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상고의 잠재력
옥천상고의 잠재력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11.13 00:00
  • 호수 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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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11시50분께 옥천상고(교장 반세홍) 교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심장발작으로 충남대 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혈액(신선혈: 혈소판이 부족해 응고가 안되는 경우 필요함)이 필요하다는 다급한 목소리. 전화를 받은 송관섭 교감은 교내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고 5분도 채 안돼 4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이를 지켜본 송 교감을 비롯한 일부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의 심성이 이처럼 고운줄 몰랐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혹자는 그까짓 헌혈정도를 가지고 왠 호들갑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에게 무엇을 준다는 사실은 양이나 질을 떠나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옥천상고의 커다란 잠재력을 아주 아주 작은 한부분인 이번 헌혈을 통해 발견했음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지역에선 필자 스스로를 포함해 대다수 주민들이 그 동안 상고에 대한 편견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흔히 있어온 실업계와 인문계 고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어차피 구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분은 말그대로 편의상 구분일 뿐 부당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된다. 최근 중3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교진학에 대한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자리에서조차 상담교사로부터 '고작 실업계냐'는 투의 말이 나온다면 이는 실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만일에 이런 얘기를 들은 학생이 실업계 고교에 진학했다고 치자. 이 학생은 인생에 있어 가장 푸르러야 할 고교시절을 출발부터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질 것은 뻔한 일이다. 마음에 들지않는 예측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 학생이 흔히 말하는 문제 학생이 됐을 경우 물론 학생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원인의 전부를 이 학생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교육정책을 포함한 모든 공적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업계 고교는 무엇이며, 인문계고교는 무엇인가. 모두가 우리의 자녀이며 미래의 희망이 아니던가. 최소한 우리고장에선 편의적인 구분을 넘어선 부당한 차별이 있었다면 이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옥천상고에 대해 얄팍한 동정이 아닌 정책적인 배려와 지역주민들의 진심어린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그리고 작은 것을 하나 제안한다.

옥천 상고와 옥천고가 등하교길을 나누어 쓰고 있다면 내일부터라도 함께 어우러져, 함께 쓰는 그런 시끌벅적한 길을 만들어 보자. 함께 생활했던 중학시절도 얘기하고 옥천상고로 전근가신 선생님께 친구를 통해 대신 안부도 전하며 평생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추억의 길로 만들어 보자. 옥천고도 중요하지만 옥천상고가 바로설때 옥천의 미래는 훨씬 희망적이다. 참, 옥천상고 학생들의 신선한 피를 수혈받은 김아무개(69) 할아버지는 지금 충남대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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