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때문에 나이를 잊는다오!”
“탁구 때문에 나이를 잊는다오!”
평균연령 62세 '관성탁구동호회'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6.24 00:00
  • 호수 7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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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연령 60세를 상회한다는 관성탁구 동호회원들이 지난 21일 경찰서 탁구장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채를 쥐는 손 아귀힘이 만만찮다. 공에 대해 몰입하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빈 공간을 찾아 허를 찌르는 공격이 날카롭다. 탁구공을 네트위로 넘길 때마다 그들의 나이는 한 살씩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오후2시 옥천경찰서 지하탁구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다소 컴컴한 지하실은 탁구공의 경쾌한 소리와 노인들의 시원한 웃음소리, 주름살 위로 고인 땀방울로 한층 더 밝아진다.

이들을 소개한다. 바로 평균연령 60세를 훌쩍 넘는다는 관성탁구동호회(회장 전재원)이다. 하나 둘 모인 사람들은 어느새 열 댓 명 정도, 탁구대 곳곳에서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이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최고령자 곽대섭(73·마암리)씨의 스매싱을 안화자(62)씨가 멋지게 방어하고, 전재원(60) 회장의 드라이브에 젊은 총무 김성옥(56)씨가 짧은 커트로 응수한다. 전 군의회 의장을 지낸 유제구(72)씨도, 파출소장을 지냈고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정홍모씨도 탁구채를 가볍게 휘두른다.

길어지는 랠리, 날카로운 공격을 보니 예사솜씨가 아니다. 2000년에 조직된 옥천탁구동호회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2003년 4월에 재결성된 관성탁구동호회는 현재 17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원 대부분이 2∼3년의 탁구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면 어김없이 경찰서 지하 탁구실에 모여요. 평일은 물론, 토일요일까지 개방하게 배려해 준 새로 오신 경찰서장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경찰서하면 가기도 두려운 곳이었는데, 경찰 체력단련실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줘 한껏 친근한 경찰이 된 것 같아요.”

전재원 회장은 공간을 마련해 준 경찰서 칭찬이 먼저다.

“지난해 무주에서 열린 대진고속도로 주변 시군대항경기대회에 50대 이상 복식부문에서는 정홍모씨와 나랑 출전했는데 3위를 했어요. 또 대전인동 탁구동호회랑 1년에 3차례 정도 교류전을 갖고 있어요.”

“바람이라면, 곧 있으면 개관하는 생활체육관에 탁구대가 많이 설치되었으면 좋겠어요. 탁구는 남녀노소가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시민운동이거든요. 그래서 손주 뻘 되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친선경기도 갖고, 가족대항 경기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관성탁구동호회는 매일 2시간 정도 연습하고, 매달 말에는 옥천탁구협회(회장 김규원) 안에 있는 국제기계탁구동호회, 경찰서 탁구동호회, 군청 탁구동호회 등 4개 단체가 조별 리그전을 갖는다.

오는 29일 저녁 7시에 6월 대회가 있다. 탁구를 치면 나이를 잃어버린다는 그들, 그들에게 탁구공은 치면 칠수록 나이가 줄어드는 다름 아닌 ‘불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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