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
현장...홀로 사는 노인
  • 이수정 기자 sjlee@okinews.com
  • 승인 2006.02.24 00:00
  • 호수 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자활후견기관 간병사업단 김미래 대리가 형편이 어려운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순덕(83·마암리) 할머니는 좁은 방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바깥 나들이를 해 본 기억도 7∼8년 전을 거슬러 올라야 겨우 기억할 뿐이다. 그나마 있던 중고 휠체어도 부서졌기 때문에 바깥에 나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딸이 같이 살지만, 저 먹고살기 바쁜걸 뭐. 내가 이러고 있으니 원망을 듣는거지. 어떻게 생각하면 다 헛거여. 그나마 이 사람들(자활후견기관 간병사업단)이 안왔으면 난 벌써 죽었지.”

21일, 자활후견기관 간병사업단과 찾은 현순덕 할머니의 방은 목욕을 시켜주는 사업단으로 북적였다. 비닐 장갑 하나에 의지해 기저귀를 벗기고, 수건을 빨아 몸을 닦아 준다. 일주일에 두 번, 간병사업단이 방문을 해야만 할머니는 목욕을 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을 수 있다. 

움직임이 불편해 먹는 것도 신경쓰인다. 변을 볼 때마다 기저귀를 갈지 못해 옆으로 누워 걸쭉하게 탄 미숫가루나 우유, 죽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간병사업단 심영순(59)씨는 “할머니는 드시는 것보다 흘리는게 더 많아요. 전혀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옆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켜드리다 보면 엉덩이도 헐어 있고, 지금은 등쪽에 있던 욕창이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라며 혼자사는 할머니의 사정을 전한다. 

현순덕 할머니에 비하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육용순(90·동대리) 할머니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밥을 한 번 해 놓고 며칠씩 먹기도 하고, 연탄을 갈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한 열흘씩도 사람구경 못하니까. 119 호출기라는걸 항상 목에 걸고 다니라고 하기는 하는데.” 

혼자사는 노인들, 하늘아래 작은 방 한 칸. 그 공간이 삶의 터전이 돼 버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사람의 그림자였다. 자활후견기관 간병사업단을 기다리는 일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1주일을 사는 이유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