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 [175] 옥천읍 대천1리 솔미
신마을탐방 [175] 옥천읍 대천1리 솔미
아담한 가마솥 산에 소나무 향∼ 그득했던 곳∼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8.26 00:00
  • 호수 7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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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솔봉산이 아늑하게 감싸안고 있는 대천1리 솔미마을에 지난 20일 큰 행사가 열렸다. 오랜 주민들의 염원인 마을회관이 마련된 것이다.

가마솥같이 생겼다고 해서 솥봉산이란다. 그 솥봉산은 대천1리 솔미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구읍에서 보면 가마솥같이 생겼다고 해서 내려오는 이름이다. 그런 이름 탓인지 가마솥 밑 부분인 아궁이 위치에는 불을 때는 큰 보일러실이 일제시대 부터 있었다. 담배제조연초창의 보일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큰 연초창을 운영하느라 압록강 수풍수력발전소의 전기를 끌어다 쓰면서 옥천읍 시내 중심가 다음으로 제일먼저 전기가 들어온 곳도 바로 대천1리이다. 그러고 보면 솥봉산은 여러모로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그 정확한 연유야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솥봉산의 아궁이 위치 부근에 연초창의 큰 보일러실이 설치됐고, 그 보일러 실로 인해 대천1리에 일찍 전기가 들어왔으니 말이다.

솥봉산에는 조선소나무가 가득했었다. 그 소나무가 쭉 내려와 마을길까지 뒤덮을 정도로 소나무는 대천1리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송산이었다. 송산은 우리말인 ‘솔뫼’로 불렸고, 그 솔뫼는 자주 부르다 보니 ‘솔미’로 변했다. 대천1리가 대천리에서 분리된 지는 지난 1981년, 현재의 대천2리인 대골과 함께 있던 1리는 분리돼 지금은 '솔미'로 불린다.

이번에 소개할 마을은 솔미마을로 잘 알려진 대천1리(이장 장재갑)다. 

옥천 마암 과선교를 넘어가자마자 좌회전을 하고 금성공업사와 영실애육원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탁 트인 논과 널따란 과수집하장, 20년 된 단풍나무 아래 긴 의자와 마을회관, 그리고 찜질방이 갖춰져 있는 마을 광장이 보인다.

122가구 487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옥천의 여느 시골마을과 달리 도농 복합적인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122가구 중 48가구가 농가이고 나머지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48농가 중 복숭아 15농가, 포도 9농가 등 24농가로 이뤄진 대천1리 과수작목반(반장 정순철, 73)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나머지는 벼농사를 짓는다.

주택도 19가구가 모여 사는 도시형 주택 금강빌라(반장 이종평, 64)와 나머지 농가주택으로 마을이 구성돼 있다.

마을 회관 준공식 하던 날
마을 화합이 잘 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고, 마을 주민 자치에 대한 열망은 오래 전부터 그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마을 자랑비에도 쓰여 있는 대천1리의 마을회관 준공식은 여느 마을과 또 달랐다. 

준공식이 열렸던 지난 20일, 마을을 대표하는 장재갑 이장은 새신랑처럼 양복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손님을 맞았다.

꼼꼼쟁이로 소문 난 김희동(76) 노인회장은 마을회관 준공식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여기저기 살펴본다. 유봉열 군수와 금효길 군의회 의장, 강구성 도의원, 한용택 농협 군지부장, 옥천농협 이희순 조합장 등 많은 귀빈도 초대했다.

옥소리 농악대의 흥겨운 풍악과 아울러 옥천민요연구회의 간드러지는 민요소리에 솔미마을 주민들은 어깨가 들썩 거린다.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는 경로당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노래방 기계를 무료로 대여해줘 흥을 돋군다. 축제 메인 행사장으로 변한 과수집하장에는 강순녀(79), 김용진(82), 천명희(75), 김옥선(71), 김귀님(90)씨 등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한다.

“우리 마을 좋지! 젊은 사람들이 노인 위할 줄 알고, 싸우지 않고 옹기종기 행복하게 사는 마을이 바로 좋은 마을 아녀?”

마을 장재갑 이장은 마을회관 경로당 준공 경과보고서를 큰 목소리로 읽어내려간다.

“여러분들이 많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총사업비 6천200만원(자부담 1천200만원)으로 15평의 허름한 대천1리 마을회관이 25평의 크고 좋은 마을회관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솔미마을 부녀회는 새로 지은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마을 총무 황진철(57)씨는 출향인 및 마을 주민, 귀빈들이 축하하며 준 축의금을 정리하고 있다. 부산 산다는 손정순씨의 맏딸 이영자(51)씨도 대천1리에서 큰 열 자매를 대신해 축의금을 보내왔고, 출향인 강덕원(대전 MBC)씨도 축의금을 보탰다.

군 환경위생과 근무하는 대천1리 출신 육종길씨도, 한전보은지점에 근무하는 연재흠(54)씨도 열일을 제쳐놓고 고향마을 잔치에 참여했다. 그것이 대천1리 솔미마을의 힘이었다. 동네 아이 성온(9)이와 수민(7)이도 모처럼 크게 열린 동네 잔치에 신이 났다.

여기서 그쳤다면 여느 마을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덧붙인다면, 이 모든 장면을 무비카메라로 담아내는 한영규(52)새마을 지도자가 있었다. 이미 마을 홈페이지(http://home.hanmir.com/∼dud3306)를 개설해 인터넷 상에 집을 지은 한영규씨는 마을회관 준공식 장면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작정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자기 업무를 분담하며 마을 잔치는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주민자캄가 마을의 자랑
이 마을이 자랑하는 것은 ‘마을 주민 자캄이다. 70년대 이전부터 마을 자치기구인 마을개발회, 마을 부흥회, 진흥회 등을 자발적으로 조직해 7,80년대 ‘원로회 시범마을’, ‘도덕성회복 시범마을’, ‘자랑스런 충북도민운동 시범마을’이란 명패를 영예롭게 수여받았다.

행정관서에서 부추기지 않아도 주민들 스스로 모임을 만들었고, 어른 공경이란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그런 전통이 자연스레 배어있기 때문에 마을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 아직 대천1리에서 ‘노인’이란 오랫동안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삶의 지혜를 체득해 온 존경받을 만한 사람을 일컫는다.

그것은 1970년대 이전부터 꾸준히 써 온 마을회의 일지에서 알 수 있다. 꾸준히 기록하고, 잘못을 답습하려 하지 않았던 어른들은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16년 전에 15년 동안 마을 이장을 봤고, 지금 대천1리 노인회장으로 있는 김희동씨는 “대천1리 주민들은 싸우지 않고 회의를 통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예전부터 익혀왔다”고 말한다. 설 이튿날과 5월 어버이날에는 마을 주민들과 출향인들이 한데 모여 성대하게 잔치를 여는 것도 솔미마을의 큰 연례행사이다. 이 날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제기차기, 줄다리기 등 옛 민속놀이를 되살려 같이 어울린다.

최근 지난 5월에는 찜질방이 준공됐고, 8월에 마을회관이 새로 완성되면서 대천1리 주민들의 삶의 질은 다소 높아졌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마을이기에 마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찜질방과 마을회관의 완성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찜질방 위의 마을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도 오래전에 마련한 것을 보면, 대천1리 마을 사람들이 아동, 노인 복지를 위해 남다르게 신경써왔음을 알 수 있다.

마을의 고민
대천1리는 내년 3월이면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한 마을진입로 확포장을 하게 된다. 올해 일찌감치 마무리해야 될 사업이지만, 다소 늦춰진 감이 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은 이 길이 단지 조금 넓어지는 용도에 그치지 않고, 인도까지 확보해 제대로 된 길이 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이 길의 예정된 확장공서 너비는 8m 정도. 마을 주민들은 8m 너비로 확장될 경우, 한 길에 자동차가 주차하면 다른 차가 통행하기도 빠듯할 뿐더러 아이들이 학교를 통학하는데 큰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인도까지 확실하게 설치해 너비를 10m로 확장해 공사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천1리에 위치한 87명의 영실애육원 학생들이 통학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다.

또, 찜질방 활성화를 위해 운동기구를 기증받기를 원하고 있다. 찜질방을 지어놓았지만, 마을기금이 모자라 운동기구를 사지 못해서 당초 용도에 맞게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영규 새마을 지도자의 설명이다. 한영규씨는 잘 쓰지 않는 중고기구라도 기증받아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취재후기  대천1리 마을을 다녀와서

대천1리가 자랑하는 마을 주민자치와 단합은 잠깐 마을을 탐방하는 그 순간에도 엿볼 수 있었다. 맨 처음 화두는 솥봉산이었다. ‘석봉산’으로 마을 자랑비에 명명된 그 이름의 유래를 찾다보니 솥봉산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솥봉산을 없애고 개발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솥봉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이유는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관 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개발되어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오순도순, 알콩 달콩 재미있게 사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었다. 대천1리 솔미마을 사람들은 이처럼 자연과 사람들이 조화롭게 사는 방법에 대해 체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솔미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마을의 그 따뜻한 품안으로 영실애육원 아이들도 같이 보듬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서로 인사를 드리고 조금씩 왕래를 한다지만,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마을회관 준공식에 영실애육원이 자랑하는 관악부가 빵파레를 울리고, 애육원 농악대 아이들이 풍악을 울렸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영실애육원 관계자들도 “초대장만 받고 찾아뵙지 못했다”며 “조금씩 마을일에 같이 협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같이 조금씩 노력한다면, 솔미 마을이 자랑하는 주민자치와 따뜻한 인심이 더 빛을 발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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