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위적 환경개선, 노인복지 최선책 아니다
[기획] 인위적 환경개선, 노인복지 최선책 아니다
초고령사회 지역의 노인복지 어떻게 할 것인가? (2)… 참여복지의 방향과 시설복지의 문제점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5.10.07 00:00
  • 호수 7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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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글싣는 순서

1회:옥천군의 노인복지 현황과 문제점
2회:참여복지의 방향과 시설복지의 문제점
3회:지역사회의 인구고령화와 노인복지정책 방향은?
4회:일본사회의 인구 고령화와 그 특징
5회:일본의 노인복지정책과 방향
6회:일본 농촌마을 노인들의 하루(현장)
7회:국내·외 사례를 통해 본 지역 노인복지정책 방향

국민의 정부가 ‘생산적 복지’를 추구했다면, 참여정부는 ‘참여복지’를 복지 이념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고루 복지 혜택이 가도록 하되 ‘퍼주기식 복지’는 지양하고, 수요자에게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다.

우선 복지의 폭과 대상을 확대해 전 국민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와 보건과 복지에 대한 1차적 책임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던 복지정책의 형성 과정에 국민이 주체로 참여하고 서비스의 선택과 제공, 평가 과정에도 참여함으로서 실질적인 ‘참여복지’를 실현한다는 것이 ‘참여복지’ 본래의 취지다.

참여정부의 ‘참여복지’

참여정부의 복지방향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잘 나타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통해 나타난 ‘참여정부’의 노인문제, 고령화사회 대책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연령중심의 고용체계를 능력중심으로 전환하여 실질적인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사회적 일자리 50만개를 만드는 등 노인의 경제적 안정과 보람 있는 노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고령자의 기준 고용율을 3%에서 6%로 상향조정하고, 고용보험과 연계하여 재고용 시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 숲 해설가, 산모 도우미, 문화안내인, 실버택배, 간병인 등 고령자 틈새시장을 적극 개발하여 2007년까지 50만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또 지역사회 시니어클럽을 대폭 확대하여 노인 스스로 보람과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노인이 우선 채용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직업훈련과 교육체계를 확대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노인들의 주거, 여가, 교육, 문화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노인정을 노인복지센터화 하는 등 노인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동시에 주거와 의료 서비스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종합 실버타운 건립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천군의 ‘노인종합복지타운’

인구 6만5천126명(2005년 4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1만4천190명으로 65세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1.8%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충남 서천군은 올해 3월10일 기공식을 갖고 ‘서천군 노인종합복지타운’ 건립을 본격화 했다. 3만4천평의 토지에 건립되는 서천군 노인종합복지타운은 국비 79억3천500만원, 도비 30억5천만원, 군비 57억8천700만원, 민자유치 72억1천400만원 등 2007년까지 모두 239억8천600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 서천군 노인종합복지타운
사업별로는 재가노인과 입주노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봉사파견센터를 비롯해 노인문제 상담 및 건강프로그램과 식당, 문화생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노인복지회관이 33억원의 사업비로 건립되고 100명을 수용하게 되는 △실비노인요양시설에 1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다. 또 100병상 규모의 △노인전문요양병원을 지역내 병원의 투자(17억2천500만원)를 이끌어내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14억원의 사업비로 △장애인복지관이 건립되고, △노인전용주택이 150세대 규모로 68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어진다. 노인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한 공간과 문화·여가생활을 즐길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1만4천평의 땅에 조성될 △공동농장에서는 경의대학교 한방과와 자매결연을 맺고 약초를 재배하는 동시에 지역특산물인 한산모시를 재배하게 되며 문화·여가생활을 즐길수 있는 공간으로는 야외공연장과 한방찜질방, 게이트볼 경기장, 그라운드골프장, 체육공원 시설, 야외 공중화장실 등이 지어진다.

239억여원 투자되는 노인종합복지타운조성사업과 함께 서천군은 5월24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농업기반공사에서 추진하게 될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 시범사업에는 약 4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서천군 관계자는 “노인종합복지타운이 중저가의 주거시설이라면 농업기반공사에서 추진하는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는 노인종합복지타운에 건설되는 이용시설을 사용하기 쉽게 단지 인근에 건설할 계획이며 외지 및 출향인 등 성공한 은퇴자를 중심으로 150세대를 건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구를 위한 시설투자인가?

하지만 주거와 의료 서비스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종합 실버타운 건립은 농촌지역에 있어 또 다른 노인소외 현상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서천 공금란 편집국장은 “1억원에서 2억원 정도의 입주금과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사용료가 소요되는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는 고소득 층 노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노인종합복지타운 또한 어느 정도 재산을 소유한 노인들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이다”라며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와 노인종합복지타운 내 노인들은 물론 이 시설을 이용하는 지역 노인들 사이에 상·중·하 계층구분이 뚜렷해져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노인들이 또 다른 노인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투자에 대한 지적과 함께 노인종합복지타운을 운영할 인적자원과 프로그램의 효율성 부문에 대한 문제도 서천군 지역내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종합복지타운 건설을 앞두고 서천군지역에서는 6개월에서 2년 과정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좌 개설이 증가하고 있다.

300명에서 400명 정도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욕구에 따라 지역의 대학들도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좌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공금란 편집국장은 “노인종합복지타운 운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타운을 운영하는 인적자원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하지만 자격증 취득만을 위한 지금의 강좌로서는 지역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성 결여로 인해 노인복지를 위한 정책개발은 고사하고, 운영 프로그램의 질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종합복지타운과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 등의 시설물이 결국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투자가 아닌, 고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은퇴농장의 김영철 농장주는 “2억을 투자하고, 월 200만원 가까운 운영비를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의 노인들은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정부의 시설투자 없이도 충분히 여가생활을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로, 정부가 나서 소외된 노인들을 외면하고 이들을 위해 투자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하면서 보람 찾는 ‘은퇴농장'

올해 77세의 강아무씨에게 홍성군의 작은 야산 자락에 자리잡은 ‘홍성은퇴농장’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정든 교직을 떠나 매월 18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는 강씨지만 이곳에서는 깻잎 수확을 걱정하는 소박한 농민이었다.

하루 5시간씩, 주 5일 근무에 연봉 600만원.
한달에 50만원 남짓한 벌이지만 농장 이용료 32만2천원을 지불하고도 20여만원이 남는다. 180만원의 연금보다 소중한 돈이다.

홍성은퇴농장(농장주 김영철·56)에는 강씨처럼 도시에서 자식과 함께 살다 시골로 내려와 인생 황혼을 새로 설계하는 은퇴노인 24세대가 살고 있다. 교사에서부터 호텔 지배인, 전업농 등 출신 직업도 다양한 이들은 냉장고, 욕실, 싱크대, 텔레비전, 전화기 등이 갖춰진 7평(보증금 2천500만원), 10평(보증금 3천500만원), 14평(보증금 5천만원)짜리 원룸식 독채에서 식사를 제외하고 독립생활을 즐긴다.

7천300평 규모의 농장에는 비닐하우스 10동을 비롯해 텃밭과 농산물 가공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10년 전, 김영철(56)·박영애(50) 부부가 시작한 일을 이제는 농업전문대를 졸업한 막내아들 김경수(27)씨도 뛰어 들었다.

홍성 은퇴농장이 다른 실버타운과 다른 이유는 바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5시간씩 주 5일 동안 수확 및 포장 작업으로 60∼70대 입주자들은 연간 약 500만원에서 6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80대 이상 노인들도 1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의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은퇴농장이다.

취미나 여가생활도 자신의 일이 있을 때 더 즐거운 법이다.  전원생활만을 즐기기엔 하루는 너무 길고 6, 70대 노인들에게는 너무 젊다는 것이 농장주 김영철씨의 생각이다.

◆6∼70대, 일 놓기엔 아직 젊다

“지난주에는 입주자들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손으로 직접 뽑아낸 자장면이 먹고 싶다며 모두 자장면을 먹으러 떠났어요. 또 각자의 취미생활에 맞춰 활도 쏘고 낚시도 하며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일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사회에서 은퇴한 우리의 6, 70대는 일을 놓기엔 아직 젊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김영철씨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절임류 생산에 도전했다가 7천만원 상당을 모두 땅 속에 묻어야 했다.

“너무 유기농을 고집했어요. 정부에서 시행하는 음식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작 물건을 구입해야 할 2, 30대들이 외면을 하더라구요. 간장도, 양념도 모두 조미료 없이 직접 만들었더니 담백한 맛은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 입맛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실패를 거듭하며 1만5천여평이었던 그의 농장은 현재 7천300평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유기농 농산물 생산을 고집하다보니 입주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충분하다. 1천평의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를 판매해 연간 3∼4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6천여평의 텃밭에서는 양념거리를 생산, 가공 및 직거래를 통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돈을 번다는 것이 액수를 떠나 입주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입주자의 60%가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고, 나머지 40%도 자급자족 형태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이곳을 찾은 가족들에게 시골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건강한 농산물을 선물하기도 하구요.”

염소를 키우고 싶다고 하면 중탕을 해서 팔고, 배추를 심으면 김치를 만들어 파는 등 입주 가족이 낸 돈으로 농장을 경영하지 말고 그들이 생산한 것을 다시 가공, 판매하겠다는 것이 은퇴농장을 경영하는 김영철씨의 경영철학이다.   

◆충남 서천군 노인들의 여가생활

농촌지역 노인들이 생각하는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충남 서천군이 노인종합복지타운 사업을 앞두고 65세이상 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1.4%가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 서천군 노인들의 여가생활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여가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65세 이상 600명의 노인 가운데 39.7%인 238명이 ‘그저 그렇다’란 답변을 내 놓았고, 21.7%인 130명이 ‘여가를 즐길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변하는 등 61.4%가 새롭고 건전한 여가생활 방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가를 즐기는 장소 또한 29.7%가 경로당, 22.3%가 이웃집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집에서 보내는 경우도 17.1%에 이르렀다. 농촌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강식품, 의료기기판매장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2.2%에 불과했다.

여가생활방법으로는 윷놀이가 26%, 일거리 같이 하기가 22.5%, 화투 16.6%, 장기 13.3%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여가시설에 꼭 필요한 것으로는 물리치료기 34.2%, 운동기구 32.8%로 나타나 노인성 질환과 관련한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디까지가 최선인가 `고민' - 홍성 은퇴농장 김영철씨

▲ 홍성 은퇴농장 농장주 김영철씨가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깻잎 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1995년 8월에 문을 연 홍성 은퇴농장은 올해로 꼭 10년째 은퇴한 도시 노인들에게 전원생활과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평화로운 노후를 보장해 주고 있다. 시설화 되어 가는 외국식 실버타운에 맞서 신토불이형 실버타운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곳에 농장주 김영철(56)씨와 그의 아내 박영애(50)씨, 그리고 올해 27살 된 막내 아들 김경수씨가 있었다.

자식 욕먹일까 두려워 시설입소를 꺼려하는 사회적 환경때문에 아들, 딸이 모시지 않으면 결국 혼자 사는 것이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현주소라고 지적한 김씨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역 상황에 맞는 소규모 연계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정책은 20호 이상, 크고 한꺼번에 건립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잘못된 정책임에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농촌지역의 상황에서는 대규모 시설보다는 소규모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산품을 개발하고 노인 인력을 활용한 수익사업 창출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농촌지역의 노인복지는 사회복지분야가 아닌 농정과나 농업기술센터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지역 농업기술센터는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생산과 가공을 돕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농업기술센터의 현주소다. 노인들의 인력을 활용한 특산품 개발은 무궁무진하다. 염소를 사육해 중탕을 생산할 수도 있고 토종닭을 이용해 마을의 대표음식으로 홍보할 수도 있다. 포도가 유명한 옥천의 경우 포도가공 음식이나 잼 생산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것들이 지역의 농촌인력을 이용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은퇴농장의 역할도 점차 확대 되어 갔다. 은퇴농장을 10년째 운영하며, 김씨는 이제 ‘어디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농장의 역할이 지금까지는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몸이 불편하면 병원으로 모시는 일까지였다. 그 이후는 가족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동할 수 없는 노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10년 동안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분도 12명에 이른다. 함께 지내온 정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몸이 아파도 이곳을 떠나지 말라고 부탁한다.”

전원생활과 노동의 즐거움을 선사하던 은퇴농장의 구실이 이제는 ‘케어’까지 담당하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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