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옥천
살기좋은 옥천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11.06 00:00
  • 호수 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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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옥천. 생각만 해도 가슴설레는 말이다. 그러나 '살기좋은...'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표현이 구체적으로 주민들의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구체적인 행정의 방향성 결여를 의미한다. 살기좋은 옥천을 만들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다수 주민들이 '아 이것이로군'이라며 무릎을 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행정력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지난 시대의 구호성 행정은 사라져야 한다. 이런 행정은 선동적이며 특정인의 낯내기엔 적합할지 모르나 지금처럼 자치시대에는 행정이란 표현조차 써서도 안된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상은 분명히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행정 역시 자치시대를 맞아 이러한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외길로 들어섰건만 아직은 멀었다는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바꿔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이대로 대물림해서는 살기좋은 옥천은 커녕 희망조차 사라진 암울한 옥천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선출한 공복들의 구호성 발언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된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구호를 외치며 구체적인 대안과 실현가능성은 있는가를 조목 조목 짚어가는 주민들의 선진화된 의식만이 살기좋은 옥천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살기좋은 옥천. 누가 만들어줄 것인가. 아니다 우리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지 않고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허상일 따름이다. 주민들이 지역현안에 대해 팔장을 끼고 있다면 지방자치제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나서자. 그리고 꼼곰히 챙겨보자. 어떻게...

무엇보다 우선 가능한한 많은 주민이 참여해 '살기좋은 옥천'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광범위한 토론장을 마련해 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방향성이 설정되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좋은 결과를 기대할만 하다. 설혹 잘못된다 해도 주민들의 참여가 왕성하고 건전한 토론이 이어진다면 해법은 바로 그자리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주민자치인 것이다. 쉽게 눈에 띄는 잘못된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민선자치시대 출범이후 전국 자치단체가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해외교류사업이다.

우리 옥천도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 적잖은 외국 도시와 해외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외교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교류 방식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며 우려를 나타내는 주민들도 적지않음을 이 기회를 통해 지적해 둔다.

군에서 추진중인 해외교류사업은 대상국, 대상도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점이 드러난다. '왜 해외교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토론마저 무시된 채 특정인의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대상도시를 선정하다 보니 이 일이 제대로 되면 이상할 정도다. 어떤 타당한 이유로 그 나라, 그 도시를 선정했는가라는 질문에 담당공무원은 물론 어느 누구도 명쾌한 논리가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상도시를 선정하는 과정이 베일에 가려있기 때문이다. 해외교류가 왜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디가 적합한가. 예상되는 문제점은 없는가. 장/단기 전망은 어떠하며 얻고, 잃는 것은 무엇이 얼마만큼인가 등을 꼼꼼히 살피고 또 살펴 추진해도 좋으련만. 중국의 경우 처음에는 길림성 통화현이라더니 언제부턴가 영성시로 교류도시를 바꾼일이 있다. 이에대해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본보를 통해 보도된 바와같이 중국에 조성한다던 100만평의 배나무 농장은 어떻게 됐으며 왜 갑자기 영성시로 둔갑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교류 초기, 영성시에 대한 자료도 5000원짜리 장난감 지구본만 있으면 알 수 있는'위도가 비슷하다'는 것이 전부였다.

특정인의 아집과 편견이 행정에 스며든 전형적인 사례다. 이래서야 어찌 자치행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무한경쟁의 21C를 어떻게 헤쳐 나가려는지 의문이다. 의원들의 감시와 견제력 결여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이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이 나서지 않고는 안된다. 기존의 사회단체들이 지역현안에 좀더 관심을 갖고 가능하면 군.의정감시단을 만들어 해외교류문제를 포함해 행정전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챙겨봐야 할 것이다. 주민들도 모르는 해외교류, 주민들이 배제된 행정은 살기좋은 옥천과 정면으로 배치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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