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듯 큰 언론 자정의 몸짓
작은 듯 큰 언론 자정의 몸짓
한빛일보 사설(새벽을 열며) 2000년 11월4일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0.11.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군 소재지 주간지인 ‘옥천신문'이 벌이고 있는 행정기관과 출입기자와의 떳떳치 못한 관계, 즉 관언유착(官言癒着)의 고리를 끊기 위한 보도내용이 주목을 끌고 있다. 종래의 시각에서 보면, 언론매체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릇된 일을 보아도 서로 눈감아주던 관행에서 보면 이단적이라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옥천군과 출입 지방지 기자와 사이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옥천신문은 최근 발행 지면을 통해 민선지방자치단체 출범 이후 자치단체별로 추진하고 있는 잦은 해외교류 문제에 대해 효율성 차원에서 비판을 가함은 물론 해외여행 대상 공무원 선정과정에서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나아가서 옥천군이 시행하는 공무원 해외 여행시 매번 왜 지방일간지 기자가 방문단에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옥천군에서 지원하는 경비로 여행을 가기로 된 기자의 소속 신문사와 성명을 또렷하게 밝히며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청소재지, 언론사의 본사 소재지에서도 필요가 절실하면서도 아직 거론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현안 문제를 군 소재지의 작은 주간신문이 제기하고 나선 것을 ‘작은 듯 큰 언론개혁의 몸짓'으로 느끼게 된다. 이미 본사 소재지에서 누군가가 제기하고 논의를 해 마땅히 시정이 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덮어온 것을 옥천의 한 주간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 쾌거에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번 사태를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지역언론이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는 점이다. 모든 분야에 걸쳐 요구되고 있는 개혁의 의지를, 언론 스스로 얼마나 보여주고 있는지를 반성하여야 하겠다. 지역 언론이 더 이상 두 얼굴을 갖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다. 이미 얼마 전 옥천군의 경비로 해외여행을 다녀 온 청주 소재 모 일간지에 대해 옥천신문이 제기한 지적에 솔직히 그 부당성을 시인하고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고, 취재 보도가 필요하면 자사 비용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는 후문도 있다. 문제를 제기한 기자, 주간지 못지 않게 떳떳하고 훌륭한 일간지 경영진의 자세라 보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둘째, 옥천신문의 이런 보도자세가 자사의 자존심이나 권위 혹은 어떤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철저히 ‘주민을 대변하기 위한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까지 대부분의 지역 언론이 그랬듯 순서를 기다려 스스로들도 지원을 받아 해외여행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임에도 분연히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내로라 평소 세를 과시하는 ‘대 지방지'의 소속기자들도 감히 못해낸 결단,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준 점에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시종, 주민을 위한 신문임을 자처하는 의지를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확실히 지켜 나간다는 점에서 ‘큰 역할, 큰 영향력'을 자부하는 언론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셋째, 이번 ‘옥천신문'의 확고한 ‘주민을 위한 보도자세'를 지켜보면서 과연 충북의 지역언론들이 부끄러움 없이 제 구실을 다하고 있는지를 돌아 보아야 하겠다는 점이다. 근래 충청북도의 한 줏대 있는 공무원이 “기자들이 언제까지 관청의 폐를 끼칠 것이냐?"고 힐난했다가 반격에 곤혹을 치렀다는 일화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넷째, 언론은 은연중 개혁을 말할 때면, 국가의 행정적 공권력이나 사법부 등 큰 힘에 의해 수동적으로 행해질 것을 우려하거나 근원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보면서 이런 ‘작은 듯 큰 몸짓’을 스스로 벌이는 언론개혁의 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변하는 세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대응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개혁의 씨앗이 바로 언론매체 내부서 싹트고 있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어떤 명목으로도 기자가 취재대상으로부터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옥천신문이 보여준 의연한 언론 자정(自靜)의 물결이, 아직도 행정기관에서 주는 해외여행티켓을 뿌리치지 못하는 언론에까지 넘치기를 기대한다.

서병규(논설위원) 논설위원 / 충청대학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