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붓놀이’에 골동품이 필요한 사연
신명나는 ‘붓놀이’에 골동품이 필요한 사연
우리고장 서예가 평거 김선기 선생
지난해 10월 다섯 번째 서화집 ‘붓놀이’ 펴내
여성회관, 보은문화원, 한밭대 등 서예 강의 중
향후 종이컵, 전각 등 활용한 특별전 계획
  •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 승인 2024.05.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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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하나로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흔치 않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한 달 내내 서예 강의를 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열정이 넘치는 작가다. 1979년 군생활을 마친 뒤 작가로 활동하며 우리고장에서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고장에서 왕성한 문화 활동으로 서예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대표 서예가 평거 김선기(70, 읍 죽향리) 선생은 올해로 고희를 맞았지만 전통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욕구에 맞는 파격적인 예술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9년 23대 순조임금상량문필사본 9m×83cm, 중수기 8m×83cm를 완성해 인릉 정자각에 봉안했다.
 

지난달 2일 구읍 그냥찻집 인근 자택에서 만난 평거 김선기 선생이 그가 수집해온 오래된 LP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일 구읍 그냥찻집 인근 자택에서 만난 평거 김선기 선생이 그가 수집해온 오래된 LP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현판과 아펜젤러 기념공원 표지석 휘호, 옥천역 광장, 구읍 정지용문학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의 모든 현판, 옥천군청, 한밭대학교, 충북도립대학교, 영동법원, 영동검찰청에 기증돼 있는 대형 향수 작품을 비롯한 각종 현판이나 표지석에 그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평거 선생은 옥천여성회관 27년, 보은문화원 25년, 한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18년째 서예 강의를 맡고 있다. 또한 대전에서 서예학원 운영 5년을 마감하고 서예 불모지였던 1986년 옥천에 들어와 정착한 뒤 지금까지 지역 서예문화발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평거 김선기 선생이 관리하고 있는 평거민속박물관. 그가 수십 년간 수집한 골동품들을 집대성한 장소다.
평거 김선기 선생이 관리하고 있는 평거민속박물관. 그가 수십 년간 수집한 골동품들을 집대성한 장소다.

 

지난해 10월 옥천전통문화체험관 관성관에는 코로나 기간 중 준비한 붓놀이 작품 100여점으로 서화전을 연 바 있다. 2008년 3회 ‘연주 없는 붓가락’, 2019년 4회 ‘먼 길’에 이어 2023년 5회 ‘붓놀이’ 서화전은 서예를 비롯해 문인화 및 서양화까지 아울렀다.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평거민속박물관’에는 40여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수집해 온 귀중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 쓰던 물건 하나하나에는 질박하면서 순수함이 담겨 있다. 평거 선생은 조상의 혼과 땀이 배어 있는 옛 물건들을 통해 작품 활동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평거 김선기 선생은 자택 3층에 있는 서실 '불염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서실에는 그의 손때 묻은 붓 수백 자루를 만날 수 있다.
평거 김선기 선생은 자택 3층에 있는 서실 '불염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서실에는 그의 손때 묻은 붓 수백 자루를 만날 수 있다.

1층 ‘평거민속박물관’에는 조선시대 유명한 서화가들의 작품과 실생활에 즐겨 쓰였던 근현대 소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그리고 2층에 들어서니 그곳에는 광복을 위한 대한독립만세 태극기를 비롯해 조선광문회 서함, 120년 된 풍금, 최초 진공관 TV를 포함해 귀중한 서화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평거 선생이 늘 붓과 함께하는 3층 붓질방은 작가가 지금까지 평생을 쓴, 다 낡은 수백 개의 몽당 붓들이 서실 한 켠에 전시돼 있다. 그리고 서재에는 과거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쓰였던 고서와 교재들이 빼곡히 진열됐고, 서예가가 작품을 완성할 때 필요한 낙관이 가득했다.
 

평거 김선기 선생은 지난해 10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열린 '붓놀이'까지 개인전을 5회 하며 전시했던 작품들을 서화집으로 남겼다. 왼쪽부터 평거 김선기 두 번째 서예전, 연주 없는 붓가락(3회), 먼 길(4회), 붓놀이(5회).
평거 김선기 선생은 지난해 10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열린 '붓놀이'까지 개인전을 5회 하며 전시했던 작품들을 서화집으로 남겼다. 왼쪽부터 평거 김선기 두 번째 서예전, 연주 없는 붓가락(3회), 먼 길(4회), 붓놀이(5회).
지난해 10월 평거 김선기 선생의 다섯 번째 개인전 '붓놀이'를 전시하며 펴낸 서화집. '고향의 앞산', '선의 본질', '삶의 무게' 등 그가 창작해낸 84개 서예 작품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 10월 평거 김선기 선생의 다섯 번째 개인전 '붓놀이'를 전시하며 펴낸 서화집. '고향의 앞산', '선의 본질', '삶의 무게' 등 그가 창작해낸 84개 서예 작품이 수록돼 있다. 

과거 한학 공부를 할 당시 황도 유범장 선생이 내려준 아호 ‘평거’는 ‘평안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불염재’는 논어에 나오는 ‘학이불염’(배움을 싫어하지 말라는 뜻) 내용 중에 당호로 삼아줬다.

평거 선생이 추구하는 서화의 본질은 기운생동하는 획뿐만이 아니다. 먹색이 가진 특색을 살려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흥취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자유분방한 가운데 획을 해체하는 것은 물론 채색을 과감히 도입하기도 한다.
 

평거 김선기 선생이 서실에서 그의 다섯 번째 서화집 '붓놀이'를 펼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거 김선기 선생이 서실에서 그의 다섯 번째 서화집 '붓놀이'를 펼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붓놀이' 전시 때 선보인 서예 작품 '정지용 님 시 향수'.
'붓놀이' 전시 때 선보인 서예 작품 '정지용 님 시 향수'.
'붓놀이' 전시 때 선보인 서예 작품 '舞'(춤출 무).
'붓놀이' 전시 때 선보인 서예 작품 '舞'(춤출 무).

평거 선생은 서예뿐만이 아니라 서양화는 물론 전각의 세계까지도 뻗어나간 예술가다. 평생을 스승이나 누구의 도움 없이 작가의 힘든 길을 홀로 걸어왔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소품 및 컵, 도자기, 전각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차별화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붓! 붓과 함께 하련다.’

우리고장 서예가 평거 김선기 선생이 '정지용 님 시 향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예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는 그는 
우리고장 서예가 평거 김선기 선생이 '정지용 님 시 향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예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는 그는 옥천여성회관, 보은문화원, 한밭대 평생교육원에 다년간 서예 강의를 나가며 제자를 길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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