 및 스스로의 목소리를 지니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먼저 자주적이고 효율적인 농민단체의 결성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본다. 또한 나라 살림을 맡아가노라면 그 어려움은 수긍이 가지만 정도를 넘어서 농민들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상황이 도래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형식적이고 이해타산적 농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농민과 농촌의 생존권적 차원에서 이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여 농민의 가슴속 응어리진 한을 풀어 주도록 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