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업이 생존하는 길...오직 '친환경' 뿐
[기획] 농업이 생존하는 길...오직 '친환경' 뿐
생명의 시대, 우리는 친환경으로 간다' (1) - 친환경농업 중요성 강조하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09.30 00:00
  • 호수 7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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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글싣는 순서

▶1회:친환경만이 대안이다
2회: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3회:`친환경 농촌공동체, 농협이 지킨다’
4회:친환경농업, 자치단체의 경쟁력
5회: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공동체
6회: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쿠바현지르포-1)
7회: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현지르포-2)
8회:‘유기농 옥천, 어떻게 가꿀 것인가?’

기획취재에 들어가며

농민도, 소비자도, 공무원도 모두 친환경농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옥천의 친환경 농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전환기유기를 포함해 6개의 농가만이 친환경유기농인증을 획득했을 뿐이고 우리지역 경지면적 9천376ha 가운데 2.16%인 202.49ha만이 친환경인증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친환경 농업의 최적지 라는 평가를 받는 옥천은 왜 이렇게 낮은 수준의 친환경농업을 보유하게 되었을까? 옥천의 친환경농업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무엇이 농민들로 하여금 친환경 농업에 동참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가? 

농업군을 자처하는 자치단체마다 친환경농업에 사활을 걸고 지역의 미래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지역의 낮은 친환경농업의 보급률은 지역농업의 미래에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찾아오는 농촌, 행복한 농촌공동체의 필수적인 관문인 친환경 농업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고, 지역을 넘어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생명의 시대를 항해하고 있는 옥천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친환경농업이라는 화두로 풀어본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보도일정은 먼저 ▲9월30일자 793호에서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을 만나 최근의 농업현안과 친환경농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점검해보고 ▲10월7일자 794호에서 우리지역 친환경농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역을 대표하는 친환경농업인과 관련기관을 통해 살펴본다.

▲10월14일자 795호를 통해서는 친환경농업의 선두주자로 착실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는 홍성군의 친환경농촌공동체와 홍동농협 등을 만난다.  ▲10월21일자 796호에서는 친환경농업육성에 자치단체의 사활을 걸고 있는 전남 곡성군의 사례를 통해 자치단체의 우수한 친환경마인드를 조명한다.

▲10월28일자 797호에서는 지역순환형 농업운동으로 친환경 생산자공동체의 모범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아산 생산자공동체를 찾아 농가소득 증대와 환경보전, 농산물의 안정성 등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는다. 

▲11월4일자 798호부터 11월11일자 799호까지 유기농천국 쿠바를 찾아 우리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위기를 먼저 극복한 쿠바의 유기농 혁명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11월18일자 800호 에서는 우리지역 친환경농가와 농업관련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옥천이 가꿔 가야할 친환경농업의 청사진을 조명한다.

◆옥천에서도 농협 미곡처리장의 2004년도 산 쌀 재고가 400톤 이상씩 남아도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포도, 복숭아 등 국내산 과일의 가격 폭락 등 국내 농업을 둘러싼 암울한 현상들은 날로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김 총장이 보는 한국농업의 현주소와 전망이 궁금하다.

=작은 이야기부터 하자.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쌀 재고 현상의 이면에는 우르과이라운드 타결이후 작년까지 매년 유입되고 있는 의무수입물량(현재 국내 쌀 소비량 기준 6%)과 가공용 쌀이란 명목으로 5만 톤 이상이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찐쌀이 있다. 국내로 들어온 쌀만큼 우리 쌀 재고가 남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이 국내 쌀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미 수입쌀이 대중소비용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 현 사태의 핵심이다.

◆ 결국 정부의 농업정책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참여정부의 농업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꼽는다면?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쌀 재협상부터 보자면 ‘실패한 협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협상은 잘못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잘못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심각성이 있다. 국회비준이 안되고 있는 것도 협상에 따른 구체적 피해예상조사조차 안나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대안이 없다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회비준을 안 하면 수입쌀이 자동관세화 된다는 식으로 국회와 국민을 위협하는 것은 이 분야에 약간의 전문성만 있는 사람이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태도인지 알 수 있다.

예상피해와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후속대책을 전제로 비준을 요구해야지 사리에도 맞지 않는 ‘자동관세화’ 운운하며 국민을 위협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올해부터 정부수매를 공공비축미의 공매로 전환한 결정도 지나치게 빠른 정책이라고 본다.

◆공공비축제도 자체도 정부의 공매가격을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다.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농업부문에 철저히 적용시킨다는 것인데?

=시장에서 소비자가 농산물을 선택하는 기준을 보자. 가격과 품질이다. 가격 면에서는 이미 우리 먹거리의 외국 농산물에 대한 판정패가 확인 된 상황이며 품질 면에서도 친환경 안전 먹거리를 전략으로 한 국내농산물과 수입 산의 차별화는 안돼 있다. 품질·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98년11월11일 친환경유기농원년을 선포한 뒤 친환경 인증제를 도입하고 이것을 시행한지 아직 채 몇 년이 지나지도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도 전에 식탁에서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점은 쌀의 경우 시장가격 이라는 것이 쌀의 공익적인 가치와 기능에 대한 평가를 반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홍수를 막고 정화된 지하수를 공급하며 탄산가스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등 벼농사로 우리 사회가 누리는 공익은 식품으로서의 가치에 서 너 배에 이르는 것이다. 외국쌀이 제공할 수 없는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포기할 경우 그 피해는 더 이상 농업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농업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친환경 농산물로 신토불이의 안전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입농산물이 넘볼 수 없는 튼튼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할 시점임에도 친환경농산물은 여전히 불안한 유통구조 등으로 정착을 못하고 있다.

=유기농업은 정농회·한국유기농업협회·자연농업협회 등 깨어있는 농민들이 주도해왔다. 2∼30년간 소수 농민의 손으로 명맥만 유지해오던 유기농업은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가 친환경농업의 원년을 선포한 이후 비로소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유기농업 기술과 자제를 개발하고 이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R&D 정책을 친환경 정책의 기본으로 삼는데 비해 우리는 정부가 너무 늦게 친환경농업정책을 시작하다보니 직접지불제도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중앙정부는 매 5년마다 친환경농업육성계획을 수립 발표하는데 최근 입법과정 중인 친환경농업육성법안을 보면 저농약이 친환경의 영역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등 문제점이 보인다.

사실 저농약 농산물은 GAP(Good Agriculture Product : 좋은 농산물) 등의 분류를 통해 친환경농산물과는 별도로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친환경농산물로 분류돼 있고, 수입유기농산물에 대해 현지에서 국내수준의 검역과 검사를 요구해야 하는 점, 또 가공유기농산물 식품의 무분별한 수입에 대한 엄격한 심사 및 검사과정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시스템에 관한 정부의 확고한 기준과 함께 정부는 친환경농가에 대한 친환경기술과 자제의 저렴한 보급에도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농업현장에서는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에 대한 장벽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옥천의 경우 농가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부족의 덫에 걸려있고 자치단체의 인식부재, 친환경농산물 판로에 대한 불확실성 등도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에 장애가 되고 있다.

=노령화를 덫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 할 수 없다. 친환경은 생산자 공동체를 전재하는 것이며 농촌의 노령화를 보는 시각을 달리함에 따라 그것은 얼마든지 농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친환경농촌의 노인들은 도시인들에게 웰빙의 상징이며 전통문화의 지킴이를 의미한다.

이것만큼 도시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촌을 찾게 하는 것이 또 있겠는가? 이미 앞서가는 농촌지역자치단체들이 이를 통해 새로운 농촌공동체를 성공시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오직 생산력의 관점으로 농촌을 보아서는 친환경농촌을 성공시킬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깨어있는 곳들, 예를 들면 함평, 장성, 곡성, 구례, 함양, 평창, 화천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곳들이 최악의 조건, 가장 낙후된 곳을 도시인들이 꿈꾸는 이상향의 낙원으로 바꾸고 새로운 농촌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판로문제는 여전히 남는데?

=유기농업을 통한 생산의 부가가치가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는 20, 유통을 통한 소득은 30으로 불어난다. 이것을 농가의 소득으로 끌어와야 한다. 결국 농민소득을 3배로 높이는 방법은 농민이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현재 식품대기업 중심으로 돼 있는 가공식품위생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

주세법 식품위생가공법 등이 모두 재벌위주로 되어 있으나 시장, 군수가 위생상태를 보장함으로써 농민들이 가공유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의 재정 등 자치단체의 의식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소한 그 지역 안에서는 조례를 통해 이것이 가능토록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으로 국내에 쿠바의 유기농을 소개했다. 쿠바의 유기농업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쿠바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방문했다. 농민들과 함께 쿠바에서 열린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석했는데 쿠바의 유기농 성공사례를 본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팀은 쿠바의 유기농 성공사례를 요약해서 인류미래의 위대한 희망이라고 기록했다. 91년 서방으로부터 봉쇄를 당할 당시 40여%의 식량 자급율은 현재 95%까지 끌어올려졌고 이것은 철저히 유기농혁명을 통해 가능해 진 것이다. 쿠바가 직면했던 서방세계의 경제봉쇄는 기상이변 곡물메이저의 횡포, 강대국 간의 충돌 등 자연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유사한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그 시사점이 있다.

◆ 마지막으로 옥천지역 농민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린다 .

=농업은, 생명을 지키고 민족의 혼을 지키는 진짜 농민들은 앞으로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진짜 농민만이 살아남고 그들에게 하늘이 주는 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성훈 전 장관 약력
1939 전남 목포 출생
1976 ∼ 2004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1998 ∼ 2000 농림부 장관
2001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현)
2003 경실련 공동대표(현)
2005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05 상지대학교 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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