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뿌리내린 옥천신문을 찾아서
지역사회 뿌리내린 옥천신문을 찾아서
오마이뉴스 2000. 11. 02일자 /조남주 기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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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옥천신문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의 회원사이며 풀뿌리 지역신문사 중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옥천 신문사를 찾는데는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지역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옥천신문사와 옥천신문사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간 10여년 동안 옥천관내에서 제 1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옥천신문사의 기자들을 만나 옥천신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지역언론의 지향점에 대해 취재를 했다. 아침에 영동에 재판 받으러 갔다왔다고 한 오한흥 편집장님은 아직 재판정에서의 불쾌했던 기억이 남아있나 보다. 지난 총선과 관련한 보도로 인해 오늘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오 편집장은 항소하겠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대는 2000년인데 재판제도는 일제시대와 별로 차이가 없다면서…

   
■오한흥 편집국장과의 일문일답
▶옥천신문을 창간하게 된 이유와 배경은?
▷"한겨레 신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민주 모금방식은 그 시대에는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니였지만 잘 모르던 상태에서는 난해했던 모집방식이었으니까. 한겨레의 방식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줬다. 그래서 1989년 9월 30일에 창간호가 나왔는데 그 때 이미 지방자치시대는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방자치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몇몇 사람이 모여 일을 추진하였는데 약 230여명의 옥천 주민이 참여해 군민주 신문이 탄생하게 되었다. 자본금은 법인 설립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인 5000만원에 못 미쳐 여러명에게 돈을 꾸어 설립하게 되었다."

▶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상황이 그리 좋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직원들 급여를 밀리지 않고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촌지 안 받고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비가 약 150만원에서 180만원 가량 필요하다고 보지만 초임이 80만원이어서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 아껴 쓰고 밀리지 않고 급여를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IMF때도 타 언론사는 임금을 못 주거나 동결했다고 하던데 옥천신문사는 영향을 받지 않았나?
▷"오히려 우린 IMF때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전부터 우리는 거품을 뺐다. 계도지를 반납했고 독자 관리에 철저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구독료와 광고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5:5로 가려고 노력했다. 이런 것들이 주효했던 것 같다."

▶ 지역신문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한 일을 해야 하는가?
▷"신문사의 경영은 단순하다. 수입으론 구독료+광고료, 지출에는 인건비+제작비. 뭐 이 정도인데 신문사 경영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구독료는 '퇴비'라 하고 광고료는 '화학비료'라 치자. 1년 2년 단기간 농사를 지으려면 화학비료를 쓰는 것이 수확량도 많고 힘도 덜 든다. 하지만 이건 1년 2년 할 작업이 아니다. 10년 100년 갈 장기 농법이 필요한 것이다. '퇴비'를 쓰면 상당히 힘들다. 땀도 나고 냄새도 나고… 답은 나왔다. 구독자는 일시에 늘지 않는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 신문사의 원칙은 무엇인가?
▷"취재를 하면 항상 당사자들간의 이해관계가 있다. 약자와 강자가 있을 때 우린 본능적으로 약자의 편에 조금 힘을 실어준다. 그런 것이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균형감각을 맞추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신문사는 사내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주5일 근무제가 일찍 도입됐고 자율 근무제를 시행중이다. 또 기자나 직원이 성취감을 이룰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신문 홈페이지도 조주현 기자가 혼자 공부하고 노력했다. 그래서 추가비용이 거의 없이 잘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다. 기자 개인의 성취감은 말할 것도 없고…"

▶ 그럼 지역신문의 필요성에 대해 현직에 계신 분으로써 말을 해 달라 "
▷음… 주민들이 필요하니까 있지 않을까?(웃음) 지방자치시대와 맞물려 있는데 과거에는 주민의 여론이 중앙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 동안 소외되거나 작다고 무시되어 왔던 이야기들을 담아낼 매체가 필요했다. 자연발생적이다. 주민들 필요에 의해서…"

▶ 옥천신문이 중심을 두고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민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담아내고 지방자치단체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옥천군에는 시민단체가 없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역할까지 해야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 특별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성직자들이 밤새워 기도하는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우린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오히려 기쁘다. 다만 여긴 지역사회이다 보니 서로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다. 초창기의 어려움이었는데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인간적인 면에선 힘들었지만 옥천신문사는 지난 10년 동안 잘 극복해 왔다. 이젠 '옥천신문'하면 지역민들도 '그렇구나'하고 동조하거나 이해해 준다."

■조주현 기자의 일문일답
예전에 <오마이뉴스>에서 봤었던 조주현 기자는 몸이 많이 안 좋은지 12시가 다 되어 출근을 했다. 머리도 못 감은걸로 봐서 어젯밤에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중간 농담도 던지면서 시종 여유있게 답변을 해주었다. 그의 옆에는 점심 식사를 대신할 죽이 담겨져 있는 보온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었다. 다음은 조주현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몸은 어떤가?
▷"그럭저럭 하다. 어젯밤에 배가 많이 아파 오늘도 늦게 출근을 했다. 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라 별 문제는 없다."

▶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겠다. 지역신문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사실 지역 신문에 대해 전혀 몰랐다. 편집장님과 매형이 친구라서 소개로 들어왔다. 그 전까지는 지역신문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예전에 오마이뉴스에서 본 조주현 기자의 인터뷰기사에서 이런 대답을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났다) 좀 당황했었다.

▶ 그럼 지역신문에서 활동하니까 어떻던가?
▷"처음에 입사를 했을 때는 대지편집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미술을 전공했었는데 여기 들어와서 만평도 그리고 신문 편집도 했다. 하지만 대지 편집이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성도 많이 떨어져 혼자 컴퓨터로 편집을 배워서 지금은 모든 편집을 컴퓨터로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재미있다."

▶ 어떤 부분이 어려운가?
▷"경제적인 면이 좀 힘이 든다. 신문사의 재정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간다."

▶ 기자로서 지역신문이 잘되려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로 오너가 명확한 지역신문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작은 집단일수록 오너에 의해 많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인력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데… 질적인 측면에서 인력부분이 열악하다. 직원들의 능력이 많이 발휘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러면 능력 있고 순발력 있는 사람들이 지역신문에 많이 들어올 것이다. 우리 신문사도 그렇게 가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정보에 대한 차별은 심하다. 정보를 지역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의 보편화에 힘을 써야한다."

   
▶ 소지역신문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지역 주민과 밀착하는 것이 지향점이라 생각한다. 사실 서울의 버스요금이 100원 오르는건 관심이 없다. 우리고장, 우리지역의 버스비가 얼마 오르냐가 더 관심 있다. 이 한가지만 봐도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지향점은 명확해진다. 그리고 타 지역의 소지역 신문들 중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이 안 좋다보니 지면이외의 것에 신경을 쓰고 (이벤트) 그럴수록 신뢰도는 추락하는… 지역신문이 지역주민에게 이익이 환원되는 사업은 가능하겠지만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절대 반대다. 우선 신문은 정보에 충실해야 한다."

▶ 조 기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네티즌에게 알려져 있다. 네티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터넷에 여론이 뜨면 그것이 전체인 듯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실명이 아닌 무기명이다보니 욕설과 비방이 많은데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감시자의 역할과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은 더욱 크다. 네티즌이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십분 활용해 주길 바란다."

인터뷰하는 중간 중간에 기자들과 직원은 배드민턴을 치려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찾아오는 손님으로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이 분주했다. 그리고 기자가 만나본 지역민들은 대부분 옥천신문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런 저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지역민과 신문사직원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발간에 발간하는 옥천신문에 대해 지역민들은 '토요일이 기다려진다'라고 말한다. 과연 지금 많은 신문들 중에 독자가 '기다리면서' 보는 신문이 몇 종류나 될까? 지역일간지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참 많은 것 같다.

옥천신문에 대한 각계의 반응

옥천신문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들어 봤다. 옥천신문사와 길을 하나 두고 마주보고 있는 식당의 주인인 정영헌씨는 옥천신문의 10년된 구독자라 했다.

정영헌씨의 일문일답
▶옥천신문을 구독하게 된 경위는?
▷"이곳에 식당을 내면서 옥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옥천에 대한 뉴스나 소식을 알려고 구독하게 됐다."

▶옥천신문에 대한 느낌은 어떻가?
▷"한마디로 따뜻한 신문이다. 옥천지역에 대해 사사롭고 작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옥천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좋다."

▶옥천신문이 지방자치시대의 파수꾼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군청의 행정업무나, 학교의 이야기 등 독자들에게 알차고 정보 제공도 훌륭하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좀 세밀하게 알려줬으면 좋겠고 일주일에 한번 발행하는 것이 섭섭하다. 2번 정도가 좋은 것 같은데… 그리고 페이지도 늘어났으면 좋겠다.(옥천신문은 총 12면이 발행된다)

▶옥천신문의 군정에 대한 비판 수위는 어떻다고 보는가?
▷"때론 미안할 정도로 비판을 심하게 한다. 매일 얼굴을 마주치고 사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 우려도 된다. 저번에 나왔던 공무원의 해외출장 문제도 그렇고 조금은 당사자들에게 미안할 정도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옥천신문이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칭찬하고 싶다." (옥천신문은 군의원의 해외 연수를 문제 삼아 연수에 참여하여 성과물을 내지 못한 군의원에게 비용을 되돌려 받는 성과를 냈다)

옥천군청 이재하 공보실장과의 일문일답
▶옥천신문에 대해 평가해 달라
▷"옥천신문은 지역 유일의 신문사로서 정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지로서 지역의 미담사례를 발굴하거나 자치단체를 감시하는 등 신문사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정에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그 수위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못한 것에 비판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오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전에 실무진과 대략적인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 반론권이나 정정보도를 요구하시는지?
▷"해당부서에서 항의나 해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문사에서 지면을 통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옆에 있던 이안제 취재부장이 한몫 거든다. 우리는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요구해 오면 반영해 준다. 그리고 오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사과문과 함께 당사자의 이야기를 실어준다. 그러면서 옥천군에서도 반론보도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충고해 준다.)

▶옥천신문이 지역일간지에 비해 차지하는 위치는?
▷"지방신문(지역일간지)과의 차이는 많이 나타난다. 지역민을 샅샅이 알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도하는 것이 옥천신문이고 지방일간지는 사회면에 한정되어 있다. 마을순례 탐방이나 지역의 미담사례등은 지역신문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제는 지역의 홍보도 그 지역에서 알아서 해야한다. 또 지역의 위치 또한 높아 가는 것이다. 옥천신문은 그런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다."

▶옥천신문에 점수를 주신다면? "
▷나는 후하게 주고 싶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들은 아닐 것이다. 창간때부터 지켜보니까.. 옥천신문이 항상 비판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른 공무원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아마 업무분야에 대한 비판을 하면 자기 신상에 좋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다."

옥천군의회 민종규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군의회에서 바라보는 옥천신문은 어떤가?
▷"지역신문이지만 상당히 정도를 걷고 있다. 언론으로서 의지가 보인다. 따라서 지역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옥천군의회도 비판의 도마위에 올려졌다고 알고 있는데?
▷"비판이 강하고 때론 일방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그것은 옥천신문이 언론으로서의 의지와 집념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냄다고 생각한다. 때론 야속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바로 잡아가자는 의지로 본다."

▶그 비판의 수위에 대해서는?
▷"대중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런 평가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때론 평범을 초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앙일간지나 지역일간지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옥천신문이 하고 있다는 것은 가상하다."

오마이뉴스 2000. 11. 02일자 /조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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