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 장연리 유갑종씨 '영혼과 부부사랑' 펴내
청성 장연리 유갑종씨 '영혼과 부부사랑' 펴내
  • 점필정 기자 pjjeom@okinews.com
  • 승인 2005.07.22 00:00
  • 호수 7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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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면 장연리에 사는 유갑종(71)씨가 ‘노부부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수필과, ‘영혼과 말을 하다’라는 제목의 서사시 두 편을 엮어 〈영혼과 부부사랑〉이란 책을 자비를 들여 출간했다.

“견본으로 한 번 뺀 것”이라는 유갑종씨의 이 책에서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흠뻑 빠진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유갑종씨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노부부의 사랑’은 아내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서사시 ‘영혼과 말을 하다’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비롯해 통일, 종교 등을 연상을 통해 풀어냈다.

유갑종씨는 “뒤늦게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의 재미에 푹 빠져 이렇게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면서 “이번에 출간한 책은 자제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유씨는 “앞으로 제대로 된 책을 한 번 내보고 싶다”는 바람도 얘기했다.

아내여! 잘 먹고 잘 살자 - 유갑종(청성면 장연리)

▲ 청성면 장연리 유갑종
아내는 아들이 사준 휴대폰 가지고 다니지요. 어쩌다 휴대폰 다른 데 놔두고 잘 모를 때 남편이 가지면 아내가 잡아당기지요. 남편이 나도 쓴다고 안 주면 아내 힘이 어찌나 센지 당할 수가 없지요. 남편이 텔레비전 보려고 리모컨을 들면 아내는 번개같이 잡아당기지요. 파리채 3개 있어도 남편은 쓰지 못하지요. 파리채로 아내 3회 공격을 하였더니 파리 있어도 쓰지 못하지요.

부지런한 아내는 소나기 오면 논에 들어오는 물을 막지요. 어찌나 부지런한 지 서로 만난 지 50년동안 한 번도 대낮에 낮잠 자는 걸 보지 못하였습니다. 둘이 더위에 서로 이야기 하다 보면 아내는 어느새 들어가 꾸물거리지요. 아내는 연속극에 예쁜 여자 나오면 텔레비전 바짝 다가앉아 시청을 하지요. 남편이 다른 화면 틀면 눈을 부릅 뜨고 다시 돌리지요.

집안에 있는 물건은 다 아내 차지요. 남편은 아내 앞에 아무것도 함부로 만져보지 못하지요. 아내 앞에는 식사도 한 공기 다 먹어야 일어나지요. 남편이 먹고 싶은 커피도 해롭다고 율무차로 끓여 주지요. 몰래 커피 끓여 먹다가 들키면 바로 잡아당기여 버리지요.

저희 집은 아내의 세상이요, 잠도 마음대로 떨어져 자지도 못하고 아내 하자는 대로 자야지요. 누가 커피를 해롭다고 했는 지 농약사에 가면 먹지요. 아내가 시장가면 커피 마시고, 술도 한 잔하고, 텔레비전 보다가 아내 오기 전에 커피 곱배기로 타서 마시지요. 이렇게 해서 아내없는 시간에 좋은 점도 있어요.

술을 한 잔 하면 글 쓰다가 막히는 점이 서서히 풀리지요. 생각이 잘 안날 때는 화장실 가면 생각이 떠오르지요. 72세에 옛날 초졸에 4학년 해방이 되어 집에서 소 풀 베고 가면 국문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소설책을 내겠다고 갖은 고생을 하지요.

젊어서 막걸리 술 타령에 세상사는 것도 잘 모르고, 거리에 헛소리 하고 세상 살았으니 남들 보는 눈은 아주 못나게 보이지요.  72세에도 집 버리고 나가 살려고 생각을 하였지만 이 나이에 나가 뭘 할까, 때로는 죽고 싶은 생각 그런 생각도 하였지요.

죽는다는 게 쉬운게 아니더군요. 수면제도 먹으면 잘 안죽으니 죽을수도 없지요. 이래서 책을 낼까하고 쓰고 버리고 요번에 성공할까 하고 또 쓰지요. 저희 부부 그런대로 열심히 고추농사 다수확에 걱정없이 지내고 많은 감나무 수확을 하면 돈 찾는 기쁨은 하도 좋아 늙어가는 줄 모르지요.

김복록 아내야, 벌어 예금에 욕심내지 말고 잘 먹고 지내자. 예금을 많이 한다고 나중에 다 쓰는 사람 그리 없지요. 김복록 아내야, 우리 먹을 것 잘 먹고 나머지 예금하자. 그런대로 우리는 잘 먹는 편이야. 1년에 용돈 600만원이면 우리 그냥 먹고 살자나. 잘 먹고 살찌고 지내면 덜 늙을까. 그럼 우리 부부 얼굴이 팽팽하잖아.

아내야, 앞으로 남은 세월 어떻게 지낼까. 뭘 어떻게 살아 밥 잘 먹고, 술 적게 먹고,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여야 밭에서 일하다 보면, 번쩍하면 해가 넘어가고 1년 살아도 하루같고, 얼마 살지도 못하고 70 넘었네. 조금 더 일하다 보면 다 늙고 남은 늙은 고비 우리 부부 어찌사나.

김복록 아내야, 우리 젊어서 같이 힘들여 일하지 않고 아내는 나보다 힘이 작으면서 뭘 힘들여 일하냐며, 옛날에 보리밥 먹고 호미로 논 매고, 제초제도 없는 논밭 작물가는, 세월 생각도 못하고 풀을 호미로 다 매고 살았으니 지금 태어날 사람 얼마나 행복한 세월인가. 김복록 우리 아내 동네에서 제일 덜 늙게 만들어야지.

우리 아내는 국수를 먹으면 한그릇 반, 남편은 한 그릇, 아내는 두 그릇도 먹을 수 있지요. 아내는 보통 얼굴에 다리가 아파서 그렇지 건강한 편이요. 아내가 먼저 걸어가고 뒤에 따라가면, 거름제 또 이야기 하지만 왜 아내는 땅을 굴리며 걸어가는 지 봐도 봐도 예쁘고 재미있어요. 젊어서는 사랑도 모르고 술만 좋아했는데, 이제 농사기반 잡아 재미있게 살아야지. 이제 힘도 없는데 아내 떨어지면 어디에 있나 찾아보자. 우리는 노부부 사랑이야. 분별없는 수입으로 부부 사랑이 줄어들고 큰 소리가 나지요.

감나무, 고춧가루, 김치까지 중국에서 들여오니 농사지을 맥이 풀리네. 서울 사람 90%가 시골과 부모 형제, 동지간인데 주머니돈이 쌈지돈 아니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분별없는 수입을 줄여야 농촌사람 빚 좀 갚고 살아야 좋은 숨쉬고 살지요.

부부 사랑이고 뭐고 농사지어야 못낸다. 요즘 고추 한 근에 2000원이요, 마구잡이 수입하는 사람 왜 패주는 사람도 없는지…. 저희 부부 72세에 마을 청년으로 일하는데 제발 농촌 노인네 좀 생각하세요. 죽어서 영혼 세상으로 갈려면 수입 좀 줄이고 봉사하세요. 저는 봉사하고 살다보니 영혼과 말하지요.

- 영혼과 부부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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