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마츰내 시인을 가졌노라'
'우리도 마츰내 시인을 가졌노라'
지용제 주요 행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5.05.20 00:00
  • 호수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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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회의 이근배 시인은 광복 60주년이 되는 올해 열리는 지용제는 바로 ‘모국어의 광복’을 의미한다고 행사 내내 여러 번 못 박았다. 올해 5월13일부터 15일까지 관성회관과 야외공연장, 지용생가와 죽향초 등지에서 열린 지용제는 쾌청한 날씨와 함께 많은 외지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고향 시인을 위대하게 추앙할 줄 아는 ‘시인의 고을’이라는 별명과 함께, ‘옥천’이 바로 대한민국의 문학의 심장이라고 행사에 참가한 여러 시인과 교수들은 말했다.  올해 18회 지용제는 오래도록 공들인 지용문학관 개관식 때문에 더 흥이 났다.

생가뿐인 구읍에 지용문학관이 건립되면서 주민들이 제대로 된 지용 문학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우리 고장 시인인 김성장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마츰내 시인을 가졌노라’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지용문학관 개관
14일 개관식을 가진 지용문학관에는 강좌 시 토론, 세미나, 문학동아리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40여 석 가량의 △문학교실과 정지용 시인의 삶과 문학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풀어낸 △영상실, 배경 영상과 음악 위에 자막으로 흐르는 지용 시인의 시를 직접 낭송해 볼 수 있는 △시낭송실 등 직접 참여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과 아울러 지용 문학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손을 갖다대면 스크린으로 시가 흘러나오는 △손으로 느끼는 시와 △영상시화 △시어 검색 △향수 영상 △지용연보 △지용문학지도(한국 현대시의 흐름과 정지용) △정지용 시인의 시, 산문집, 초간본 등이 전시돼 있다. 

지용 문학교실에는 조정래, 김지하 등 유명 시인들이 보낸 정지용에 대한 친필원고 등이 전시돼 있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지용시인을 형상화한 실리콘 밀랍인형이 벤치에 앉아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건축 외부 시공을 한 원건설 박범석 대리는 “토속적인 분위기와 현대성을 조화롭게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청주박물관 건물을 모티브로 단층으로 아담하고 알차게 지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내부 전시를 맡은 휴먼씨 박근세 부장은 “시낭송실 장비가 테이프로만 녹음하게 되어 있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동영상과 함께 저장할 수 있는 CD를 구울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거나 인터넷으로 바로 저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변환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닮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지용 실리콘 밀랍인형은 바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지용을 기념할 수 있는 캐릭터 샵이나 기념품 등도 전시됐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행사, 주민관심은 요원
이번 지용제는 여기저기 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대 행사가 많은 게 오히려 지적이 되었다. 문학적인 행사와 대중적인 행사가 혼재되어 관람객의 층이 딱 구분이 될 만큼 대중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학축제의 한계는 여전히 드러냈다. 

또, 2박3일 동안 난립한 야시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용제는 옥천을 시인의 고을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예년처럼 지용문학제 본행사 공연에는 황금찬, 유경환, 이수익, 이기림, 문정희, 김소엽, 홍금자 시인 등 유명시인들이 찾아 시낭송을 했고, 지용의 모교인 죽향초의 후배들인 죽향초 합창단은 발랄한 몸짓으로 아름다운 동요를 선보였다. 

지용시를 너무 좋아해 슈베르트 연가처럼 지용 시 연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는 청년작곡가 윤영신씨는 올해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지용 동요’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본행사 마지막 무대는 향수를 불렀던 테너 박인수가 장식했다. 박인수는 덩치 큰 자신의 제자들 3명과 함께 대중과 같이 호흡하며 4곡 이상을 부르는 열정과 애정을 과시했다. 

첫행사인 옥천 팝스오케스트라 정기공연과 오페라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는 힘들여 준비하고 유치한 공연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여전히 문학프로그램은 주민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지용문학포럼은 차치하고라도 올해에는 `지용청소년 문학캠프'와 `가족 시낭송회' 등이 빠져 학생들과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행사가 없었고, 그나마 백일장과 지용생가 공연 등이 주민과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행사였다. 

문화의 거리 작품전시는 야시장에 묻혔고, 지용회전은 다양한 장르로 천연염색 천과 도자기, 대금 등이 추가 됐음에도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가훈써주기와 실크판화는 여전히 감초 구실을 했다. 조오복씨 등 자진해서 공연을 한 문화의 거리 앞 색소폰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사생대회와 백일장
신 미술인회에서 주관한 사생대회는 예전처럼 관성회관 체육공원을 아이들의 행렬로 뒤덮게 했다. 옥천문인협회에서 주관한 지용백일장은 700여 명 가량이 참석해 예년보다 조금 많은 수준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생대회가 열렸던 관성회관 체육공원과 백일장이 열렸던 죽향초 공간의 밋밋함이었다. 

정작 많은 학생들과 주민들이 참여했던 장소였지만, 그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생대회가 열렸던 체육공원에는 지용동상과 시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아이들이 지용의 흔적과 시심을 충분히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체육공원보다는 새롭게 문학공원으로 리모델링해서 산책을 하면서 시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그림도 더 다채롭게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공원 안에 세운 솟대 무리처럼 미적인 조형물과 함께 시를 잘 어우른다면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백일장이 펼쳐진 죽향초는 지용의 모교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해바라기 씨 등의 시비가 세워져 있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죽향초 구교사 등이 눈에 띄었지만, 역시 지용을 나타내기엔 부족했다. 

죽향초를 정지용 시인의 시를 테마로 한 새로운 특색있는 교육과정과 학교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공간에서 자연스레 시심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조성과 아울러 시인이 나올 수 있는 감수성 있는 교과과정이 펼쳐진다면 제2의 지용, 제3의 지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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