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독일 태양은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기획] 독일 태양은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신재생에너지로 청정 옥천 어떻게 만들 것인가 (3) … 신재생에너지의 산실 독일 리포트(1)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10.14 00:00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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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이란?

무한정, 무공해의 태양 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기본 원리는 반도체 PN접합으로 구성된 태양전지(solar cell)에 태양광이 조사되면 광에너지에 의한 전자, 정공 쌍이 생겨나고, 전자와 양공이 이동하여 n층과 p층을 가로질러 전류가 흐르게 되는 광기전력 효과에 의해 기전력이 발생하여 외부에 접속된 부하에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러한 태양 전지는 필요한 단위 용량으로 직력 혹은 병렬 연결하여 기후에 견디고 단단한 재료와 구조의 만들어진 태양전지 모듈(solar cell module)로 상품화 된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수요자에게 항상 필요한 전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모듈을 직,병렬로 연결한 태양전지 어레이(array)와 전력 저장용 축전지(storage battery), 전력 조정기(power controller) 및 직·교류 변환장치(inverter)등의 주변장치로 구성된다.

태양광 발전은 무한정, 무공해의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므로 연료비가 불필요하고, 대기오염이나 폐기물 발생이 없으며, 발전 부위가 반도체 素子(소자)이고 제어부가 전자 부품이므로 기계적인 진동과 소음이 없으며, 태양 전지의 수명이 최소 20년 이상으로 길고 발전 시스템을 반자동화 또는 자동화시키기에 용이하며, 운전 및 유지 관리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태양의 나라’독일로 갔다.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은 그 나라에서는 아주 특별한 대안이 아닌 일상 속에 스며든 평범한 대안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번 길지 않은 여정에는 84세의 결코 적지 않은 나이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뿜고 있는 이종학(동이면 평산리, 옥천서원태양광발전소장)옹이 동행했다. 

40여 년 넘게 독일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온전히 간직한 채 조국이 더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71세의 지철규(독일 칼텐키르헨시 거주, 함부르크시 전 보건국장 역임)박사가 통역과 가이드를 맡았다. 

84세와 71세, 수많은 과거의 세월을 마음에 끌어안고 사는 이들이 안내하는 신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경험했던 선험적 지혜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당연한 진리였다. 그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인간이 지혜롭게 앞으로의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안이었다.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란 더 이상 진보도 아니고 이상도 아니었을 뿐더러 환경운동가들만의 구호도 아니었다. 그것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일상이었다. 주민들은 그것이 상식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며, 합리적으로 선택했고, 직접 실천에 옮겼다. 

지난 9월30일부터 10월7일(숙박:지철규 박사 집에서 민박)까지 독일에 체류하면서 겪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충격은 그래서 더 컸는지 모른다. 독일 함부르크시와 퀵본시, 칼텐키르헨시, 에칸푀어데시 등을 둘러보았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독일인의 일상을 보다

독일 칼텐키르헨시에 위치한 지철규 박사 집을 방문하자마자 눈길이 닿는 것이 있다.  바로 빗물을 받는 커다란 통들이다. 독일에서 중상류층이 거주한다는 이곳에도 빗물 받는 통은 어김없이 위치해 있다. 하나가 아니라 5개다.

물이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땅에 떨어지는 빗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는 독일인의 습관이 배어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하수도세가 상수도세보다 5배나 비싼 독일의 물에 대한 정책적 의지도 바탕이 된다. 

[기획취재] - 글싣는 순서

1회:옥천의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문제점
2회:신재생에너지, 전문가에게 듣는다
3회:신재생에너지의 산실 독일 리포트(1)
4회:신재생에너지의 산실 독일 리포트(2)
5회:신재생에너지 박람회, 진해를 가다
6회:빛고을 광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보다 
7회:차세대 연료, 현실과의 접목은? 
8회:옥천에서 신재생에너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물 부족을 예상해 미리 정책적으로 물의 재활용을 천명하고 나섰고, 주민들은 큰 불만 없이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다. 지철규 박사의 부인 김말자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일인의 이런 습관은 빈부의 차이를 막론하고 일상적인 습관이다. 

“비가 오면 자다가 깨서 빗물을 받을 정도로 생활화 되어 있어요. 그리고 물세가 비싸니까 물을 아껴 쓰려고 노력하죠. 정원에 물을 주는 것조차 아껴서 줘요. 이렇게 물을 아끼는 것이 단지 물세를 덜 내기 위한 것 뿐 아니라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천하는 거죠. 그래서 큰 불평이 없어요.” 

지 박사 집에는 아직 설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독일의 벌써 많은 집들이 ‘물 재활용 시스템’을 집 내부에 설치해서 설거지물이나, 빨래할 때 쓰는 물 등 생활용수를 한 번 더 재활용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인정하는 ‘물 재활용 시스템’을 설치하면 하수도세를 1/5감면해주는 감세 정책을 펴면서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물을 아끼는 지혜는 건축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독일 욕실에는 욕조 밖의 하수구 구멍이 없다. 그것은 생활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물의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이런 건축적 차이를 몰라 욕조 밖에서 샤워를 하다가 물이 넘쳐 호텔에서 난리가 난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조명이 다소 어둡다. 그것 역시 독일인의 일반화된 생활습관이자 문화이다. 꼭 필요한 조명만 켜고, 나머지 등은 모두 꺼둔다. 때로는 촛불을 켜놓고 식사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설치된 등은 모두 에너지 절약형 백열등이고, 조도를 단계별로 조절하는 회전스위치가 설치돼 에너지를 더 절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시내를 제외하고 대부분 도시의 가로등은 일찌감치 꺼진다. 그리고 시내에는 네온사인이 일체 없다.

◆일상화된 독일인의 에너지 절약정신 

필요없는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공적인 빛이 사라진 대신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밝은 별을 보기 위해 별빛보호지역으로 선포하고 가로등을 없앤 우리나라 강원도 횡성의 경우는 특별하지만, 독일의 가로등 끄기는 이젠 일상적이다. 함부르크 기술대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추소연(27)씨의 말은 이를 잘 말해준다.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역을 가보면 표지판을 보지 않고도 어느 나라인지 확연히 구분이 되요. 밤이 되면 독일은 어둡고, 프랑스는 낮처럼 환하거든요.” 

▲ 독일 주택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전지판. 이 전지판은 간단하게 지붕에 부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독일 북부 퀵본시
집의 유리창도 특별하다. 미닫이 유리창이 한 개도 없다. 전부 3중 진공유리창의 밀폐형 유리창이다. 이는 난방을 위한 상식적인 건축이다. 미닫이의 틈새에서 나오는 한기를 최대한 막고, 난방용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한 장치이다. 

창문은 손잡이의 방향에 따라 옆으로 열리고, 위로 열리지만 한 번 닫으면 완전히 밀폐된다. 난방도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홀츠펠릿’이라는 나무 압축용 연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본 30cm 정도로 설치하는 단열재는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집에 에어컨이 없다. 지철규 박사 집 뿐 아리라 함부르크 전역에 에어컨이 없단다. 그것은 물론 북부지역의 비교적 선선한 날씨도 작용하지만, 건물의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지혜라고 지 박사는 설명한다. 

“건물을 지을 때 구조적으로 여름에는 햇볕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햇볕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 가두는 구조로 집을 짓습니다. 보통 내외벽에 30cm의 두꺼운 단열재를 설치해 햇볕을 막아내고, 보온의 효과를 내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아주 더운 여름 날씨에도 에어컨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땅 중의 건물을 제외한 2/3 공간에는 반드시 기본적으로 녹지공간을 확보하게 되어 있어 이 때문에 오는 쾌적함과 시원함도 한 몫 하는 것이다.  이외에 지박사는 태양광 정원용 소형 가로등과 태양광 후레쉬를 보여주면서 이제 독일에서 태양광 제품은 일상 속에 더 가까이 잦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신재생에너지 기업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환경운동에 동참하려 친환경에너지 상품을 개발하는 ‘rave&kuberg’회사를 만들었다는 쿠베르 마익(35)씨는 이미 10년차 베테랑 CEO다.  얼마 전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는 그는 올해만 4천 가구의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고, 벌써 2년 동안의 주문을 마친 상태다. 

▲ 독일은 태양광을 비롯해 자연재생 에너지에 대한 제품화가 활발하다. 쿠베르 마익(오른쪽)씨가 태양열을 이용한 신제품 온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 600여 명의 직원은 1년에 4만제곱미터(1만2천평 정도)의 태양광 집열판을 생산해낸다. 전력규모로 따지면 한 달에 메가와트급 규모의 모듈을 생산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이종학 옹이 독일 모듈 성능을 시험하려 하는데, 좋은 가격에 수출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독일 국내 수요도 다 감당하지 못 한다”며 “점차적으로 한국 수출의 길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모듈 성능은 국가가 정확히 측정 검사해서 성능이 떨어질 경우, 판매를 못하게 한다. 이미 태양광 발전 사업은 많은 대기업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전도 유망한 사업이란 것이 쿠베르 마익씨의 설명이다. 

“유명한 리타 초콜렛 회사는 초콜렛 번 돈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석유사업자 셸과 영국 석유화학회사 BP도 이미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가 고갈될 것을 예상하고 태양광발전사업에 눈을 돌린지 오래입니다.” 

쿠베르 마익씨가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직업으로 갖게 된 배경에는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큰 동기부여를 했다. 그는 그 사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고, 원자력발전을 없애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운동을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 독일 주택에는 빗물을 받아 이용하려는 빗물통이 준비되어 있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기 위해 홈통에 구멍을 내 통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 이종학 옹이 빗물토을 살펴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주력하는 기업 

“독일내 150여 명의 기업 재벌들이 모여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연구하는 ‘TFG'라는 모임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주로 세 가지 태양광 발전과 물의 리싸이클, 그리고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을 주제로 논의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모여서 의논하는 것는 장차 세계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에너지가 지구를 살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면서 독일제 태양광 모듈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는다. 

“독일제품의 모듈은 50% 손으로 만든 것입니다. 모듈을 감싸는 틀과 유리 방벽이 없어 발전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 독일 제품의 특징입니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독일인 대부분이 원자력발전에 대한 혐오증을 가지고 있고, 70∼80%가 태양광 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지철규 박사가 한마디 거든다.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300km이내에 큰 영향을 주는데, 한국의 경우, 전 지역이 해당되는 데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에 걸려있죠. 독일 같으면 상상도 못 합니다.” 

독일은 이미 정책적으로 원자력을 증설을 멈췄고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그의 회사는 태양광 집열판 이외에도 물이 필요없는 소변기, 나무를 압축해서 오랫동안 난방을 할 수 있는 ‘홀츠펠릿’(버려진 소나무를 압축한 것으로 200g으로 10리터의 물을 끓일수 있다고 함), 태양열 난방, 물 리싸이클링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절약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운동

독일에선 반핵운동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낙진이 독일에 떨어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핵 재앙에서 해방되고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비싸더라도 태양에너지와 풍력발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시민들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로 나섰다. 

하노버대학에서 반핵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이 독일 굴지의 태양에너지 회사인 바그너사를 20여년간 키웠다. 뜻이 있는 시민들은 비록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붕에 태양열집열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해안가나 마을 언덕에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또, 낡은 물레방아를 수리해 소수력발전기로 이용했다. 곧 전기 반란이 일어났다. 

인구가 3천명도 되지 않은 독일 쉐나우 마을에선 원자력전기와 큰 화력발전전기를 쓰지 않기 위해서 35억원 가량을 모금하여 배전회사를 주민들이 인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태양혁명도 일어났다. 독일 아헨의 태양에너지모임은 몇 년간 시의회를 설득하여 시영 전력회사가 태양전기를 비싸게 의무적으로 사주고 이 비용은 시민들이 분담하는 이른바 '아헨모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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