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농업운동, 진정한 주인 되는 일
[기획] 지역농업운동, 진정한 주인 되는 일
생명의 시대, 우리는 친환경으로 간다 (5) … 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연합회
[인터뷰] 아산시 생산자 연합회 이호열 대표이사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10.28 00:00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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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회:친환경만이 대안이다
   2회: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3회:친환경농엽, 자치단체의 경쟁력
   4회:대한민국 유기농 1번지, 문당리의 교훈
▶5회: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 연합회
   6회: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쿠바현지르포-1)
   7회: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현지르포-2)
   8회:‘유기농 옥천, 어떻게 가꿀 것인가?’

‘지역농업운동’. 사실 지역농업이라는 말이 가질 수 있는 의미는 정말 다양하다. 우리 옥천뿐 아니라 모든 농촌지역은 저마다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개별적인 지역농업의 모습을 갖고 있을 터인데 이러한 단어에 ‘운동’이라는 실천적 의미까지 더해지면 더 어려워진다.

지난 2000년 ‘지역농업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아산시생산자연합회(이하 생산자연합회)의 지역농업운동. 생산자연합회는 각 언론의 취재요청을 오랜 기간 고사해 오다 지난해 말에 가서야 자신들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생산자연합회는 수도작, 채소 및 과일, 콩과 밀 등 기타의 잡곡류를 재배하는 무농약 이상 친환경 430농가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경작면적은 무농약 이상 수도작 면적이 130만평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밀과 콩 재배면적이 50만평, 과일 및 채소재배면적이 30만평으로 아산일대 210만평의 친환경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면적들은 각각 단지로 결합돼 아산시 10개 면에 기능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 아산시 생산자 연합회 이호열 대표이사

이러한 생산자조직을 바탕으로 회원들의 출자로 출범한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하 푸른들)이 생산농산물의 가공 및 유통을 담당하며 한살림 천안·아산소비자생협이 판매를 책임진다. 생산과 회원교육을 맞고 있는 생산자연협회를 중심으로 푸른들과 생협이 기능적 역할분담을 맡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농업’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 지역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농업’의 시스템을 확보해야한다는 취지를 가진 지역농업운동. 이를 위해 수년간 지역 내 물질의 순환구조를 이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생산자연합회가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00년 1월21일 지역농업선포식을 가진 후 오늘까지 5년의 시간 동안 지역농업의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다. 그리고 오는 2007년 농림부의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사업선정(옥천군도 같은 해 사업유치를 신청한 상태로 아산과 경쟁해야 한다)전까지 완벽한 지역농업의 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착공한 25억 규모의 지역 내 친환경RPC(종합미곡처리장)와 APC(농산물산지유통시설) 공사는 이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30년 전인 19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생산자연합회의 성장과정과 그들이 해답으로 찾은 ‘지역농업운동’의 저력이 무엇인지 생산자연합회 이호열(51)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연합회가 출범한 것이 96년인데 10년이 안된 기간동안 규모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짧은 기간동안 연합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생산자연합회를 이야기하기 전에 아산의 환경농업 역사부터 말해야 할 것 같다. 환경농업이란 말도 없던 시절인 30년 전 나를 포함한 음봉면 산정리의 청년들이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무공해 쌀이라고 알려졌던 유기재배 쌀은 초창기 음봉감리교회와 YMCA의 양곡사업으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서 82년 산정리 마을전체가 1천가마 규모의 유기재배 쌀을 출하하는 집단재배지역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2∼30대 청년농민 40여명이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책임지며 서울지역 소비자들과 직거래규모를 확대해왔지만 84년 농촌을 초토화시킨 복합영농파동, 이른바 소 값 파동으로 마을의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고, 외상거래 확대와 쌀 판매자금 미수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85년 산정리와 서울의 직거래 망이 무너졌다.

86년 한살림이 출범하고 87년 아산지역 친환경농가들이 한살림과 힘을 모아 친환경농산물의 직거래를 부활시키며 활력을 얻기까지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아무튼 환경농업의 역사는 연합회 출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생협을 통한 직거래는 친환경농가 대부분이 현재도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작목단위를 초월한 생산자연합회라는 조직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94년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충격이 있기 전까지 환경농업운동은 마을단위운동이었다. UR타결이후 엄청난 좌절 가운데서도 나를 포함한 아산의 친환경농업인 동지들은 농업자체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바로 마을을 넘어선 지역농업운동이었다.

지역농업운동은 94년부터 2005년으로 예정된 쌀 재협상까지 유예된 10년의 기간동안 아산 농업의 생존기반을 닦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데 공감대를 가졌고 96년 연합회가 출범하면서 올해까지 그 길을 걸어온 것이다.

▲마을단위의 친환경운동이 지역농업운동으로 바뀌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마을의 자원을 유기농업으로 활용하는 것과 아산시 전체의 자원을 유기농업으로 활용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것은 단지 아산시에 환경농업 농가가 양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희생시키지 않고 외부의 도움 없이도 먼 미래까지 지속적으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아산의 농업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인농가의 이익이라는 당장의 목표를 잠시 접어두고 지역농업 전체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일에 친환경농가들이 철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역농업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바로 우리 조상들이 화학농법이 보급되기 전까지 평범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던 삶이 그것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촘촘히 연결돼 있는 농업과 자연의 순환을 현대적 여건에 맞도록 되살리는 일이다. 마을단위로는 불가능한 물질의 순환이 아산시라는 지역농업의 틀 안에서 가능케 되는 것이다.

돈이 된다고 농가들이 특정작목으로 집중된다거나 반대로 돈이 안 된다고, 예를 들어 밀농사처럼, 특정작물을 외면해 버리면 아산의 친환경농가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는 물질의 순환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실제 연합회는 1999년 자치단체가 아산신도시계획을 발표할 당시 신도시계획에 포함됐던 동부지역을 포기하고 서부지역과 간척지 일대에 친환경 지역을 개척하기로 결정을 했고 동부지역에서 일체 회원의 가입을 받지 않았다.

물질의 순환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대원칙아래에서 연합회의 회원들은 작목을 선택하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우리가 희망했던 지역농업의 모습에 점점 다가가는 것이다.

▲ 사진은 회원들의 출자로 설립된 푸른들 영농조합법인 물류센터 전경

▲이상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농업이 생업이라는 현실에서 그 수많은 이해관계의 조정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아산 내에서도 특정지역이나 특정농가의 희생만 요구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회원들의 희생이 오늘을 있게 만들었다. 환경농업은 돈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동지들 간의 결속력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고도의 도덕성과 헌신성을 갖춘 연합회의 지도부가 지역농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회원 상호간에 신뢰의 토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해관계의 조정문제, 예를 들자면 상대적으로 수입이 낮은 밀 재배농가에게 유기축산의 우선권을 주는 것처럼 조정의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다른 예로 회원농가가 자치단체로부터 지역농업의 전체적인 구도와 맞지 않는 시범사업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연합회는 농가에 그 시범사업이 왜 문제이며 당장 필요한 지역이 어떤 곳이라는 설명을 한다.

그런 경우 거의 모든 회원들이 연합회의 합리적 요구를 수긍하며 눈앞에 이익을 기꺼이 포기한다. 이것이 바로 유기농업, 지역농업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고 농가 상호간에도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유기농업의 정신이다.

▲현재 아산의 지역농업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와 있다고 평가하는가?
=지난 5년간 유기축산을 가능케 하는 아산지역 내 물질순환의 구조를 확보하는데 정말 힘겨운 시간을 투자했다. 2004년 전문용역결과 아산지역 내 유기축산 가능 규모가 1천200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그 수준이 2천두 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아지 값이 안정되는 대로 연합회 회원들은 개인농가의 경우 번식우를, 유기축산 작목회에는 비육우를 공급할 계획이다. 유기축산농가와 경종농업농가가 서로의 부산물을 나누는 지역순환형구조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연합회는 당분간 기존의 지역농업 성과를 바탕으로 한 유기축산정착에 힘을 쏟을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연합회는 출범이후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당장 연합회와 푸른들의 상근자만 모두 35명이고 생협까지 더하면 5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회가 커지는 이면에 지역농업의 정착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온 회원의 삶의 수준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다. 결국 연합회의 성장은 회원의 확대로 인한 성장이었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연합회는 푸른들의 수익사업인 콩나물, 두부, 두유 등 가공사업을 면단위의 지회로 나누고 있다. 이 사업들을 각 지회의 농외수입으로 정착시켜 회원소득증대를 기하려는 목적이다.

자치단체와 지역농협 및 기타 농업관련기관들과 연합회가 유지해온 상생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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