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락 좋을시고∼”
“한국 가락 좋을시고∼”
인기몰이에 즐거워하는 한국어학당 외국인 주부농악대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11.04 00:00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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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학당 외국인 주부풍물패가 6일 서울공연을 앞두고 지난 1일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장구채를 꼭 쥔 손이 낯설지가 않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앞서가는 꽹가리의 소리에 몰입하는 모습이나, 장구를 치는 빠른 손놀림을 보고 있자면, 그들은 누구보다 더 한국인답다.  가르치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흥겨움에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서로간의 호흡을 맞추는 정겨운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한국어 학당의 외국인 주부 농악대(대장 부자콘)이다.  필리핀과 태국인, 중국인 등 농촌에 시집 와서 살고 있는 옥천 외국인 주부 15명으로 결성된 외국인 주부농악대는 옥소리 농악대 대장 강만호(64)씨를 교사로 초청해 지난 8월17일부터 3개월 동안 실력을 갈고 닦았다.   

맨 처음 시끄럽게만 느껴지고, 낯설기만 했던 장구와 북이 손에 익기 시작할 무렵, 그녀들은 신명이 났다.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동안의 맹훈련을 견뎌낸 외국인 주부 농악대는 전국 이주여성 정착지원연대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던 지난 10월29일 대전시청 강당에서 공연 팀으로 참가해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꽃이 달린 고깔모자를 쓰고 오색빛깔 천을 휘감은 옷에 정말 신나게 두드렸고,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을 직접 들었다.  그것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게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맨 처음에는 팔도 아프고 소리도 시끄러워서 잘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제 한 번도 안 빠지고 연습해요” 농악대의 중심축을 잡고 있는 부자콘(38·옥천읍 신기리·태국인) 회장은 어느새 사물놀이 매니아가 됐다. 

같이 연습하고 있는 레띠시아(26·옥천읍 서대리·필리핀), 엘레나(36·옥천읍 마암리·필리핀), 마리아(22·옥천읍 장야리·필리핀)도 마찬가지다.

북을 치는 마릴린(필리핀)은 신혼여행을 갔고, 왕쓰(중국)는 결혼 준비하느라 바뻐 결석했지만, 콩가(동이면 세산리, 필리핀)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출산예정일을 앞둔 채 대전시청 공연에 합류했고, 마리아도 다음달 초가 출산이지만, 사물놀이 연습에 흠뻑 빠져 있다. 

“아주 최고로 인기였어요. 전주, 나주, 천안에서 올라 온 팀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내가 가르치고 있지만, 정말 열심히 해요. 이제 내 수제자들이에요.”  외국인 주부농악대를 지도하는 강만호(64·신기리)씨가 외국인 주부들의 열정에 탄복했다. 외국인 주부농악대는 이날 공연의 큰 인기에 힘입어 6일 서울무대로 진출한다.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외국인 주부 친정맺기’ 행사에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학당 전만길 교장은 “지난 10월 대전 공연을 보고 나서 여성가족부에서 이미 초청 의뢰한 유명한 사물놀이단을 취소하고, 우리 한국어학당 외국인 주부농악대를 주요 공연자로 초청했다”며 “옥천 외국인 주부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주고 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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