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용시설과 수용시설이 한 곳에
[기획] 이용시설과 수용시설이 한 곳에
초고령사회 지역의 노인복지 어떻게 할 것인가? (5)… 일본의 노인복지정책과 방향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5.11.11 00:00
  • 호수 7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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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회:옥천군의 노인복지 현황과 문제점
2회:참여복지의 방향과 시설복지의 문제점
3회:지역사회의 인구고령화와 노인복지정책 방향은?
4회:일본사회의 인구 고령화와 그 특징
5회:일본의 노인복지정책과 방향
6회:일본 농촌마을 노인들의 하루(현장)
7회:국내·외 사례를 통해 본 지역 노인복지정책 방향

개호보험(介護保險·long term care insurance)’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노인복지 정책은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섰으며 이런 노인대국 일본의 앞선 경험은 우리나라에 좋은 귀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웃 일본은 현재 ‘자녀를 적게 낳은 현상’으로 인해 국민 평균연령이 상향조정되는 중이다.  산다시(三田市) 건강복지부 개호보험과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일본의 남성 평균 수명은 78.36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5.33세로, 2005년 9월15일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2천556만명으로 고령화율은 20%에 이르러 인구 5명 당 1명이 노인인 상황이다.

일본정부는 이에 대비, ‘개호보험’이란 모델을 개발해냈고, 노인들은 중증장애 상태에 빠졌을 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부터 도입된 개호보험은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의무 가입해야 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고 본 인이 치매와 뇌졸중 같은 중병에 걸렸을 때 싼 값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적보험제도다.

일본 효고현 남동부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 11만명의 도시 산다시의 개호노인복지시설인 ‘산수이’의 운영을 통해 일본의 개호보험을 이해하고 개호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일본의 사회복지 환경, 특히 고령자 복지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본 개호보험은 노인시설 입소자와 재택노인을 간호·간병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40세부터 개호보험료를 낸 피보험자와 피부양자에게 케어(care)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급자의 상태를 판단해 개호도(介護度)를 매긴다. 이 업무는 우리의 사회복지사 자격처럼 케어매니지먼트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73개 항목을 기준으로 정한다.

개호도는 1∼5단계로 나뉜다. 1∼2도는 신체적으로 활동은 가능하나 치매·뇌졸중 등의 의료적 증상으로 소·대변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혼자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한 경우다. 주로 집에서 지내지만 보호자가 요청을 하면 인근의 노인보호시설이 차로 데려가 일일 탁 노를 한다. 그도 힘들 경우 홈 헬퍼(가정봉사원)를 부른다. 3도는 치매·뇌졸중 등 중증, 4도는 의식은 명료하나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는 상태, 5도는 경구식(經口食)과 의료 처치를 통해 살아가는 식물인간을 말한다.

▲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노인에게 죽을 먹여주고 있는 히가시마에 아용이 시설장.
개호노인복지시설 ‘산수이’
산다시의 개호노인복지시설인 ‘산수이’는 지난 88년 건립된 이후 입소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을 만큼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시설이다. 지상 3층 건물로 겉에서 보기에는 시내 일반 사무실 건물과 다를 바 없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특급 호텔 못지 않는 훌륭한 시설을 자랑한다. 휠체어 교행이 넉넉한 복도와 누워서, 또는 휠체어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목욕시설과 밝은 내부공간까지.

여기에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이 몸에 밴 히가시마에 야요이 시설장을 비롯한 젊은 종사자들이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며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 산수이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모두 9가지다. 먼저 시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별양호노인홈은 일상생활이 어려워 개호보험이 필요한 노인 100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는 노인들을 모시는 가족들이 아프거나 여행, 직장생활 등 급한 볼 일이 있을 때 일주일에서 30일까지 △단기 입소 생활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버스로 노인들을 시설로 모시고 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통소개호(일일 서비스)와 직접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목욕이나 가사일 등을 서비스하는 △방문개호(홈 헬프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 산수이 시설에 유치원 아이들이 방문, 외로운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시설운영과 함께 행정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지원사업과 상담사업도 이곳 시설에서 시행하는 큰 업무 중 하나다. 그중 △거택개호지원사업소는 케어 메니저(수발 담당자)가 개호 보호를 인정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수발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따라 각 가정을 방문해 돌봐 주는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재택개호지원 또한 개호보호로 인정받지는 않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가족이나 당사자의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이용시설과 수용시설, 여기에 행정기관의 구실까지 담당하고 있는 ‘산수이’는 최근 인지증(치매의 다른 표현) 환자를 돌보기 위한 △공동생활공간과 △보육시설, 그리고 은퇴농장 개념의 △케어하우스 등의 시설이 한 곳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공존
개호노인복지시설인 ‘산수이’는 결국 다양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한 곳에 모은 종합적인 노인복지공간이다.  노인보건시설을 비롯해 특별 요양노인홈과 요양형 병동은 물론 시설내에 일일 서비스센터를 두고 일일 탁노와 홈헬퍼 사업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100명의 특별 양호노인 홈 관리에 간호사 9명을 포함한 45명의 직원이 움직이고 있고, 70여명의 방문개호 사업을 위해 홈 헬퍼도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개호보험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예전엔 복지를 가난한 사람이 받는 제도라는 생각을 했지만 개호보험이 시작된 이후 복지는 누구나 받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 시설에서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개호보험제도의 시행이 복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고 강조한 히가시마에 야요이 시설장은 “예전에는 시에서 시설에 부탁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이제는 개인과 시설이 계약을 체결하고 개인이 시설에 요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이제는 본인이 스스로 시설을 이용하려고 요구하는 등 이용자의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과의 약속 지켜야죠” - 개호노인복지시설 히가시마에 마사미 이사장

히가시마에 마사미 이사장은 첫 만남에서 인연을 강조했다. 산다시는 옛 우리 조상들(한국인)이 토기를 만들었던 공간이었고, 마사미 이사장 또한 태평양 전쟁 당시 한국 사람들과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살아 생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소를 내 놓았어요. 전 재산이라고 할 만큼 소중한 소를 내 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 산수이 개호노인복지시설 이사장 히가시마에 마사미
첫 만남에서 한국사람과의 인연을 강조한 마사미 이사장이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건립하게 된 것은 지역 주민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산다시 시의원으로 6번 당선돼 활동했습니다. 24년 동안 활동하며 꼭 한 가지 실현하지 못한게 있었지요. 산다시에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꼭 필요하고, 그런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 세웠지만 지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시의원을 그만 둔 후, 늦었지만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수이’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55세 되던 해에 마사미 이사장은 노인복지시설 설립을 위해 산과 밭, 토지를 모두 팔아야 했고, 정부의 보조금(1/4)을 받아 50개(현재는 100병실로 늘어남) 병실을 설치한 지금의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개호보험이 시작된 이후 산다시에는 ‘산수이’ 외에도 3개의 커다란 노인복지시설이 생겨났고, 이밖에 재활, 의료 등 다양한 노인복지 서비스 공간이 늘어났다.

“다양한 서비스 공간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 시설마다 특징적인 프로그램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설은 바로 보육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장점이죠. 좋은 직원, 좋은 프로그램으로 더 좋은 시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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