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빛으로 축구해요”
“우리는 눈빛으로 축구해요”
동아리 축구대회 최다 우승 청성초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6.10 00:00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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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성초등학교 아이들은 축구를 통해 우정도 쌓고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운동장에서 '화이팅'을 외치면서.

어떤 학교는 어떤 아이들을 축구선수로 뽑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겠지만, 청성초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학년 전체가 축구선수다. 왜냐하면, 그것도 모자라 밑의 학년에서 선수를 빌려와야 할 정도로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만일 11명이 뛰는 일반 축구를 했다면, 출전 자체를 포기했을 것이다.

전교생 63명, 출전선수 6학년 8명, 4학년 5명 중 6학년에는 그나마 있던 선수 2명이 부상당해 5학년 아이 2명이 붙었고, 4학년에도 역시 선수가 모자라 3학년에서 2명을 꿔왔다. 

이번에 4회째를 맡는 교육감기 대회지만, 청성초는 2002년 1회 경기부터 그 진가를 발휘해 왔다. 1회 때부터 꼭 한 번씩 우승을 했던 축구명문 청성초에 다니는 아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매일 오전 8시20분부터 9시10분까지 운동을 해요. 체력훈련, 패스, 슈팅 연습 등 평일에는 체계적으로 연습하고요, 토요일에는 미니게임을 통해 조직력과 팀웍을 키워요.”

아이들이 말하는 축구 용어가 예사롭지 않다. 6학년은 주장 정준영을 필두로, 4학년은 주장 윤석민을 구심으로 매일 정기전을 펼친다. 4학년 후배들은 6학년 선배들한테 여러 가지 지도를 받는다.

청성초 6학년은 대성초를 2:1, 죽향초를 2:1, 삼양초를 1:0으로 이겨 우승했고, 4학년은 대성초를 4:1, 청산초를 3:0, 삼양초를 2:1로 이겨 우승했다. 6학년인 정준영(2골, 화성리), 박경만(1골, 장수리), 박정인(1골, 구음리), 4학년 정광영(5골, 화성리), 윤석민(2골, 화성리), 신희봉(2골, 장수리) 등이 골을 넣었다. 아이들은 시인한다.

“우리들은 개인기보다 각자의 눈빛을 보고 조직력으로 승부해요.”

키가 작고 올망졸망한 체격이지만, 승리한 비결이다. 아이들은 또 축구를 통해 배우는 지능 축구를 한다. 축구대회가 열리기 전 이미 보은의 강호인 판동초와 두차례 친선경기 끝에 자신들이 보완할 점을 스스로 배웠다.

“맨 처음에는 판동초한테 5:1로 졌어요. 그런데 그 다음 경기에는 약점을 보완해 저희가 6:5까지 따라 붙었죠. 판동초는 잔디밭이 깔려 있어 참 좋아보였어요. 우리도 잔디밭에서 연습할 수 있다면 도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은 잔디구장에서 연습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성초가 우승하는 데는 청성초 지도교사 임성윤(31)씨의 노력도 컸다. 축구를 좋아해 현 서울 FC 이기영 선수 팬클럽 회장도 역임했다는 임 교사는 이기영 선수에게 직접 자문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임성윤 교사의 지도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일깨우도록 그냥 지켜봐 주고 칭찬하는 것’, 임교사는 경기도중 한 번도 아이들에게 소리 친 적이 없다.

“아이들을 칭찬하고 스스로 알도록 그냥 말하지 않고 지켜봐요. 그러면 아이들이 더 잘 알아요.”

학교운영위원회도 축구선수들에게 고기를 사줬고, 학교에서는 양말과 축구화 등도 지급했다. 이렇게 알음알음 도와주는 힘으로 작은 학교 청성초가 큰 뚝심을 발휘했다.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청성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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