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분위기
공직사회 분위기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10.30 00:00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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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어떠한가. 이는 그 지역의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공직사회가 안고 있는 분위기는 비단 공직사회 내부 문제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가 해당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제된 공직사회 분위기에 대한 평가자료는 그 지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진단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민선자치시대가 출범된지 벌써 여러해 흘렀지만 여전히 중앙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움켜쥔 채 지방정부에 이양하려는 자세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또 지역민들이 선출해 준 지도자들 역시 중앙으로부터 권한이양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 등 막중한 책무는 제쳐놓고 지엽적인 사안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이 맞물려 현실적으로 중앙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지방의 권한은 보잘 것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방정부 즉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결코 작다고만 볼 수 없다.

특히 공무원 개개인의 신분과 직결돼 있는 인사권에 있어서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의 자질여부는 그가 속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군수 역시 전인격적인 존재는 아니다. 어떤사안에 대해 잘못 판단할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바른 말을 고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왠 말이 그렇게 많아. 자네 나하고 같이 일하기 싫어?"라고 한다면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어느 쪽으로 치달을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가상이 아니다. 실제로 도내 한 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군수의 이같은 말은 단순한 짜증을 넘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달린 가족들의 생계와 직결된 협박으로 들릴 수 도 있다. 인사권을, 아니 생계권을 거머쥔 군수의 이같은 폭거는 공직사회를 경직시켜 급기야 무소신 아부파 공무원을 양산하는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체제의 대표적 특징은 공무원들이 말로만 동료일 뿐 돌아서면 서로의 신뢰가 상실된 악의적 경쟁자로 돌변하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군수의 눈밖에 나지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아부성 발언을 일삼게 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옆 동료를 헐뜯는 일마저 서슴치 않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요즘처럼 공직사회 분위기가 구조조정과 맞물린 상태에선 가속이 붙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자. '천재 한 사람보다 둔재 여럿이 낫다'는 말처럼 군수가 스스로의 독단을 우려해 언로를 열어 직언을 구하고 이를 즐긴다면 우선 이 자체가 공직사회의 활력소로 작용될 것이다. 과도기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이같은 원리는 공직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조직에 적용되는 이같은 원리는 힘가진 자의 선택여하에 따라 조직내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그렇다면 우리 옥천군은 어느 쪽에 속할까. 군수는 그간 공.사석을 통해 참모들의 바른 말을 좋아했는가 아니면 이간이나 아첨을 좋아했는가? 활짝 열린 민선시대를 살아가면서, 군수의 의식은 구시대 권위주의적 발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입으로는 주민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면서 영감(?)행세를 한 일은 없는가. 작다고 하지만 당사자에겐 밥줄이 달린 인사권을 남용한 적은 없는가. 그리하여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급랭시켜 무소신 아부파 공무원들을 양산하는 분위기는 아닌가. 극단적으로 동료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돌아서서 안도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던가. 깊이 깊이 생각하고 겸허하게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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