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종교자유' 국토순례단 옥천에 온 날
'학내 종교자유' 국토순례단 옥천에 온 날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1.21 00:00
  • 호수 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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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석군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청소년에게 인권은 있는가? 학생들은 단지 교육받아야 할 대상에 불과한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학내 종교자유’를 위해 단식까지 하며 투쟁을 벌여왔던 강의석(서울 대광고3)군이 지난 16일 옥천에 들러 저녁 7시에 본사독자사랑방에서 옥천청소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9일부터 같이 동참하는 청소년 및 시민들 20여명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학교 내 종교자유를 향한 국토대장정 `을 시작했다. 무려 482km이다. 매일 30∼40km씩 걷게 된다. 50일간의 단식에도 모자라 그를 다시금 걷게 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학교 내 종교자유를 향한 국토대장정 `이 강의석이란 이름으로만 상징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진정 학내 종교로 인해 마음의 갈등을 겪는 학생들의 힘이 모아지기를 희망했다. 

전교조 옥천지회 김성장(보은정보고) 교사와 조만희(옥천여중)교사는 손정민(옥천여중2), 임은상 학생과 함께 대장정 팀을 맞이했다. 이원 신흥정육점 식당에서는 대장정 팀에게 무료로 따뜻한 커피를 제공했고, 청소년들은 굳은 의지를 다 잡고 오후 2시부터 옥천까지 행진했다.

영동에서 합류한 임충수(45·대전 갈마동)씨와 아들 임재현(갈마중2)군도 굳은 의지를 다지고, 같이 걷는다. ‘행동하는 의사회’ 박현주(32·서울)씨도 의료 자원봉사를 나와 대장정 팀의 건강을 책임졌다. 

아들과 참여한 임충수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강의석군의 행동에 힘을 주고 싶었어요. 개인의 종교선택권은 불가침한 권리인데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하니까 강의석 학생이 나선 것이란 생각에 부끄러워요. 청소년은 제대로 된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시하려는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들도 같이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걸었는데, 집 사람하고도 갈등도 있었습니다. 사실 공부할 시간도 많지 않은데 아이를 그곳에 보내냐고요. 하지만, 아들에게 결정권을 맡겼고, 더 좋은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적극 후원했습니다.”

박현주씨는 강의석군과 같이 미션스쿨을 다녔다면서 공감대가 많다고 한다. “기독교 미션스쿨에 다녔는데, 정신적인 피해가 심각했어요. 내가 못한 일을 후배가 한다기 보다 많이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녁 7시, 다소 늦게 도착한 대장정 팀을 옥천주민들과 청소년 기자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강의석군은 자신보다 ‘학내종교자유’를 강조하며 그간의 일정을 간단히 설명한다. 

학내 종교자유를 비롯한 학내 인권에 대하여 학생들간의 질답이 오고 간다. 주민들도 호기심이 많았는지 정철종씨는 ‘그렇게까지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구체적으로 묻는다. 

염영주(옥천고3) 청소년 기자는 학교 특기적성을 빗대며 우리에게 선택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학내 인권 문제를 지적한다. 어색하고 진지한 분위기였지만, 얘기가 오가면서 한결 부드러워진다. 

영동에서부터 동행했던 강의석군의 어머니 백완숙씨는 이젠 신뢰의 눈으로 아들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잔잔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퇴학의 위기에 몰려 전학을 가자고 하자, 아들이 완강히 버티고 있었을 때 믿음이 흔들렸어요. 아직 그 마음이 정리되진 않았지만, 아들이 보고 싶어 왔어요.” 솔직한 그 마음고백 속에 아들에 대한 믿음이 보인다. 

두발 제한, 교복 착용, 학교 폭력,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청소년 인권과 어긋나는 것들이 학교 요소요소에 진열돼 있다. 오죽하면 ‘인권은 교문 앞에 멈춘다’라는 책이 나왔을까?

옳지 않은 것을 합리화시키며 관행이라며 그냥 놓아둘 것인가? 아니면 옳은 것으로 바꿔나갈 것인가? `학교 내 종교자유를 향한 국토대장정' 팀은 우리에게 자그마한 화두를 던지고 갔다.

그것은 특별한 가르침도 아닐뿐더러 우리 가슴속에 꽁꽁 숨겨놓은 자신의 양심을 찾아 지키라는 가르침인 것 같았다.     그들은 17일 아침 7시 다시 예정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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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2005-01-22 20:25:42
한참 마음에 꿈을 키워가야할 시기인 학생인데 안타깝습니다.

저도 1979년... 친구문제로 고민하고 분개했던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전기공사업을 하는 친구인데 대구에 있는
'ㄴ고교'(불교계 'ㄴ선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에 진학하였었습니다.

지금 강군과 비슷한 상황을 격고 있었는데
(친구는 독실한 크리스쳔 - 강군은 독실한 불자)
학교에서 강요하는 불공을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퇴하고 말았지요.
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을 했구요....
강군에게는 친절하게 상담할 류상태 교목실 목사님이라도 계셨지만,
제 친구와 상담할 스님은 없었습니다.
결국 고교중퇴라는 학력을 평생 안고 살고 있습니다.
이친구가 생각하기 싫은 과거가 떠오른다며
지금 목사가 되어있는 저에게 몇일전 전화가 왔더군요.

강의석군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청년의 길에 접어드는 학생의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 일들이
너무 확대해석되어 종교간 갈등원인이 되지않기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또한 건강한 정서와 인격함양으로 청소년을 지도하는
미션스쿨들이 어려움을 격지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